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난했어.

ㅇㅇ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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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5살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살게 됐어
낡은 5평짜리 옥탑방에서 주유소에서 일하며 삼남매를 홀로 키우셨지
퇴근을 하신 아빠한테는 휘발유 냄새가 진동했어
다른 날은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가득했지
10살이 된 난 학교가 끝난 날 집으로 들어왔어
아빠가 술에 취해 울고 계시더라
난 다시 집 밖으로 나가서 태권도장 건물 계단에서
3시간 동안 앉아 있었어. 나도 울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
난 돈이 없어서 학원도 태권도도 못 다녔어
용돈도 없어서 학교에서 가는 현장 체험학습은 늘 안 갔어
어느 날은 미술 준비물 점토를 사야하는 날이었어
미술학원에 가 선생님께 점토좀 달라고 했어
포장은 커녕 아이들이 쓰고 남은 점토를 주셨어
나는 행복했어. 편의점 검은 봉투에 넣어서 학교에 가져갔지
옆 짝꿍이 나를 보며 놀렸어. 큰 소리로 말이야
나는 볼과 귀가 빨개지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런 내가 한심했지
어느 날은 부모님 참관 수업 날이었어.
다른 아이들의 어머니는 예쁜 차림으로 오셨지만
우리 아빠는 주유소 복장으로 뒤늦게 오셨어
수업 도중에 문을 여니 모든 아이들이 쳐다봤고
한 아이는 크게 소리쳤어. 누구 아빠야? 하고.
나는 아빠 얼굴을 일부러 안 쳐다봤어.
수업이 끝나고 내 이름을 부르는 아빠를 살짝 밀치며 가라고했어
아빠는 내 책상에 부서진 손바닥 사탕 1개를 놓고 말 없이 가셨어
나는 아빠의 초라한 모습에 쪽팔리고 화가 났어
그 파란 손바닥 사탕은 교실 쓰레기통에 쎄게 던졌어
난 그 날을 후회해. 그 이후로 아빤 참관 수업에 올 일이 없었으니까.

난 아파트도 빌라도 주택도 아닌 옥탑방 5평짜리 집에서 살았어
난 가난해서 늘 저녁까지 아빠가 오길 기다렸고
배에선 꼬르륵소리가 진동했어
옛날 작고 낡은 티비에서는 스타킹예능을 하는데
매운음식 잘먹는 사람을 소개하고있더라고
강호동은 그걸 먹다가 다 뱉고
그 음식이 너무 아까웠어 그걸 또 보며 침을 흘렸지
결국 늦은 밤 아빠는 집에 왔지만 육개장 컵라면 1개를 사다주셨어
난 그거에 행복했어 국물까지 긁어먹었지만 부족했어
그래도 만족했어 허기는 채웠으니까
다음날 카트라이더 책가방을 메고 등교를 했어
옥탑방에서 나오는 게 쪽팔린 어린 초등학생은
일부러 10분 늦게 나와서 학교를 갔어
다른 아이들은 아파트 , 빌라에서 어머니가 나와 마중을 하곤 했지
어느 날은 도시락을 싸오는 날이었어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이 정성스럽게 싸준 예쁘고 멋진 도시락에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지
하지만 난 김밥천국에서 파는 은박지에 감싸진 김밥 두 줄을 들고
모둠자리로 친구들끼리 서로 마주보며 먹었어
옆 선생님은 나에게 유부초밥을 먹으라고 건넸어
하지만 난 거절했어. 학교가 끝나고 화장실에 가 펑펑 울었어
김밥이 쪽팔려서가 아니라 부모님이 싸준 도시락을 먹고 싶었을 뿐이었어
그게 다야.

중학생이 된 나는 교복을 사러 아빠와 같이 갔어
하지만 교복값은 40만원대를 훌쩍 넘겼지
아빠의 표정을 바라봤지만 나를 보며 웃어주셨어
웬일인지 아빠가 바로 선결제를 하셨어
나는 너무 기뻤어 이런 모습의 아빠는 처음이니까.
하지만 다음 날 아빠가 교복을 들고 집에 들어오셨어
교복이 중고처럼 누가 입은 흔적이 보였지
하지만 어린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고등학생이 되고 아빠는 술에 취해 내게 말씀하셨어
그 날 결제한 교복은 몰래 환불하고 중고로 이웃에게 얻었다고.
어느 날은 조금 노는 아이가 내게 담배를 알려줬고
난 줄곧 담배를 폈어. 교복에서 담배 냄새가 나 아빠에게
들켰고, 아빠는 각목으로 나를 때렸고 멍이 들었지
아빠는 돈은 신경 쓰지말고 공부만 하라고 하셨어
난 평생 그렇게 화를 내며 우시는 아빠를 처음 봤지
다른 날은 수학여행 30만원이라는 가정통신문을 아빠에게 가져다줬어.
아빠는 가정통신문을 보시더니 " 싸네. 갔다와 " 라고 하셨지
아빠의 마음이 읽히지만 나는 갔다왔어. 아빠에게 30만원이란 돈은
많은 시간을 들여 일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