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의 관계.. 이젠 너무 지칩니다

ㄴㄴ2024.11.29
조회1,897

안녕하세요
30대 여자입니다.
결시친에 올리는 이유는 저보다 더 먼저, 오랜시간동안 부모님과의 갈등을 겪어보신 선배들이 많기에 언니들, 이모들에게 털어놓고 싶었어요.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20대때부터 약 8년 이상 정신과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약을 복용하게 된 증상은 심각한 불면증이었지만, 불안장애와 양극성장애(조울증)이 심각했고, 지금은 다행히 저를 많이 아껴주는 남자친구를 만나 조금씩 약을 줄이고 있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종교에서 찾으셨고 (사이비 아님.) 아빠는 엄마의 봉사정신 등 그당시 신실해보였던 엄마의 모습에 만난지 얼마 안되어 결혼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앞서 말씀드렸듯 낮은 자존감을 교회안의 봉사활동을 통해 주목받고 인정받는걸로 채우면서 정말 심한집들만큼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가정보다 교회활동이 우선이었고, 그런 부분에 있어 아빠와 마찰이 잦았습니다.

아빠 생신이 여름이라 늘 여름성경학교때문에 거의 매년 아빠 생신에는 집이 냉전상태였고, 교회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저나 제 동생이 다른 아이들로부터 당하는 부당한 일들은 모른척하셨습니다. 초등학생때, 제 생일이 방학이라 따로 생일파티를 하지 않았는데 9월에 교회에서 7,8,9월 생일자들 생일파티를 한다고 해서 친구들을 데려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고맙게도 친구들이 노트나 악세서리함 같은 작은 선물들을 준비해와서 너무 고마웠는데 엄마는 그 선물들을 모조리 교회 창고에 처박고는, 다른애들은 선물 못받는데 너만 받으면 어떡하냐며 압수하시고는 돌려주지 않으셨습니다. 학생때, 교회 언니오빠들과 싸우면 동네 창피하다며 왜 일을 키우냐고 꾸짖고 제 편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본인 기분이 안좋으면 아침부터 사소한 일로 엄청나게 짜증을 내고는 제가 학교에 가고 본인 기분이 풀리면 문자로 미안하다고 하는 일이 반복되어 고등학교 때 까지는 아침마다 울상으로 등교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교회 피아노 봉사를 10살때부터 20살때까지 10년동안 하면서, 예배에 빠지면 안된다는 엄마의 말에 고2때는 일요일 오전에 출발하는 수학여행에 혼자 일요일 오후 비행기로 바꿔 탈만큼 순종적이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맞는 줄 알았고 다 말하지 못한 부분들도 많아 이제는 교회에 신물이 나서 21살부터는 교회에 다니지 않습니다.

아빠는 늘 엄마와 부딪히고, 두분이 싸우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달간 집이 냉전이었습니다. 윗부분만 보면 엄마만 문제처럼 보일 수 있으나 아빠는 늘 중학교 중퇴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나를 무시하냐는 말을 달고 사셨고, 자식들이 힘들어하는 것 보다 본인은 이렇게 힘들게 살았다며 자신을 더욱 안쓰러워하면서 자기를 이해해달라고 하시는 분입니다. 아버지 형제가 목사인 교회를 함께 다니셨고 엄마가 특정 기간에 저희를 데리고 교회에서 철야를 하면 아빠는 다음날 아침 집 문을 잠그고 교회에서 살지 왜 왔냐며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통제가 심한 분이라, 20살에 제가 더이상 교회에 나가고싶지 않다고 하자 집안 분위기가 무섭도록 저를 압박하고, 저는 아빠의 무언의 협박속에 이러다 한대 맞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기도 하며 다시 교회에 나간 적도 여러번입니다.

어릴적,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에 당연히 엄마가 나쁜일을 하는게 아니고 교회일을 열심히 하는건데 아빠는 왜저럴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아빠가 너무 이해가되기도 하면서 어린 저와 동생들에게까지 그렇게 대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해 씁쓸하기도 합니다.

모든 일을 다 쓰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살면서 모든 순간이 불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어릴적부터 저는 엄마아빠 사이를 조율하는 존재, 어른아이로 자랐고 20대 중반부터는 아예 독립해서 살고있습니다.

어른이 되니, 아빠가 가족을 위해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셨던 부분에 많이 공감이 되어 아빠와 멀어졌던 관계도 회복하고 잘지내는것 같았지만 따로 살아도 아직 가족관계는 유지하고 있던 터라 두분의 불화에 엄마의 하소연을 듣는것도 지치고, 제가 그동안 엄마에게 상처받았던걸 쭉 얘기하며 엄마의 이런부분이 힘들었다 진솔하게 관계회복을 위해 대화를 시도했을때도 돌아오는건 너 엄마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나중에 후회한다 는 자기방어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표면적인 관계로만 지내고, 명절에만 얼굴보는 식이었는데 그게 불만이었는지 이번 설에 엄마는 네가 엄마를 무시한다며 이런식이면 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아직 날짜가 잡히거나 예정된 부분이 없음)는 말을 해서 아 이사람과는 관계를 끊어야겠다 하고 설 아침당일 혼자 집에 올라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엄마와 연락하지 않습니다. 카톡이 오고 전화가 와도 일방적으로 무시하구요.

아빠와 관계가 좋아지며 아빠에게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나는 엄마가 버겁다. 아빠도 엄마가 버거운것 같으니 둘이 이제 그만 이혼하고 편하게 사셔라 라는 말도 자주 했으나 아빠는 가정을 지키고싶다 말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잘못해서 엄마가 저렇게 된것이나 너희가 엄마를 맞춰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늘 얘기하십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가정이 이래서 아빠 마음이 우울하다 불편하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장문의 카톡을 종종 보냅니다.

이번 추석에 집에 내려가지 않으니 아빠에게 또 우울하다 어쩐다 하는 카톡이 와서 저도 참지못하고 장문의 카톡을 보냈습니다.

[최근에 약을 줄였다가 다시 원래대로 먹게되면서 나도 여유가 없어서 솔직히 말할게 아빠.

저번 일이 있고나서 나는 적어도 이정도까진 아니겠지 했던 선이 완전히 무너졌어. 남들처럼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엄마가 아니라도, 자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약점잡듯이 볼모삼아 협박하는 것에서 아주 큰 실망을 느꼈고 수렁에 빠져있던 나를 다시 여기까지 끌어올려준 **오빠도 나중에 나같은 대우를 받게될까 걱정이 많아.

내가 **오빠를 좋아하고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신뢰하게 된건 오빠를 만나고 내가 먹는 약의 양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부분도 커. 그만큼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고 그 전의 나보다 더 나은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그래서 더 엄마가 용서가 안되고.

몇가지만 엄마아빠가 약속하고 지켜준다면 나도 남들만큼의 화목한 부모자식간은 못되더라도 노력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첫째, 종교에 대해 권유하지 말아줬으면 해.
엄마아빠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볼꼴 못볼꼴 많이 보고 자랐고 엄마아빠가 지난 20년 내내 매일 싸웠던 문제도 10개중에 9개는 종교관련 갈등이었어. 교회는 나에게 아무런 마음의 위안이나 삶의 지침이 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지금은 별로 종교에 대해 생각하고싶지 않아. 특히 엄마가 말하는 기독교는 더더욱 반감이 생겨.

둘째. 엄마아빠 두사람의 문제는 두사람이 해결했으면 해.
두 사람이 30년동안 살아오면서 벌써 조정이 끝났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좋은 관계로 지내려는 노력만 하기에도 벅찬데 두 사람이 하는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까지 포용하지는 못할 것 같아.

셋째. 얘기하기 싫다고 말했뎐 부분들을 다시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분명 내가 엄마아빠의 조언이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듣고 따랐어. 그런데 내가 특정 주제나 대상에 대해 말하기 싫다고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시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원래 서로 노력하는 관계에서는 서로가 싫어하는 부분을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해.

넷째. 결혼 후 **오빠에게도 위와 같은 부분을 동일하게 적용해줬으면 해.
분명 엄마아빠는 결혼하고나면 나보다 **오빠가 더 대하기 편하다고 생각할거야. 오빠는 나와는 달리 엄마아빠한테 싫은소리 한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거고, 최대한의 예의를 다 갖춰서 엄마아빠를 대할테니까. 나 정신과약 오랜시간 먹고있는 것 때문에 나중에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까지 다 생각하고서도 내 옆에 있어주기로 결정한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힘들었던 부분을 똑같이 겪게 하고싶지 않아. 엄마아빠에 대해서 좋은 기억만 가지도록 해줬으면 좋겠어.

다섯째. 명절 등 집에 내려가야할 일이 생겼을 때, 나도 노력하고 있으니 엄마아빠도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신경써서, 노력한다고 내려갔는데 집안 분위기가 싸하면 다음번엔 가고싶지 않아져.

위에 언급된 부분들을 지켜준다고 약속한다면 나도 평범한 가족관계가 되도록 노력한다고 약속할게]

아빠는 이 카톡을 읽고 답장하지 않으셨습니다. 다시한번 절망을 느끼고 있었는데 외국에 나가있던 동생이 5년만에 잠깐 한국에 들어올 일이 생겼습니다. 동생도 부모님이 버거워 외국생활을 택했고, 원래 한국에 2주간만 있을 예정이었으나 저희집에서 한달정도 머물다가 다시 출국했습니다. 부모님은 동생이 오래 한국에 있게되면 다시 집으로 오라고 하실 것 같으나.. 동생이 그러면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고 예정대로 2주동안만 있다가 출국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예정해두었던 출국일 아침에 아빠에게 전화가 왔지만, 몸이 너무 안좋아서 바로 받지 못하고 몇시간 뒤 디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때 아빠는 왜 바로 다시 전화하지 않았냐며 엄청 짜증을 냈고, 아파서 동생 출국시키고 집에와서 한숨자고 연락드린거라고 하자 그래도 바로 전화한통 할수 있는거 아니냐고 억지에 꼬투리잡기끼지.... 진짜 왜이러나 싶을정도로 싸우자는 분위기였습니다. 첨부터 좋게 얘기했으면 내가 감정상할일 없지않았겠냐 말하니 니가 감정상할게 뭐가있냐며 아빠가 그런말도 못하냐고 버럭하곤 다시는 연락하지말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 나는 이제 진짜 부모가 없는게 낫겠다 라는 마음이 들었고 이제 아빠도 끊어내야지 하고 한달이 지났는데, 오늘 갑자기 아빠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아빠가 정년퇴직하면서 심리적으로 부담(심리적 위축)이 있었던것이 사실이다. 아빠가 너한테보냈던 이야기에 너의 답변과 관련한 요구내용이 너한테는 중요한일이었겠지만 아빠한테는 많이 속상한 내용이기도 하지. 그래서 그 여파가 &&이(외국사는여동생) 왔다간날 너한테 그렇게 표출됐었는데 자식들한테도 가볍게보여지는것 같아서 그때 아빠 맘 상태가 그랬다.

너가 이야기한 첫번째는 아빠가 지금까지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할 삶의 근간(가치관)을 자식한테 부정당하는꼴 이어서 화가 났다기보단 슬펐고 허무했다는 마음이 맞을거다. 아빠가 너한테 신앙의 선배로서 좋은 영향력을끼치지 못한것에대한 후회와 반성이 결합된 슬픔이라고 해도 되겠지.ㅠ
종교에 대해 강요하진 않겠지만 기회만되면 이야기해 주고싶은 중요한일인것은 솔직한 마음이다

두번째로 아빠 엄마의 불편한 기운들때문에 너가 마음이 불편했다는것 늘 미안하게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겠니 아빠입장에선 엄마를 이해해주다가도 지치고 힘들어서 그랬는데 그런걸 내색안하려고 해도 아빤 그런유전자가 부족해서 완전히 감출수가 없는걸~ 어떻게든 이 부분은 개선되도록 하마.

아빤 그간 억지삶을 살아왔다. 아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삶(엄마도 그랬겠지만)이라서 어떤식으로든지 중간에 포기안하고 너희들이 성장해서 성인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 낼때 쯤엔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자유로와 지리라 맘 먹었고 아빠의 삶의방식을 엄마가 불편해하든말든 아빤 아빠방식을 고집해왔단다. 그게 엄마와 아빠의 문제였어.
엄만 그런 아빠의 삶에방식에 대해 못마땅해 했으니까~

집안에서 자식들앞에서 좋은모습 보여주지못하고 살면서도 다른사람들앞에선 안그런척 하고 살아온 삶에대해 아빠가 얼마나 우울하고 마음이 힘들었었는지에 대해선 더 이야기 안할께.
이 모든게 가장인 아빠가 무능력하고 무기력하게 가정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서 아빤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아~
이제 너희들도 성인이 되었고 00(막내남동생)이가 학교 졸업하고나면 아빠는 이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왜이리 힘드는지 모르겠다. 아빠의 삶에서 엄마를 밀어내고 있는데 엄마를불쌍하게 여기는 맘보다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왜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어떤식으로든지 아빤 엄마와 같은공간에서 더이상살수없고 살고싶지도 않다. 너희들한테도 늘상 불편해하는 모습 보여주기도 싫고~

아빠가 왜 그런이야기를 하냐고 너 불편하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아빠가 살아온 삶이 그랬다고 한번은 말해줘야 할것 같아서 하는거야.
날씨가 추워지는데 아프지않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글구 아빠의 응원이 필요하면 이야기해라~ㅎ
너 한테 늘 미안한 마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줘서 고맙다. 아빤 네가 선택한 삶을 존중하고 응원한단다. 중간에 포기하지말고 건강한 가치관과 긍정적인 맘으로 살아주길 바란데이~]


끊어내야지 하는데도.. 내후년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자고 약속해뒀고 신부측 혼주가 없으면 나중에 나올 말들에 제가 상처받을까 걱정된다며 그때까지만 적당히 맞춰드리면 안되겠냐는 남자친구의 말에도 신경이 쓰여 하루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네요.. 너무 막막해서.. 누구에게든 위로나 조언을 받고싶습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