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하늘이 텅 비어있다 느꼈다

쓰니202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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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멀지 않은 중앙동 주택단지는 인적이 드문 골목이다. 끊은 지 오래된 담배를 문 어제는 그날따라 구름 한 점 없었다.

부싯돌을 긁으며 텅 빈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색은 어째서 하늘색일까.

파란색에서 조금 하얀 빛을 띠고, 하얀색이라기엔 확연히 파란색인 하늘색.

색깔의 경계선에서 느긋하게 스스로를 녹이는 하늘색은 그의 존재만으로 고유명칭을 얻어낸다.

그는 과연 텅 비어있을까 가득 메워져있을까. 아마 그의 색을 자유롭게 연주하는 그는 분명 촘촘히 채워진 그림일 테다.

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는 법 밖에 모르는 나에겐 텅 비어있을 뿐이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나는 절대 고유의 색이 될 수 없다.

저 먼 태양이 내리쬐는 빛이 없다면 나는 나의 색을 찾을 수 없었을 터이며, 지구에서 바라보는 당신들의 눈 속 망막이 나를 존재하게끔 만든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이유는 나에게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나는 당신들에게 받은만큼 내 전부를 나누어 줄 뿐이다.

가끔씩 나에겐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자신의 고운 색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끝없이 낮추며 자신의 매력을 이름 모를 다수의 공으로 돌리곤 한다.

그는 어째서 제 매력을 타의 품으로 미룰까? 알아줄 리 없는 익숙한 아름다움을, 그 작은 것을 콩 한 쪽 베듯 나누어버리면 그에게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나는 너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높이높이 우러러 보나 닮을 수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조차, 스스로의 매력을 이해하는 법조차, 하물며 나를 이루게 한 모두의 노력을 헤아리는 것조차 못하는. 그런 나의 망막은 푸르고 성숙한 너의 색을 관통받지 못한다.

나는 늘 자신의 고유의 색을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데,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면 그 어찌나 슬픈 이야기일까.

결국에는 누구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함임을. 누군가의 색을 덧바르고 채워주는 일부가 된다는 것은 분명 가치로운 일인데.

채워졌다면 채워줄 수도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 나는 나만을 채우고 싶어했을까.

너의 가슴 사이로 포근하고 날카로운 빛줄기가 내리쬔다. 따가운 볕을 맞으며 너의 포근함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늘 실패한다.

그 가득찬 천공의 숨결은 아는 이만이 아는 것이다. 부럽게도 너는 꽉 채워진 마음으로 아주 높이 떠있다. 멀리 보면 너는 우주이려나.

나는 널 올려다본다. 질투한다. 너는 날 내려다보지 않는다. 웃어준다.

너는 위. 나는 아래.

오전 5시, 잠에서 깬 하늘이 풀린 눈을 걷으며 내게 인사한다. 아쉽지만 너의 인사에 답할 수 없다.

텅 빈 나의 하늘은 여전히 검은색이다. 담배연기가 공기를 새까맣게 물들였다.

어두운 하늘은 다시는 밝아지지 않았다. 꽁초에 남은 담뱃잎이 바람에 날린다. 사각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