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저는 쓰레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이 이야기를 어디에다가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라서 익명인 이 곳에 전부 적습니다.
대략 130일 정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여자친구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십 몇년을 혼자 살면서 입양도 되고 청소년기에 파양도 되고 하면서 평생을 사랑받지 못하면서 자랐습니다.
여자친구는 전남편도 있고 전전남친도 (저는 전남친이니까) 있었는데 둘 다 사랑 주지 않고 바람피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20대 초반에는 계속 술만 마시면서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그러다보니까 주변에 그렇게 좋지 않은 사람들만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에 저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면서 유학도 가고 주변에 좋은 사람과 좋은 친구들만 만났고요.
저희가 만난건 대략 2월쯤에 어플 통해서 만났습니다. 맨처음 봤을 때 왜인지 모르겠지만 서로한테 끌렸고요.
서로 좀 멀리 살아서 그녀가 오기도 하고 제가 가기도 하고 했으나 한달에 몇번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객관적으로 말하면 사랑받지 못했고 주변에 친구들도 한두명밖에 없는 전여자친구는 저한테 많이 의지 했고 저는 그걸 이해하면서도 당시에 제가 극도로 바쁠 때라 거의 한달을 못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서로 보면 엄청 좋고 하니까 제가 최대한 많이 챙겨주려 하고 전여친은 당시 직장이 있었던 상태이지만 말씀드렸다시피 혼자 살기 때문에 월세도 내야 하고 지출이 많이 있어서 밥도 제가 거의 매 끼니마다 시켜주고 그랬습니다.
전여친이 외로움을 많이 타다보니까 매일 매일 잘 때 페이스타임 영통이나 음성 통화를 밤새하면서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켜 놓고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가족이랑 같이 사는 입장인데다가 방이 두 개 밖에 없고 형이 다른 방을 사용해서 저는 거실에서 자야 하는데 아침까지 계속 켜 놓고 있어야 하니 좀 그랬습니다. 눈치도 보이고요.
그래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걸 알고 저랑 전화하면서 자야지 잠이 잘 온다고 해서 계속 그렇게 했습니다.
암튼 그렇게 5월 초까지 지내고 5월 초에 제가 바쁜게 끝난 이후 같이 유럽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4월 말에 제가 비행기 표를 끊어주고 가서 같이 있을 호텔도 끊어줬습니다. 엄청 행복해 하더라고요.
저한테 그랬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있던 사람 중에 최고의 남자친구라고요.
저는 또 마침 유럽에 아버지께서 주재원으로 계셔서 거의 3년만에 뵙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먼저 전여친과 함께 3주 정도 여행을 한 후 나머지 2주는 아버지와 보낼 예정이었습니다. 물론 아버지는 여자친구의 상황이나 그런걸 전혀 모르시고요.
제 아버지는 엄청 학벌주의라 무조건 좋은 집에서 태어나 너와 "비슷한 급" 의 사람을 만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래야 삶이 힘들지 않고 행복하다고 하셨고요.
아무튼 여행을 가서 저는 아버지 집에서 지내고 전여친은 호텔에 머물렀습니다. 문제의 __점은 여기서부터입니다.
아버지는 저를 오랜만에 보셨고 아버지는 저와 함께 계속 있었으면 하셨는데 저는 거의 이틀에 한번은 계속 외박하고 하다보니까 그 여자 그만 만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전 오후에 만나고 밤에는 무조건 아버지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전여친도 이거에 대한 동의를 했고요.
저한테는 사실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아버지 입장도 생각해야 하지만 말했듯이 외로움을 엄청 많이 타는 그녀의 입장도 맞춰야 하니까요.
이거 때문에 동의 하기 전 엄청 많이 싸웠습니다. 거의 매일을요. 스트레스 때문에 여행을 갔는데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전여친은 여행이 끝나고 열흘 뒤에 집 렌트가 끝나는 상황이었어서 얼른 한국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집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전여자친구가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고 저는 유럽에서 제 볼일을 봤습니다. 아버지랑 여행도 많이 하고 아버지 친구들도 매일 뵙고 다들 높으신 분들이더라고요. 오래동안 보지 못했던 제 친구들도 보고 했습니다.
매일매일 바쁘니까 저는 전여친에게 한국에서 있을 때처럼 전화도 매일 하지 못했습니다. 2주동안 3번밖에 못했습니다. 톡은 당연히 매일매일 하면서 오늘 뭐 했다 자기는 뭐하냐 밥은 먹었냐 등등 이런 대화들이요.
제가 한국으로 가기 며칠 전 전여친이 울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왜 그렇게 바쁘냐고 나는 안봐주냐고. 사실 아버지랑 아버지 친구들 뵈면서 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 오래된 친구도 제 가정사를 알기 때문에 전여친을 탐탁치 않아했고요. 주변에 휩쓸린것도 맞습니다. 저는 한편으로는 "아니야 그래도 좋은 사람일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모순적으로 "이 사람이 맞나" 생각했습니다.
울면서 전화가 올 때 저는 제 변명만 하기 바빴습니다. 나도 너 가고 내 할일 있는거 해야해서 너무 바빴다. 매일 연락하고 걱정도 한다.
역대급으로 엄청 크게 싸우고 저한테 톡이 오더라고요. 우리가 계속 사귀어도 오늘 있었던 일 용서 못할거 같다고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전 분명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말로 외로움이 많은 건 본인이 해결해야지 나도 인간인데 한계가 있다고.
결국에는 제가 전에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이제는 나를 1순위로 챙길래. 내 감정이 제일 중요하니까 우리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 라고요. 저도 근데 당시 한국 돌아가도 계속 기다리는 일들이 있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서로 톡 하면서 계속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거냐, 전여친이 그러더라고요. 나랑 헤어지고 싶냐고. 저는 사실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서 그만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서로 헤어지자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전 계속 바빴습니다. 해야 할 일들도 산더미고 헤어졌다는 게 잊혀질 정도로 바빴습니다. 돌아오고 며칠 후, 전여친 카톡 상메에 "하나님 죄송합니다" 라고 쓰여 있어서 무슨 일이냐 물어봤습니다.
너랑 헤어지고 나서 계속 생리를 안해서 임테기 사용해 보니까 임신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거보다 너가 날 떠나고 나서 난 더이상 사람을 못믿겠고 차라리 그냥 죽는 게 낫다고 톡이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조건 일단 사과부터 했습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사과를 해도 소용 없겠지만 우리 이거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하자. 난 너 선택 다 존중할거다.
전여친이 무조건 지울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겠다, 그럼 전적으로 내 책임이니까 내가 돈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얼마가 됐든 괜찮으니까 제가 그녀 선택 존중하고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 임신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너가 날 떠난 게 문제다. 난 너 없으면 안된다. 죽어버릴 거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계속 위로해주고 결국에는 괜찮은 듯 싶었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까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더라고요. 지금 당신 전여친 수면제 많이 먹고 병원이다.
바로 전여친한테 톡 날려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습니다. 한 시간 뒤 지금 병원이고 안죽으니까 걱정말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계속 나 때문에 그렇게 돼서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이 너무 크다. 평생 안고 살아가겠다 라고 했습니다. 몇 달이 지난 지금 실제로 그러고 있고요.
저보고 너가 나 떠났으니까 이제 누굴 만나도 사랑 못할거고 안할거라고 하더라고요. 애기는 당연히 지울거고요. 또 본인을 계속 좋아했던 다른 사람 집에서 있어서 그 사람이랑 내년 4월에 결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연락하고 저보고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저를 차단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시간 뒤 그날 아침에 저한테 연락한 사람이 지금 전여친 계속 병원이고 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어서 뇌전증 오고 삽관하고 병원에서 일부로 혼수상태로 조치해놨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그러길 내가 얘 친구로 있으면서 얘가 지금까지 이렇게 행복해 한 걸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근데 너는 얘 인생에 들어와서 사랑주고 임신시키고 떠났다고 하고요. 평생 죄책감 느끼면서 살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일이 있고 난 몇달 후 저는 아직도 죄책감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비행기 표만 사주지 않았더라면...아니, 그 어플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상황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텐데 너무나도 큰 죄책감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녀가 먼 곳으로 떠났는지, 아니면 아직 이 세상에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면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이 세상에 있다고 하더라도 행복하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평생 용서받지 못 할 죄를 지었고 솔직히 여기 계신 분들께서 뭐라 해도 전 할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