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그녀, 인연이 있다면 그땐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께요.

스물넷,,젠장..20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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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 있었던 일이에요~

 

 

 

 

복학을 앞둔 나는 자취방도 구하고 선배들도 볼겸 오랜만에 학교에 올라갔다.

 

원주에서 춘천이라 한시간 거리.

 

실험과 세미나에 치여사는 선배들이라 다음날 세미나를 위해 이른 밤에 술판을 접고

 

내일 학원을 가야했던나는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터미널에서 내렸다.

 

술도 먹었고 자고 일어나서 렌즈도 뻑뻑하다.

 

눈을 부비적거리며 눈물샘을 자극했고

 

각막에 촉촉한 눈물이 덮이며 밤바람과 취기는 

 

귓가에 울리는 리쌍부르스와 함께 날 추억속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떠오르는 그녀...

 

'Oh~ lovin you... 수줍은 미소... lovin you 부드러운 두손...'

 

 

 

 

 

 

그때, 누군가가 다가오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

 

눈물을 훔치고 이어폰을 거두어 그녀를 확인했다.

 

"......................

 

20대후반? 30대초중반? 알 수 없는 연륜으로 다양한 연령으로 추정가능한 그녀는 내게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을 걸고 있었다.

 

"...... ............. 입니다."

 

한국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 입니다."

 

속사포랩을 구사하는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고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생을 구제하고 깨달음을 얻기위해 수행중인 수도승입니다."

 

'도를 믿습니까?' 분위기였다.

 

"혹시 시주님이나 시주님 부모님께서 절에 다니십니까?"

 

나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잠결과 술에 취한 게슴츠레 상태'로 자연스럽게 내 몸과 안면근육을 인도하였다.

 

"시주님 저는 수도승입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귀인에게 덕담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별 다른 뜻은 없습니다. 시주님, 시주님에게 제가 귀인이 될수가 있습니다.

 

귀인, 귀인이란 당신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그 언젠가든 당신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있는 기회를 주는 인연입니다. 시주님, 기회는 놓치시면 안됩니다.

 

시주님은 사주가 물과 같아서 주변환경에 따라 자신을 억압하고 억압 받으며 살아오셨을겁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만, ..."

 

그녀는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난 나도모르게 그녀의 언변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시주님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그리고 그 때부터 사주풀이는 시작되었다.

 

나의 사주는 물과 같지만 또한 불과 같아서 내면의 화로 인해 순탄치 않은 힘든 삶을 살거라고 하였다.

 

또한 불과 같지만 물과 같은 사주로서 그 화를 기적적으로 자제하며 조상들의 업보에 억눌리는 삶을 살거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만큼 불안정한 내면을 지니고 있을거라 하였다.

 

 

 

'화'란 열이고

 

'자제력'은 물이며

 

'조상들의 업보'란, '주변환경'이라는 유리병속의 대기압의 공기를 뜻한다면

 

열로써 물을 증발시켜 대기압 이상의 압력으로 유리병이라는 주변환경을 깨뜨리라는 심오한 수도승님의 사주풀이에 나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의 해석에 스스로 뿌듯해 할 수 밖에 없기도 하였다.)

 

하지만

 

"내면의 불안정함은 누구에게나 있는겁니다."

 

씨알도 안먹히는 반박을 해보았다. 마침 옆에 있던 강아지한마리.

 

"저 짐승을 보십시오 마음이 얼마나 평안합니까?"

 

'저 강아지의 내면에도 혼돈이 존재 할 것입니다.'..

 

라고 반박해보려하였으나 그 강아지의 평온한 눈망울...

 

대단하다, 난 이미, 나의 짧은 수행으로는 이분을 감당할 자신이 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허나 헤어나오기는 이미 늦은......

 

As time goes by.. 대략 사주풀이가 끝나고 난 고마움을 전하며 자리를 뜨려하였다..

 

 

그러나

 

"아직 본론도 안들어갔는데..."

 

그렇다 그녀의 목적은 사주풀이가 아닌 덕담이었던것이다...

 

"지금 너무 추운데.. 제가 술도 먹어서요.."

 

"그럼 저기 캔커피나 마시면서 얘기 들으시겠어요?"

 

그녀는 내게 자리를 잡고 얘기를 나눌것을 권하였다.

 

'감상에 젖어 방심했던 내가 실수였다..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 .'

 

난 30분에 걸친 그녀의 설득을 무시하고 미안하지만 단호히 호의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시주님 수도승은 아무에게나 덕담을 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시주님께 보이는 전생과 인연의 기운을 느끼고 그들에게,

 

그들이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어도 상관없는 하나의 기회를 드리는 것입니다.

 

시주님의 삶은 조상들의 업보에 억눌려 노력만큼의 결실을 얻기가 힘들 것이고

 

얻은 만큼의 성취를 이루지 못하실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주님의 코를 보니 재물복이 있을 것이고

 

관상을 보니 기회를 얻어 조상들의 업보를 물리고 원하는 바를 이룰수 있음이

 

어찌 지금을 기회로 여기시지않는다는 겁니까?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으면 됩니다. 약간의 손해가 두려워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이만큼이나 대화내용을 기억할만큼 난 집중하였었지만..

 

그녀의 악에 받친듯한 덕담에 내몸은 뒷걸음쳐지고있었고,

 

 

난 무서웠다.

 

 

난 필사적이었고 마음을 속일 수는 없었다. 싫으면 싫은거다. 캔커피 살 돈이 없다.

 

"저랑은 인연이 아니신가봅니다. 거절하고 싶은 제마음을 어찌 속인단말입니까.."

 

분위기에 휩쓸려 사극을 찍고 있었다....

 

그녀의 저항은 완강했지만 나의 마음은 단호했다.

 

그리고 몇마디 나눈 후 그녀는 아쉬운 눈빛으로 내게 한마디하였다.

 

"인연이 있으시다면 언제 다시 한번 만나겠지요, 아 그리고

 

결혼은 늦게 하시는게 좋습니다. 서른다섯? 또 여자를 조심해야 될겁니다,

 

결혼 할 때 까지는 꼭 여자를 조심해야됩니다."

 

그녀는 자신을 거부한 나에게 저주를 뿌려대고 있었다...

 

이건 뭥미.. '댁도 여자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꼭 물어봐야할 것이 있었다.

 

"연애는 상관없죠???"

 

"ㅋㅋㅋㅋㅋ^^ 네 그렇습니다."

 

영겁의 시간이 흐른듯한 그녀와의 대화가 정리되고 그녀는 또다른 희생자를 찾아 길을 떠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의 망막엔 주변의 시야가 비춰졌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쪽을 보면서 수근대고있다.. 핸드폰을 든 그들의 손들은 마치 112를 누르려는듯한 손동작을 취하고있었다..

 

그렇다..

 

시끄러운 터미널근처에서 소음에 침묵한 나와 그녀의 모습은 그들에게 있어 일촉즉발의 싸움구경이었던것이다......ㅆㅂ

 

택시안에서 나를 쳐다보고있던 그 택시기사분의 레이저가 나올듯한 정의감 불타는 심각한 눈빛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들에게 난...  나쁜남자였었을까...?  그녀에게 난... 정말 인연이었을까...?

 

그나저나 나.. 결혼은 어떻하지...ㅠ 여자 조심하라면서 연애는 어떻하라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