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과 인테리어 소품 가게 사이, 간판 하나 없이 차고로 쓰던 공간에 모습을 감춘 베이커리 카페가 하나 있으니 바로 딥스입니다.이런 식으로 숨어있는 가게는 '네이버 길찾기로 여기까지 찾아왔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우연히 마주친듯한 느낌'을 줍니다. 원래 차고로 쓰던 공간이라 아무래도 좁고, 테이블 좌석 수도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비닐벽을 쳐놓긴 했지만 겨울에는 꽤 추운지라 두툼한 담요도 구비되어 있을 정도.다만 완전 오픈된 공간도 아니고, 완전 분리된 공간도 아닌 이 애매모호함이 주는 독특한 느낌이 좋습니다. 공간은 이렇게 어딘지 모르게 노천카페 느낌이 나지만, 디저트는 호텔 카페에서나 볼 법한 고급스러움이 철철 넘칩니다.쌓아놓고 파는 까눌레나 휘낭시에같은 구움 과자도 괜찮지만 딥스의 메인 메뉴라면 역시 디저트 플레이트입니다.보통 4~5가지의 디저트 플레이트가 있는데, 그중에는 계절 한정으로 판매되는 것도 있습니다.이건 시그니처 메뉴의 하나인 오미자 몽블랑. 몽블랑을 비롯한 밤을 이용한 과자들은 '바밤바'의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는 말이 있죠.아무리 고급스럽게 만들어도 "바밤바 맛이네"라는 평가밖에 못받으니까요.이곳의 오미자 몽블랑은 밤 크림 외에도 마스카포네 크림과 오미자 인서트를 추가하면서 맛을 더했습니다.디저트를 처음 딱 잘라보는 순간 '사장님이 배우신 분이구만'이라는 감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이렇게 맛의 배치를 고려해서 레이어를 잘 쌓는 건 취미나 독학으로 터득하기가 쉽지 않거든요.왠지 유럽 정통파보다는 미국쪽 컨템프러리 페이스트리의 느낌적인 느낌이 나는데 다음에 가면 혹시 CIA 나왔냐고 물어봐야겠습니다 ㅋㅋ 여름 메뉴, 슈가 비치.머랭, 수박 그라니따, 코코넛 가나슈 몽떼, 메밀 스트로이젤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구성.달고,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수박을 이렇게 얼려서 그라니따로 만드니까 좋네요. 나중에 집에서 해먹어야지. 숲속 베리.안쪽에 블루베리 쿨리를 잔뜩 채워넣고 딜 가나슈 몽떼와 엘더플라워 크림으로 덮은 조그만 타르트입니다.숲속 베리라는 이름을 지을 때는 민트를 비롯한 각종 허브를 잔뜩 올려서 숲 느낌을 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을법도 한데깔끔하게 딜 세조각만 올린 자제심이 돋보입니다.칼로 자르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블루베리 쿨리를 크림과 함께 싹싹 긁어먹습니다.근데 인간적으로 포크 넘나 작아요...-_-;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연남동 카페에서 디저트만 놓고 봤을 때 카페 꼼마 얀 쿠브레, 포포민즈낫띵과 함께 Top3로 꼽는 곳입니다.나름 외곽지역에 숨어있는 가게라 다른 두 곳에 비하면 웨이팅도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도 9800원이면 비싼가 싶다가도 다른 가게들이 만원 넘게 가격 책정해놓은 거 보면 뭐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무엇보다도 분기별로 시즌 한정 메뉴가 나오는 카페인지라 여기에만 오면 입으로 계절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네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오감을 골고루 사용하는 행동도 별로 많지 않습니다.코로 향기를 맡고, 눈으로 보고, 혀로 맛을 느끼고, 이빨과 입 안으로 음식의 질감과 온도를 느끼니까요.그나마 자극이 약한 것은 청각입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고기를 굽거나, 바삭한 튀김이 입 안에서 부서지는 소리는 들리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그렇게 대단한 청각적 효과를 주지 않습니다.그래서 레스토랑의 배경 음악은 꽤나 중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카페의 메인 메뉴가 음악이고 커피나 술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턴다운서비스 역시 '음악'을 식탁에 올려놓는 카페 중의 하나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LP판이 쌓여있는 감상 공간도 보입니다.'저장' 버튼에 그려진 플로피 디스크도 실물로 본 적이 없는 MZ세대에게는 좀 낯선 물건일지도 모르겠네요 ㅎㅎ턴테이블 특유의 노이즈 섞인 음색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원래 턴다운서비스는 호텔에서 침대 정리 해줄 때 쓰는 용어인데, 그래서인지 카페 느낌부터가 깔끔하게 정돈된 차분한 느낌입니다.안내문에도 대화는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음악 듣기 딱 좋은 곳이지요. 시그니처 메뉴는 놀랍게도 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에 진심인 사람인지라 이렇게 제대로 만든 땅콩 아이스크림을 만나니 반가움을 감출 수 없네요.파이는 베리 파이를 주문했는데, 어떤 파이를 시켜도 다 맛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파이는 거들 뿐, 진짜는 아이스크림입니다.왠지 예전에 직접 만든 파이에 아이스크림 곁들여 먹던 게 떠오르네요. (링크)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떠먹으면 몸과 마음의 갈증이 모두 충족되는 기분입니다.LP룸에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도 있던데 다음에 오면 한 번 들어봐야 겠네요. 연남동 길거리를 거닐다보면 사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가게들이 몇 있습니다.조 앤 도슨(Jo & Dawson) 역시 그 중 하나.간판에는 자랑스럽게 지역사회에 차와 밀크티를 공급한다고 되어있습니다...만. 프렌치 토스트 맛집으로 더욱 유명한 가게입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그닥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었네요.테이블이 아니라 카운터석인데, 그 덕에 눈 앞에서 바로 프렌치 토스트를 지지고 볶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습니다.한줄기 서광이 빵을 향해 내리쬐는 성스러운 모습입니다. 우유와 달걀에 부드럽게 적신 토스트의 겉면을 버터 넉넉히 둘러가며 바삭하게 굽고 슈거파우더와 메이플 시럽을 뿌렸습니다.한쪽에는 너무 느끼하거나 달아서 질릴 경우를 대비해 말돈 소금도 한 꼬집 올려뒀네요.솔직히 말하면 완전 제 취향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식빵 질감이 약간 살아있는 프렌치 토스트를 좋아하는데, 조앤도슨은 거의 녹을만치 부드럽거든요.근데 개인의 취향따위 씹어먹고 압도할 정도로 퀄리티가 좋습니다. 프렌치 토스트만 놓고 보면 서울 시내에서 이만치 하는 가게가 많지 않을 듯 싶네요. '내 입맛에는 빵이 너무 부드러워. 근데 존맛탱! 분하다!'라는 느낌.밀크티 역시 훌륭합니다. 다만 주문 받을 때 "아이스로 하면 좀 묽어지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어보는게 좀 아쉽습니다.엄근진한 표정으로 "그러면 밀크티를 얼려서 만든 얼음을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라고 꼬장부리고 싶지만, 이번이 첫번째 방문이라 참고 넘어갑니다.다음에는 "어차피 들어가는 밀크티의 양은 똑같잖아! 밀크티를 얼려서 넣어달라고! 번거로운 것 때문에 그런다면 천원 더 받으면 되잖어!"라며 난리친다는 사악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홍대와 연남동 쪽은 구축 빌라가 다닥다닥 붙은 골목길 동네라 주차 공간 찾는 게 쉽지 않은 곳입니다.집에서 버스 한 번 타면 15~20분이면 도착하는지라 평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간혹 차를 갖고 나갈 때도 있습니다.그럴 때면 그나마 공간이 넓은 (하지만 가격은 비싼) 사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얼른 커피 한 잔 마시고 나오기도 하지요.이런 목적에는 귀염뽀짝하고 웨이팅 긴 소형 카페 대신 프랜차이즈와 감성카페 중간 그 어디쯤에 위치한 중형 카페가 더 잘 어울립니다.공명 연남점 역시 그런 카페입니다. 여러 책이 꽂혀있는 북카페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한 종류의 책으로 벽면을 도배한 건 처음 보네요.일류의 조건이 주루룩 늘어서 있는 것을 보니 왠지 현대미술 같기도 합니다.여러모로 바로 옆의 청수당 공명과는 상반되는 컨셉. 디저트 역시 시그니처 디저트라고 하기엔 뭔가 특별함이 없지만, 그래도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레벨이 높은, 그런 느낌입니다.비스킷 슈와 스콘, 까눌레를 메인으로 미는 듯. 5월달에 방문했을 때 시즌 한정으로 판매하던 꽃모양 비스킷슈.그리고 커피 원두가 독특합니다. 홍대 주변에 카페 공명이 연남, 합정, 홍대, 청수당 이렇게 네 군데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중에서 연남과 합정, 홍대의 이름을 딴 커피가 있습니다.연남은 밸런스 잡힌 맛, 홍대는 산미가 강한 맛, 합정은 디카페인.연남과 홍대를 하나씩 주문했는데 나름 괜찮습니다. 플레인 슈와 함께 먹으면 달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겠다 싶은 조합.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넓은 공간과 넉넉한 '시간' 인심이겠지요. 다른 연남동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른 먹고 나가주세요'라는 무언의 압박이 없어서 홀가분합니다.스타벅스는 너무 뻔하고, 소형 카페는 너무 사람이 북적여서 싫은 사람이라면 나무 그늘에 숨어 한나절 보내는 느낌으로 쉬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249
내돈내산 홍대 카페 모음 #3
고깃집과 인테리어 소품 가게 사이,
간판 하나 없이 차고로 쓰던 공간에 모습을 감춘 베이커리 카페가 하나 있으니 바로 딥스입니다.
이런 식으로 숨어있는 가게는 '네이버 길찾기로 여기까지 찾아왔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우연히 마주친듯한 느낌'을 줍니다.
원래 차고로 쓰던 공간이라 아무래도 좁고, 테이블 좌석 수도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비닐벽을 쳐놓긴 했지만 겨울에는 꽤 추운지라 두툼한 담요도 구비되어 있을 정도.
다만 완전 오픈된 공간도 아니고, 완전 분리된 공간도 아닌 이 애매모호함이 주는 독특한 느낌이 좋습니다.
공간은 이렇게 어딘지 모르게 노천카페 느낌이 나지만, 디저트는 호텔 카페에서나 볼 법한 고급스러움이 철철 넘칩니다.
쌓아놓고 파는 까눌레나 휘낭시에같은 구움 과자도 괜찮지만 딥스의 메인 메뉴라면 역시 디저트 플레이트입니다.
보통 4~5가지의 디저트 플레이트가 있는데, 그중에는 계절 한정으로 판매되는 것도 있습니다.
이건 시그니처 메뉴의 하나인 오미자 몽블랑.
몽블랑을 비롯한 밤을 이용한 과자들은 '바밤바'의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는 말이 있죠.
아무리 고급스럽게 만들어도 "바밤바 맛이네"라는 평가밖에 못받으니까요.
이곳의 오미자 몽블랑은 밤 크림 외에도 마스카포네 크림과 오미자 인서트를 추가하면서 맛을 더했습니다.
디저트를 처음 딱 잘라보는 순간 '사장님이 배우신 분이구만'이라는 감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맛의 배치를 고려해서 레이어를 잘 쌓는 건 취미나 독학으로 터득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왠지 유럽 정통파보다는 미국쪽 컨템프러리 페이스트리의 느낌적인 느낌이 나는데 다음에 가면 혹시 CIA 나왔냐고 물어봐야겠습니다 ㅋㅋ
여름 메뉴, 슈가 비치.
머랭, 수박 그라니따, 코코넛 가나슈 몽떼, 메밀 스트로이젤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구성.
달고,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수박을 이렇게 얼려서 그라니따로 만드니까 좋네요. 나중에 집에서 해먹어야지.
숲속 베리.
안쪽에 블루베리 쿨리를 잔뜩 채워넣고 딜 가나슈 몽떼와 엘더플라워 크림으로 덮은 조그만 타르트입니다.
숲속 베리라는 이름을 지을 때는 민트를 비롯한 각종 허브를 잔뜩 올려서 숲 느낌을 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을법도 한데
깔끔하게 딜 세조각만 올린 자제심이 돋보입니다.
칼로 자르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블루베리 쿨리를 크림과 함께 싹싹 긁어먹습니다.
근데 인간적으로 포크 넘나 작아요...-_-;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연남동 카페에서 디저트만 놓고 봤을 때 카페 꼼마 얀 쿠브레, 포포민즈낫띵과 함께 Top3로 꼽는 곳입니다.
나름 외곽지역에 숨어있는 가게라 다른 두 곳에 비하면 웨이팅도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도 9800원이면 비싼가 싶다가도 다른 가게들이 만원 넘게 가격 책정해놓은 거 보면 뭐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분기별로 시즌 한정 메뉴가 나오는 카페인지라 여기에만 오면 입으로 계절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네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오감을 골고루 사용하는 행동도 별로 많지 않습니다.
코로 향기를 맡고, 눈으로 보고, 혀로 맛을 느끼고, 이빨과 입 안으로 음식의 질감과 온도를 느끼니까요.
그나마 자극이 약한 것은 청각입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고기를 굽거나, 바삭한 튀김이 입 안에서 부서지는 소리는 들리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그렇게 대단한 청각적 효과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레스토랑의 배경 음악은 꽤나 중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카페의 메인 메뉴가 음악이고 커피나 술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턴다운서비스 역시 '음악'을 식탁에 올려놓는 카페 중의 하나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LP판이 쌓여있는 감상 공간도 보입니다.
'저장' 버튼에 그려진 플로피 디스크도 실물로 본 적이 없는 MZ세대에게는 좀 낯선 물건일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턴테이블 특유의 노이즈 섞인 음색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원래 턴다운서비스는 호텔에서 침대 정리 해줄 때 쓰는 용어인데, 그래서인지 카페 느낌부터가 깔끔하게 정돈된 차분한 느낌입니다.
안내문에도 대화는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음악 듣기 딱 좋은 곳이지요.
시그니처 메뉴는 놀랍게도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에 진심인 사람인지라 이렇게 제대로 만든 땅콩 아이스크림을 만나니 반가움을 감출 수 없네요.
파이는 베리 파이를 주문했는데, 어떤 파이를 시켜도 다 맛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파이는 거들 뿐, 진짜는 아이스크림입니다.
왠지 예전에 직접 만든 파이에 아이스크림 곁들여 먹던 게 떠오르네요. (링크)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떠먹으면 몸과 마음의 갈증이 모두 충족되는 기분입니다.
LP룸에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도 있던데 다음에 오면 한 번 들어봐야 겠네요.
연남동 길거리를 거닐다보면 사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가게들이 몇 있습니다.
조 앤 도슨(Jo & Dawson) 역시 그 중 하나.
간판에는 자랑스럽게 지역사회에 차와 밀크티를 공급한다고 되어있습니다...만. 프렌치 토스트 맛집으로 더욱 유명한 가게입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그닥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었네요.
테이블이 아니라 카운터석인데, 그 덕에 눈 앞에서 바로 프렌치 토스트를 지지고 볶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습니다.
한줄기 서광이 빵을 향해 내리쬐는 성스러운 모습입니다.
우유와 달걀에 부드럽게 적신 토스트의 겉면을 버터 넉넉히 둘러가며 바삭하게 굽고 슈거파우더와 메이플 시럽을 뿌렸습니다.
한쪽에는 너무 느끼하거나 달아서 질릴 경우를 대비해 말돈 소금도 한 꼬집 올려뒀네요.
솔직히 말하면 완전 제 취향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식빵 질감이 약간 살아있는 프렌치 토스트를 좋아하는데, 조앤도슨은 거의 녹을만치 부드럽거든요.
근데 개인의 취향따위 씹어먹고 압도할 정도로 퀄리티가 좋습니다. 프렌치 토스트만 놓고 보면 서울 시내에서 이만치 하는 가게가 많지 않을 듯 싶네요. '내 입맛에는 빵이 너무 부드러워. 근데 존맛탱! 분하다!'라는 느낌.
밀크티 역시 훌륭합니다. 다만 주문 받을 때 "아이스로 하면 좀 묽어지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어보는게 좀 아쉽습니다.
엄근진한 표정으로 "그러면 밀크티를 얼려서 만든 얼음을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라고 꼬장부리고 싶지만, 이번이 첫번째 방문이라 참고 넘어갑니다.
다음에는 "어차피 들어가는 밀크티의 양은 똑같잖아! 밀크티를 얼려서 넣어달라고! 번거로운 것 때문에 그런다면 천원 더 받으면 되잖어!"라며 난리친다는 사악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홍대와 연남동 쪽은 구축 빌라가 다닥다닥 붙은 골목길 동네라 주차 공간 찾는 게 쉽지 않은 곳입니다.
집에서 버스 한 번 타면 15~20분이면 도착하는지라 평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간혹 차를 갖고 나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그나마 공간이 넓은 (하지만 가격은 비싼) 사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얼른 커피 한 잔 마시고 나오기도 하지요.
이런 목적에는 귀염뽀짝하고 웨이팅 긴 소형 카페 대신 프랜차이즈와 감성카페 중간 그 어디쯤에 위치한 중형 카페가 더 잘 어울립니다.
공명 연남점 역시 그런 카페입니다.
여러 책이 꽂혀있는 북카페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한 종류의 책으로 벽면을 도배한 건 처음 보네요.
일류의 조건이 주루룩 늘어서 있는 것을 보니 왠지 현대미술 같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바로 옆의 청수당 공명과는 상반되는 컨셉.
디저트 역시 시그니처 디저트라고 하기엔 뭔가 특별함이 없지만, 그래도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레벨이 높은, 그런 느낌입니다.
비스킷 슈와 스콘, 까눌레를 메인으로 미는 듯.
5월달에 방문했을 때 시즌 한정으로 판매하던 꽃모양 비스킷슈.
그리고 커피 원두가 독특합니다. 홍대 주변에 카페 공명이 연남, 합정, 홍대, 청수당 이렇게 네 군데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중에서 연남과 합정, 홍대의 이름을 딴 커피가 있습니다.
연남은 밸런스 잡힌 맛, 홍대는 산미가 강한 맛, 합정은 디카페인.
연남과 홍대를 하나씩 주문했는데 나름 괜찮습니다. 플레인 슈와 함께 먹으면 달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겠다 싶은 조합.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넓은 공간과 넉넉한 '시간' 인심이겠지요.
다른 연남동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른 먹고 나가주세요'라는 무언의 압박이 없어서 홀가분합니다.
스타벅스는 너무 뻔하고, 소형 카페는 너무 사람이 북적여서 싫은 사람이라면 나무 그늘에 숨어 한나절 보내는 느낌으로 쉬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