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저는 비오는날을 아주 싫어해요
제가 아주 어렸을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그당시에 여자가 혼자 애를 키운다는건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는 일이었고 그지같은 놈들이 추근덕거리며 들러붙던 때였어요
그래서 엄마는 죄도 없는데 죄인이 되어 저를 데리고 고향을 떠나 낯선동네로 이사를 하셨죠
처음엔 꽤 좋았어요 동네 어른들의 손가락질과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우리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래” 라는 차가운 말로 하루 아침에 뒤돌아 서는걸 경험했던 저는 새로운 동네에서 새출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엄마랑 둘이 산다는거, 제가 아빠가 없는거, 엄마가 이혼녀라는 사실은 금방 소문이 났고 저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아빠 없는애’ 또는 ‘이혼가정 아이’로 불리며 컸어요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그런 시선이나 손가락질은 참을 수 있었는데 제가 견디기 힘든게 딱 하나 있었거든요
비오는날
아침부터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학교에 가지만 아침에는 분명 비가 안왔는데 하교할때 비가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우산을 들고 데리러 오셨지만 저는 엄마가 가장 역할도 하다보니 오실 수 없었죠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날도 있었지만 혼자 학교에 남는게 무서워서 빗속을 달렸던 일이 더 많았던거 같아요
달리는 제 뒤로 들리는 친구들의 비웃음 소리가 내리는 비보다 더 아파서 저는 강박적으로 우산을 챙기기 시작했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131에 전화를 해서 오늘의 날씨를 듣는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주 조금이라도 흐리거나 묘한 기분이 들면 우산을 챙겼어요
‘비 안오는데 왜 쟤는 맨날 우산 들고 다녀?’ ‘우산녀다!’ 라는 놀림이 따라 붙었지만 빗속을 외롭게 달리는게 더 싫어서 우산을 꼭 챙겼어요
뭐 아예 친구가 없었던건 아니에요
손가락질 덜 받으려면 순하고 착하고 밝은척을 해야했으니
저를 재밌어하며 따르던 친구들도 꽤 있었어요
그 중에 한명이랑은 단짝처럼 붙어다니기도 했었죠
단짝은 원래 학교내에서 좀 겉도는 친구였는데 제가 많이 챙겨주고
반장이 하고 싶다길래 친구들을 선동해서 반장으로 밀어주기도 했었죠
네. 저는 우리가 정말로 ‘단짝’ 이라고 생각했던거에요
그러던 어느날 131에 전화했는데 강수량이 많지 않다고 했고
엄마도 괜찮을거라고 우산 챙기지 말라고 했던 날,
그럼에도 불안해서 저는 우산을 챙겨 학교에 갔어요
3교시쯤 비가 내렸고 우산을 챙겨와 다행이라며 안심했었어요
그런데 하교할때 보니까 제 우산이 없는거에요
우산이 없으니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단짝도 우산이 없다고 해서 둘이 비가 좀 그칠때까지 학교에 있자고 했는데
제가 화장실 간 사이에 콜렉트콜로 전화해서 자기 엄마를 불렀더라구요
단짝의 엄마는 우산을 하나 쓰고 또 하나를 들고 학교로 오셨는데
단짝은 엄마랑 나란히 우산을 쓰고 저를 모르는척 하고 집에 돌아가는거에요
저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면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나도 같이 가’ 라는 말을 꾹 눌러 삼켰어요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단짝이 그날 제 우산을 버렸고 내가 이혼가정 아이라 불쌍해서 놀아준다고 말하고 다녔던걸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는 혼자를 택했습니다
다가오는 친구들도 다 가식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죠
그 뒤로는 뭐 특별할거 없이 늘 그렇듯 불쌍하고 가여운 애, 그래도 착하고 성실한 애, 일찍 철든 애, 공부는 잘하는 애 정도의 평가를 받으며 10대를 보냈어요
비오는날을 싫어하며 우산을 강박적으로 챙기면서 말이죠
지금은 서른을 앞둔 29살인데 제가 처음으로 돈 모아서 산게 바로 자동차에요
비오는날이 미치도록 싫어서 처량하게 비맞는게 싫어서 차부터 샀어요
좋더라구요
언제 어딜 가든 차를 끌고 다니니까 더이상 비오는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서 좋았어요
악착같이 살아서 꽤 괜찮은 기업에 입사를 하고 승진해서 대리를 달고 빚내서 집도 사고 그렇게 나름대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인데
가끔 속에서 울컥하고 뭔가가 올라와요
무언가에 쫓기는 악몽을 종종 꿔요
아침에 비가 올거 같은 날이면 충동적으로 연차를 쓰고 집에서 멍하니 앉아 있어요
그러다가 오후에 비가 내리면 집 바로 뒤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요
우산을 쓰고 비닐 우산 두개는 품에 안고서요
초등학교 정문 옆에서 우산 없는 아이들이 있는지 봐요
가끔가다 비 맞고 뛰어가는 아이들이 있으면 우산을 건네주고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해요
아이들은 감사하다며 우산을 받아서 쓰고 가요
그 뒷모습에 저는 조금 위안을 받아요
그래도 가장 위로되는건 비맞고 가는 아이들이 없을때에요
챙겨나온 비닐 우산은 쓸모없어졌지만 그래도 저는 아주 크게 안심해요
시내에 위치한 상담센터에 갔더니 트라우마래요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면 진짜 어른이 되서는 어린아이로 살게 되는거래요
어린시절을 회피하지 말고 마주보고 극복해야한대요
선생님 말은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었어요
그런말을 들을걸 예상했지만 그래도 상담 간거에요
상담사 선생님은 한시간 가량 짧게 분석하고 해석해서 저에게 차가운 처방을 내려주셨어요
그 처방전에 30만원을 내고 돌아왔어요
제 마음속의 어린 아이는 자랄 생각이 없는걸까요
여전히 저는 20년 전 비내리던 날의 학교에서 벗어나지 못했나봐요
극복 할 수 있을까요
비오는날 트라우마..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요?
제목처럼 저는 비오는날을 아주 싫어해요
제가 아주 어렸을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그당시에 여자가 혼자 애를 키운다는건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는 일이었고 그지같은 놈들이 추근덕거리며 들러붙던 때였어요
그래서 엄마는 죄도 없는데 죄인이 되어 저를 데리고 고향을 떠나 낯선동네로 이사를 하셨죠
처음엔 꽤 좋았어요 동네 어른들의 손가락질과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우리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래” 라는 차가운 말로 하루 아침에 뒤돌아 서는걸 경험했던 저는 새로운 동네에서 새출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엄마랑 둘이 산다는거, 제가 아빠가 없는거, 엄마가 이혼녀라는 사실은 금방 소문이 났고 저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아빠 없는애’ 또는 ‘이혼가정 아이’로 불리며 컸어요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그런 시선이나 손가락질은 참을 수 있었는데 제가 견디기 힘든게 딱 하나 있었거든요
비오는날
아침부터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학교에 가지만 아침에는 분명 비가 안왔는데 하교할때 비가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우산을 들고 데리러 오셨지만 저는 엄마가 가장 역할도 하다보니 오실 수 없었죠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날도 있었지만 혼자 학교에 남는게 무서워서 빗속을 달렸던 일이 더 많았던거 같아요
달리는 제 뒤로 들리는 친구들의 비웃음 소리가 내리는 비보다 더 아파서 저는 강박적으로 우산을 챙기기 시작했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131에 전화를 해서 오늘의 날씨를 듣는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주 조금이라도 흐리거나 묘한 기분이 들면 우산을 챙겼어요
‘비 안오는데 왜 쟤는 맨날 우산 들고 다녀?’ ‘우산녀다!’ 라는 놀림이 따라 붙었지만 빗속을 외롭게 달리는게 더 싫어서 우산을 꼭 챙겼어요
뭐 아예 친구가 없었던건 아니에요
손가락질 덜 받으려면 순하고 착하고 밝은척을 해야했으니
저를 재밌어하며 따르던 친구들도 꽤 있었어요
그 중에 한명이랑은 단짝처럼 붙어다니기도 했었죠
단짝은 원래 학교내에서 좀 겉도는 친구였는데 제가 많이 챙겨주고
반장이 하고 싶다길래 친구들을 선동해서 반장으로 밀어주기도 했었죠
네. 저는 우리가 정말로 ‘단짝’ 이라고 생각했던거에요
그러던 어느날 131에 전화했는데 강수량이 많지 않다고 했고
엄마도 괜찮을거라고 우산 챙기지 말라고 했던 날,
그럼에도 불안해서 저는 우산을 챙겨 학교에 갔어요
3교시쯤 비가 내렸고 우산을 챙겨와 다행이라며 안심했었어요
그런데 하교할때 보니까 제 우산이 없는거에요
우산이 없으니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단짝도 우산이 없다고 해서 둘이 비가 좀 그칠때까지 학교에 있자고 했는데
제가 화장실 간 사이에 콜렉트콜로 전화해서 자기 엄마를 불렀더라구요
단짝의 엄마는 우산을 하나 쓰고 또 하나를 들고 학교로 오셨는데
단짝은 엄마랑 나란히 우산을 쓰고 저를 모르는척 하고 집에 돌아가는거에요
저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면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나도 같이 가’ 라는 말을 꾹 눌러 삼켰어요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단짝이 그날 제 우산을 버렸고 내가 이혼가정 아이라 불쌍해서 놀아준다고 말하고 다녔던걸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는 혼자를 택했습니다
다가오는 친구들도 다 가식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죠
그 뒤로는 뭐 특별할거 없이 늘 그렇듯 불쌍하고 가여운 애, 그래도 착하고 성실한 애, 일찍 철든 애, 공부는 잘하는 애 정도의 평가를 받으며 10대를 보냈어요
비오는날을 싫어하며 우산을 강박적으로 챙기면서 말이죠
지금은 서른을 앞둔 29살인데 제가 처음으로 돈 모아서 산게 바로 자동차에요
비오는날이 미치도록 싫어서 처량하게 비맞는게 싫어서 차부터 샀어요
좋더라구요
언제 어딜 가든 차를 끌고 다니니까 더이상 비오는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서 좋았어요
악착같이 살아서 꽤 괜찮은 기업에 입사를 하고 승진해서 대리를 달고 빚내서 집도 사고 그렇게 나름대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인데
가끔 속에서 울컥하고 뭔가가 올라와요
무언가에 쫓기는 악몽을 종종 꿔요
아침에 비가 올거 같은 날이면 충동적으로 연차를 쓰고 집에서 멍하니 앉아 있어요
그러다가 오후에 비가 내리면 집 바로 뒤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요
우산을 쓰고 비닐 우산 두개는 품에 안고서요
초등학교 정문 옆에서 우산 없는 아이들이 있는지 봐요
가끔가다 비 맞고 뛰어가는 아이들이 있으면 우산을 건네주고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해요
아이들은 감사하다며 우산을 받아서 쓰고 가요
그 뒷모습에 저는 조금 위안을 받아요
그래도 가장 위로되는건 비맞고 가는 아이들이 없을때에요
챙겨나온 비닐 우산은 쓸모없어졌지만 그래도 저는 아주 크게 안심해요
시내에 위치한 상담센터에 갔더니 트라우마래요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면 진짜 어른이 되서는 어린아이로 살게 되는거래요
어린시절을 회피하지 말고 마주보고 극복해야한대요
선생님 말은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었어요
그런말을 들을걸 예상했지만 그래도 상담 간거에요
상담사 선생님은 한시간 가량 짧게 분석하고 해석해서 저에게 차가운 처방을 내려주셨어요
그 처방전에 30만원을 내고 돌아왔어요
제 마음속의 어린 아이는 자랄 생각이 없는걸까요
여전히 저는 20년 전 비내리던 날의 학교에서 벗어나지 못했나봐요
극복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