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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단 저희 아버지의 입맛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써볼게요.
1. 아버지는 하루 두 끼 (점심
제외) 한식만 드시는데 국이나 찌개 또는 메인반찬이 꼭 있어야 하고,
매 끼당 새 요리가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국이나 찌개는 드시는 종류가 많지 않습니다. 지금 세어보니 대충 8가지 정도네요.
2. 거의 매일 어머니가 만드신 것만 드시고 반찬 가게에서 반찬을
사먹는 일은 절대 없으며, 가끔 치킨을 시켜먹긴 하지만 그후에도 식사를 따로 하셔야 합니다. 한 끼라도 어머니가 쉬실 수 있는 날이 없다는 뜻이에요. 지금 어머니
연세가 일흔이시고, 고모나 이모, 어머니 동네 친구분들을
둘러봐도 매일 두 끼씩, 그것도 새 요리를 끼니마다 차려야 하는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3. 이 정도면 차라리 드시고 싶은 메뉴를 말씀해주시면 좋은데, 물어볼 때마다 자신은 주는대로 다 먹는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뭘
만들어야 할지 어머니가 항상 골머리를 썩히세요. 동생이 차라리 목록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언젠가
드실 수 있는 메뉴를 하나하나 물어본 적도 있지만, 결국 짜증을 내셨고 포기했다고 합니다.
4.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아침에
먹은 반찬이 저녁에 다시 올라오면 거의 손을 대시지 않습니다. 어떤 국이나 찌개가 조금이라도 자주 올라오는
것 같으면 바로 손을 안 대세요(최근에는 북엇국과 미역국). 말씀은
하지 않는다지만 식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겠죠.
5. 2, 3일에 한번 꼴로 꼭 식사자리에서 품평을 하시는데, 칭찬은 없고 짜다, 싱겁다 같은 지적만 하십니다. 그게 벌써 수십 년째.
6. 아버지가 무슨 요리를 올리지 말라고 드러내놓고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행동에서 바로 드러납니다. 그
예시로, 2주쯤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동생에게 전해 듣기로, 그날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한번 둘러보시더니 집에 라면이 없느냐고 물으셨대요. 아마 이날 찌개가 없어서 국물을 찾으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집에 라면이 없다고 하니(평소에 안 드셔서 집에 사놓지 않아요) 아무
말없이 식사를 하셨는데, 식사하시는 태도에서 못마땅함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반찬을 헤집고 주변에 잔뜩 떨어뜨려서 누가 봐도 평소와 다르게 식탁이 더러웠다네요. 어머니께서 기가 막히셔서 사진을 찍으실 정도.
이러한 아버지의 입맛 때문에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세요. 그래서
새 반찬이 두 개 있으면 혹시 몰라 하나는 나중에 올리려고 올리지 않으시고, 주무시기 전에는 내일 또
뭘 해야 하나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시다고 합니다. 저와 동생이 그간 말을 해봤지만, 도저히 아버지의 태도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조언이든 따끔한 말씀이든 뭐든 구하고자 글을 올렸습니다. 대신 아버지께 보여드릴 예정이니 도를 넘는 심한 말은 삼가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