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시기였음
열심히 준비하던 과고도 결국 떨어지고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졸업도 했고 해서 절에 가기로 함
고등학교 입학 전 그 시간을 원래라면 학원 다니면서 선행학습하는 시간으로 썼겠지만
걍 그때 짐 싸고 무작정 절로 들어감 ㅋㅋ
엄빠 몰래 저지른 일이긴 한데 그렇다고 막 가출 이런 건 절대 아님 원래 뭔가 저지르면 부모님 몰래 하고 싶잖아 뭔가 일탈 해보고 싶은 걍 그런 심리 ㅇㅇ
우리 집안은 무교지만 외삼촌이 스님이라 가끔 절에 감
절 도착하고 나서야 부모님한테 알렸는데 외삼촌네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심
우리나라 사람들 중 무교지만 절에 가는 걸 좋아하거나 즐기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데 걍 딱 그거임 내가
쨌든 외삼촌이 절에 계시니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던 거고 한 달 이상 거기서 지낼 생각이어서 모아둔 돈 챙기고 드리려고 했는데 당연히 안 받으셨고 걍 설거지하고 마당에 눈 쌓인 거 쓸고 청소하고 도와드리는 그런 잡일들 도맡아 했음
나는 게스트룸 같은 곳에서 지냄 (절에도 가족들, 지인들 올 때 지낼 수 있는 방 있음) 절에는 스님뿐 아니라 보살님, 그 외 근무하시는 분들이 계심 내 하루 일과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산책하고 명상하고 방에서 공부도 조금 하다가 점심 먹고 남은 시간은 보살님 도와드리거나(절도 똑같이 사람이 지내는 곳+사람들 드나드는 곳이라 이것저것 해야 될 게 많음) 그냥 자기도 하고 명상도 하고 그랬음. 처음엔 나도 스님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려고 했는데 .... 스님들 새벽 4시 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하루 일과 시작하심... 처음 3일 해봤는데 이건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 해서 난 6시로 늦춤 6시도 힘들었는데 애초에 잠을 10시에 자니까 나중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진짜 몸도 개운하고 상쾌하고 좋았음
스님이 새벽에 종을 울리는데 그 소리가 힐링 돼서 나중엔 알람 없이 그 소리 듣고 일어남. 진짜 고요함과 편안함의 연속임
핸드폰을 가져가기는 했지만 서랍 안에 넣어놓고 진짜 속세와 단절하면서 산 듯 ㅋㅋ 산속에 위치하니까 공기도 진짜 좋음 근데 많이 춥기는 함 ... 군고구마 구워도 먹고 누룽지도 해먹고 ... 고기는 일체 하나도 안 먹고 배달 인스턴트 이런 거 하나도 안 먹음
낮에 사람들 절 오면 사람들 구경도 하고 스님이랑 얘기도 하고 절도 드리고 명상도 진짜 많이 함
아 진짜 너무 편안했던 한 달이었음... 원래 더 있고 싶었지만 나도 고등학교 입학 준비도 해야 하고 더 있기도 좀 그렇고 해서
한 달 정도 지냄. 절에 있는 동안은 나도 스님인 것 마냥 뭔가 초연해지고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말투도 ㅋㅋㅋㅋ 차분해지고 그랬는데 한 달 지나고 집 가려고 버스 타고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그 성격 싹 사라지더라 ...
겨울에 가는 사찰도 좋지만 여름에 가는 사찰도 좋음 주변이 온통 녹색이라 엄청 예쁨
지금은 대학생 됐고 그동안 바빠서 못 갔는데 내년 여름엔 꼭 절 가서 한 달 살기 할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