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너무 우울해요

jsiebel2024.09.03
조회730
안녕하세요, 결혼 10년차 30대 중반입니다.

넋두리글입니다. 아무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라 ..
아이를 간절히 원하시는 분들께는 굉장히 불편한 내용일 터라 안 보셨으면 합니다.

결혼 전부터 아이 안 낳을거라고 했었는데, 남편은 그게 제가 어려서 그렇겠지, 생각이 바뀌겠지 했었나봐요.
그러다가 결혼해서 제가 확고하단 걸 알게되고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아이를 너무 좋아하고 2세를 너무 원해서, 저도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걸 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피임은 하지 말아보자'로 합의가 됐어요.
노력해도 안 생기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 생기면 낳을 운명인가보다 하고 낳아보자구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어릴땐 아이를 싫어했는데 나이들며 보다보니 예쁘기도 했고, 남편과 사이도 좋고 남편이 워낙 다정해서 아이가 있는 미래도 행복할 것 같다 싶었어요.

그러다가 임신이 됐습니다.
지금 10주차에요. 5주차에 알았는데..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임신 사실을 안 이후로 하루도 맘편히 행복했거나 즐거웠거나 했던 날이 없어요.
내 인생은 끝이다, 앞으로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뻔한 인생을 살겠지, 앞으로 10년은 둘이 가는 여행은 꿈도 못꾸겠지, 아이가 내 모든 선택에 우선순위가 되고 그건 걸림돌이겠지 라는 생각만 들어요.
뭘 먹어도 내가 먹는게 아니라 뱃속에 있는 애한테 다 가는 것 같고, 꾸미는 것도 좋아하는데 예쁜 옷에 이제 관심도 안 생겨요. 앞으로 못입겠지 하고.
산부인과 가야하는 날마다 기도합니다. 제발 유산되어있길..

아직 임신소식도 가족포함 아무에게도 안 알렸습니다.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주변에서 축하한다고 하고 좋아하는 게 보기 싫어서요.

이런 상황과 마음을 남편한테는 말 못하겠어요.
제가 힘들어하는 거 보면서 계속 눈치보고 어떻데든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임신되자마자 그 생각했어요.
아, 이 아이가 건강히 태어나든 유산되든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겠구나. 내가 힘들어하고 우울해할 때마다 남편은 미안해할 테고, 내가 혹여나 아이를 지운다고 하면 그것대로 남편에겐 상처겠구나.
그래서 아무말도 못하고 유산되기를 바라며 시간만 가고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아무 선택도 할 수가 없으니 차라리 불의의 사고로 죽고싶다는 생각까지 해요.
행복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요. 아이에 종속될 미래만 그려지지.
너무 불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