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에게 침을 뱉고 싶어요.

9903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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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의 선생님을 지금이라도 고발해서 물을 먹이고 싶다면,

제가 뒤끝이 너무 긴 걸까요? (실제로 성격상 뒤끝이 길기는 합니다. ㅋㅋ) 

대구시 달서구 ㅅㄷ동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졌던 제 유년기의 일입니다.

당시는 1999년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이사를 했고,

그러면서 상기의 학교로 전학을 왔었습니다.

이 학교는 지금도 동일한 이름으로 그 자리에 있어요.


지금 제가 이미 30대 중반이 되어버렸고

그 남선생은 99년 당시에 이미 연배가 60대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서,

25년이 지난 지금은 벌써 디져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그 새끼가 너무나 폭력적이고 얄팍하고 저열한 인간이었던 게

도무지 잊혀지지가 않네요.

내 인생의 부정적인 타성들을 잘 곱씹어보면 

꼭 그 인간을 만났던 시점으로 기억이 되돌아가요.

이게 반드시 남탓만 할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내 내면이 망가진 데 그 선생이란 작자가 일조를 한 게 분명해요.

뭐가 됐든 열 살의 나는 상처를 받았어요.

가장 어른을 신뢰할 법한 나이에….

(저도 이 나잇대 애들을 가르쳐본 적이 있어서,

애들이 버릇이 없게 굴든 반항을 하든

결국 어른들을 신뢰하고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걸 압니다.) 

나한테 한 행동도 정말 맞아죽을 짓이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도 어지간히 잘못한 게 아니었습니다.

당시 가정사로 인해 부모님이 안 계셨던 어떤 친구를 칭찬한답시고

“00이는 엄마 아빠 다 도망갔는데도 잘만 한다.”라는 발언을 큰 소리로 하거나,

손에 심한 화상 흉터가 있었던 친구에게

“00는 손이 병신인데도 그림을 잘 그린다.”라고 수시로 말했던 기억도 납니다.

한 명씩 앞으로 나오게 해서 과제 검사를 할 때

제가 논지에서 벗어난 글을 써왔다는 이유로

노트를 집어던지고 저에게 멍청하다는 욕설을 하는 등,

수시로 저에게 비인격적인 폭언을 했는데

(제가 어릴 때는 반응도 느리고 말도 잘 못했어요.)

이게 잦아지면서 희한하게도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심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그 어떤 친구를 나서서 따돌리거나 괴롭힌 적도 없었는데 그랬어요. 

갓 전학을 오고 몇달이 지날 때까지만 해도 반 아이들이 저를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으니까

제 입장에서는 그 인간의 영향이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에는 밖에서 신던 신발을 교실 밖 신발장에 넣어두고 

실내화를 신고 교실과 복도에서 생활하곤 했는데,

집에 가려고 보니 제 신발 한 쪽만 사라진 적이 있었어요.

그땐 마냥 어쩌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며칠 뒤 월요일마다 하는 학교 방송에서

잃어버렸던 제 신발 한 쪽이 분실물로 방송을 탔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어딘가로 던져 놓은 거죠. 


그리고 그 인간은 매주 당번을 두 명씩 정해서 수업이 끝나고도 집에 못 가게 한 뒤,

쓴 곳을 또 쓸고 닦은 곳을 또 닦는 짓을 두시간 가량 시키면서 집에 안 보내줬습니다.

당시에 엄마가 막 끊어준 학원을 가야 하는데, 

저와 짝꿍에게 당번일을 시켜 놓은 선생이 쭉 자리를 비우고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무리 쓸고 닦아도 집에 갈 수가 없었던 제가 너무 힘들고 서러워서 울었더니, 

갑자기 그 인간이 나타나서 왜 우냐고 묻더군요.

학원을 가야 하는데 가지 못해서라고 대답하니 그 자리에서 저를 엄청 비웃었습니다.

속으로 뭔가 단단히 잘못됐구나 싶었는데,

어김없이 그 다음 날 그걸 반 애들에게 자랑스레 떠들면서 저에게 개쪽을 주었습니다.

학원이 그렇게 좋으면 학교 오지 말고 학원이나 가라면서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아이들에게 무거운 화분들을 이리 옮겨라 저리 옮겨라 명령질했고,

그 과정에서도 온갖 인격모독적인 말을 내뱉었어요. 

다른 친구들도 무자비하게 맞거나 볼을 잡아당기는 벌을 받는 등 혼이 많이 났어요.

그 와중에 유난히 저에게는 멍청하다, 얼빵하다 등의 수식어로 항상 모욕을 주었구요. 

열 살이 아무리 느리게 배우고 미숙하기로서니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있나요?

반 남자애들이 (당시엔 이런 부분에서의 감수성이 정말 부족했죠. 뭐 지금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도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지만) 함부로 여자애들의 치마를 들추고

장난을 친답시고 중요부위를 함부로 만지는 등의 행동을 하는데 적절한 제지를 하지 않았고,

그래도 걔중 덩치가 큰 편이었던 저는 언젠가부터

그 남자애들을 필통이나 가방 등으로 때리면서 직접 방어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시기 이후로 더는 상처받고 무시받기 싫다는 생각에 

무조건 내가 세게 나가야만 이 더러운 세상에서 살아남는거구나, 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부당하다 여겨지면 아득바득 전부 다 따지고 들고 싸우는 성격이 되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근래에 와서 돌아보니 이게 딱히 나답게 행동한 게 아니었다는 게 와닿으면서 현타가 와요.

사실 내가 화를 냈어야 할 사람은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선생이란 작자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당시 가정 환경이 좋지도 않았고 부모님의 관계도 꽤나 박살나있어서

누구한테 터놓고 말할 곳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만난 선생들 중 일부도... 정말 할많하않....

지금의 교권실추를 초래한 존재는 다름아닌 그 새끼들이고,

그 피해는 정작 제 세대나 더 젊은 선생님들이 보고 있겠죠. 

(하지만 스승이라 여겨질 만한 인격적인 선생님들도 분명히 계셨고,

어찌 보면 그 분들이 보여주신 사랑의 힘으로 세상이 여기까지나마 온 거겠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네, 저는 이제 말도 잘하고 일도 빠릿빠릿하게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다행히 좋은 친구도 많은 그런 어른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유년기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받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에 와서 어른이 된 내가 열 살 가량 된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작고 연약하고 천진난만해요.

그 안에 이따금씩 악의도 있지만 똑바로 교육만 시킨다면 충분히 사회화 될 수 있는 아이들이라고 여겨지고요.

그 새끼는 어떻게 그렇게 작은 나와 다른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었던 걸까요?

그 어떤 선택권도 없었고, 피할 곳도 없었던 상황에서 어른들에게 받은 그 모든 상처들을 

대체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요? 

그 새끼 무덤에 가서 침이라도 뱉어야 할까요? 

죽었다면 절대 곱게 죽진 않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이라도 무려 25년 전 일에 대해 문제를 삼을 방법이 있을까요?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경험 나눔 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