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때 절에서 한 달 살기 했던 썰

ㅇㅇ2024.10.07
조회70,641
중학교 3학년 때 과고 준비 + 할머니 장례 + 친구 관계 등등
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시기였음
열심히 준비하던 과고도 결국 떨어지고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졸업도 했고 해서 절에 가기로 함
고등학교 입학 전 그 시간을 원래라면 학원 다니면서 선행학습하는 시간으로 썼겠지만
걍 그때 짐 싸고 무작정 절로 들어감 ㅋㅋ
엄빠 몰래 저지른 일이긴 한데 그렇다고 막 가출 이런 건 절대 아님 원래 뭔가 저지르면 부모님 몰래 하고 싶잖아 뭔가 일탈 해보고 싶은 걍 그런 심리 ㅇㅇ
우리 집안은 무교지만 외삼촌이 스님이라 가끔 절에 감
절 도착하고 나서야 부모님한테 알렸는데 외삼촌네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심
우리나라 사람들 중 무교지만 절에 가는 걸 좋아하거나 즐기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데 걍 딱 그거임 내가
쨌든 외삼촌이 절에 계시니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던 거고 한 달 이상 거기서 지낼 생각이어서 모아둔 돈 챙기고 드리려고 했는데 당연히 안 받으셨고 걍 설거지하고 마당에 눈 쌓인 거 쓸고 청소하고 도와드리는 그런 잡일들 도맡아 했음
나는 게스트룸 같은 곳에서 지냄 (절에도 가족들, 지인들 올 때 지낼 수 있는 방 있음) 절에는 스님뿐 아니라 보살님, 그 외 근무하시는 분들이 계심 내 하루 일과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산책하고 명상하고 방에서 공부도 조금 하다가 점심 먹고 남은 시간은 보살님 도와드리거나(절도 똑같이 사람이 지내는 곳+사람들 드나드는 곳이라 이것저것 해야 될 게 많음) 그냥 자기도 하고 명상도 하고 그랬음. 처음엔 나도 스님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려고 했는데 .... 스님들 새벽 4시 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하루 일과 시작하심... 처음 3일 해봤는데 이건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 해서 난 6시로 늦춤 6시도 힘들었는데 애초에 잠을 10시에 자니까 나중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진짜 몸도 개운하고 상쾌하고 좋았음
스님이 새벽에 종을 울리는데 그 소리가 힐링 돼서 나중엔 알람 없이 그 소리 듣고 일어남. 진짜 고요함과 편안함의 연속임
핸드폰을 가져가기는 했지만 서랍 안에 넣어놓고 진짜 속세와 단절하면서 산 듯 ㅋㅋ 산속에 위치하니까 공기도 진짜 좋음 근데 많이 춥기는 함 ... 군고구마 구워도 먹고 누룽지도 해먹고 ... 고기는 일체 하나도 안 먹고 배달 인스턴트 이런 거 하나도 안 먹음
낮에 사람들 절 오면 사람들 구경도 하고 스님이랑 얘기도 하고 절도 드리고 명상도 진짜 많이 함
아 진짜 너무 편안했던 한 달이었음... 원래 더 있고 싶었지만 나도 고등학교 입학 준비도 해야 하고 더 있기도 좀 그렇고 해서
한 달 정도 지냄. 절에 있는 동안은 나도 스님인 것 마냥 뭔가 초연해지고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말투도 ㅋㅋㅋㅋ 차분해지고 그랬는데 한 달 지나고 집 가려고 버스 타고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그 성격 싹 사라지더라 ...
겨울에 가는 사찰도 좋지만 여름에 가는 사찰도 좋음 주변이 온통 녹색이라 엄청 예쁨
지금은 대학생 됐고 그동안 바빠서 못 갔는데 내년 여름엔 꼭 절 가서 한 달 살기 할 거임

댓글 42

ㅇㅇ오래 전

Best듣기만 했는데 뭔가 그때 모습이 그려진다 힐링됨 고마워

ㅇㅇ오래 전

Best헐 너무 힐링된당..ㅎㅎ 아그리구 얘들아 나도 중간기말 마지막날에 학교 일찍끝나면 피방이나 노래방이나 몰 가기보단 친구랑 경의중앙선 타고 양평 간다음 자전거 렌탈해서 해질때까지 몇십키로씩 쭉 타고 남한강뷰 맛집에서 막국수랑 족발먹고 밤늦게 전철로 오는거 좋아하는데 이러면 ㄹㅇ 기분좋아 ㅎㅎ 한달씩 시간내는건 어렵지만 하루라도 폰안하고 자연 유람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운듯

ㅇㅇ오래 전

Best글 읽기만 했는데 힐링 된다ㅎㅎ 쓰니 나중에 여름에 또 가면 후기 또 써주세용

ㅇㅇ오래 전

Best인생에서 제일 힘든시기에 부산사는데 막연히 어디 떠나고 싶어서 아무버스타고 아무대나 가자 해서 간곳이 통도사였음. 우리집은 불교긴 한데 혼자 절에 간적은 잘 없었는데 그땐 너무 힘들어서 어디라도 가서 기도하고 싶었음. 점심공양 먹고 통도사옆에 냇가? 같은거 있는데 거기서 한시간 넘게 앉아서 목탁소리 종소리 불경소리 새소리 물소리 들으면서 울었던거같음. 뭔가 마음이 많이 비워지는거같았음. 가끔 힘들면 나는 절에 감. 혼자 공양먹는것도 좋고 절 가는게 나에게는 큰 힐링이 되더라고..

ㅇㅇ오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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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오래 전

헐 나도 가고 싶은데 한달말고 2~3일은 안되남??

ㅇㅇ오래 전

서울 근교 절 추천좀

ㅇㅇ오래 전

모든 스님이 다 정상이진 않아 쓰니같은 경우는 운이 좋았어 이상한 스님 엄청 많으니까 혹여나 여자 혼자 절 들어갈 생각일랑 말고 꼭 템플스테이 같은 거 친구들이랑 같이 가 얘들아

ㅇㅇ오래 전

한달살기할수있는 절이 있다고?:?

ㅇㅇ오래 전

짤 누구야?

ㅇㅇ오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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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오래 전

요새 판하면서 본 가장 기분좋은글이야 내가 절에 가있는것만 같아..지우지말아줘!종종들어와서볼게

형님오래 전

와 좋은경험햇네 나중에 돌이켜보면 잊자못할 추억이자경험 삶에 도움된

ㅇㅇ오래 전

와 나 기독교인인데 절에서 한달사는거 가능할까 나도 정신력 맑아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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