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언젠가 누군가의 꿈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10)

이슬2004.03.18
조회722

 

 

-야 권도현..,그때 우린 그냥 불장난이였던거야.. 너무 어릴적 불장난..
-지금 당장 거절은 하지마..생각해보고 연락해라..

 

갑작스런 도현이의 말에 놀라 토끼눈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학시절 이후 처음으로 남자에게 받아온 고백인데...
마치 고등학교시절 옆학교 남학생에게 고백받은 것 마냥 두근거리고 떨리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일은...잠깐 흔들렸던 것 뿐이야..이미 지나간일이긴 하지만..
 나에게도 변명할 시간을 주면 좋겠어..
-나 들어갈게
-연락기다린다..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해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소정언니와 민재씨.. 도대체 어떤 사이였을까..
그리고 몇 년만에 나에게 다가온 도현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미주야 일어나 얘 안일어나? 오늘은 안나가니?
-으음....왜에...
-오늘은 데이트없어?

 

아참.. 일요일이구나...아이들이 기다릴텐데..하면서도 발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가연이도 있겠지..?
그래도 아이들 생각에 일어나 집을 나섰습니다

 

-선생님~~~~~~~~
-크리스티나 선생님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은 성당에 들어가는 입구까지 나와 옹기종기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선생님
-빨리들어가요~

 

너나 할것없이 나를 잡아끄는 이아이들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일주일이란 시간에 대한 기다림이 그만큼 컸다는걸 이야기 하는 듯 했습니다

 

-아빠 선생님 왔어~
-선생님 왔어요!!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앞치마를 하고 빨간고무장갑까지 낀

민재씨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아차 싶던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어보입니다..

난..민재씨의 그런 모습이 좋아...

 

-오늘은 조금 늦었네? 지각이야^^
-응..미안 늦잠을 자느라
-어제 많이 피곤하긴 했구나? 참 어젠 잘들어갔어?
-응...
-그래...^^

 

-근데 가연이가 안보이네.. 아직 안왔어?
-말도마.. 술병 났나봐..아침에 전화왔었는데 도저히 못일어나겠데..
 그래서 그냥 나오지 말라고 했어..^^
 너도 늦길래 오늘 못오는가보다 싶어서..나 혼자 이러고 있었는데...훗..

 

-뭐하고 있었어?

-으응..요즘 날씨 좋잖아..그래서 이불 빨래좀 하고 있었지..^^;
-어머..그런것도 직접해? 아이들 수도 많은데.. 세탁소에 맡기던가 하지..
-그냥 일요일이잖아..날씨도 좋고 그리고 다리운동도 하고..큭..
-그럼 나도 도울게^^
-아니야 괜찮아~

 

괜찮다며 손을 절레절레 흔드는 재민씨를 끌고 뒤뜰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민재씨가 일을 저질러 났는지 이불과 세제 그리고 큰대아안에

거품에 푹 담겨진 이불들이 보였습니다
 
-훗...이거 발로 밟고 있었던거야?
-이거 보기보다 잼있다니깐 다리 운동도 되고..^^
-그럼 가치하자..
-안돼 옷버리고 발에 물도 적셔야하잖...

 

민재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말을 벗고 대아안에 풍덩 들어갔습니다

 

-아 차갑다..
-거봐 그러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떻게해..아무리 날씨가 따뜻해도 그렇지..
-괜찮아 기분 좋은데^^

 

민재씨도 못말리겠다며 포기를 하고 그 큰대아안에 둘이 발을 담그고

빨래들을 지근지근 밟았습니다

 

-앗 차가워 일부러 그랬지?
-아니야~
-에이 일부러 그랬는데?
-너!~~~

 

물장난까지 치다보니 옷이 다 젖었습니다
서로 밀고 끌어당기고 어린아이가 댄 것 마냥 한참 장난을 쳤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악..!!!

 

발이 미끄러져서 넘어질뻔한 나를 민재씨가 꽉 잡아당겼습니다

-큰일날뻔.... 아..

 

민재씨가 나를 잡아당김과 동시에 우리는 몸도 얼굴도 가까워졌습니다
민재씨의 시선이 가까워지면서 심장소리는 커져만 갔고
주위의 모든게 다 멈춘듯했습니다..

 

-선생님~~~아빠~~~
멀리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 순간 정신을 차렸습니다

 

-괜찮아...?
조금 붉게 물든 얼굴로 민재씨가 내 손을 놓고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서 물었습니다
-으응...괜..찮아..

 

 

-선생님 아빠 소꿉놀이 해요
-네? 해요~~

-알았어 혜영아 잠깐만~
-얘들아 선생님하고 아빠하고 빨래하잖아~조금만 더 너희끼리 놓고 있어
-우리도할래 ~
-우리도 할수있어요!!
-훗...

 

아이들은 모두 신발을 벗고 뛰어들었습니다

-아 차가워~
-뭐가 차가워 시원하다 그치 아빠?
-너네 감기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우리 아빠는 아프면 안아프게 해주잖아^^

-대신 선생님이랑 아빠랑 빨래하는데 방해하는거 아니야 도와주는거야
-네~~~

 

한시간동안 빨래하는 시간보다  아이들이랑 정신없이 물장난만 친것같습니다
옷이 다 젖어버렸습니다..

 

수녀님과 아이들 한명한명 다 깨끗이 씻기고 새옷으로 갈아입혔습니다
일찍 저녁식사를 하고 피곤했는데 장난꾸러기들은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많이 피곤했지?
-아니야 재미있었는데뭘^^
-차 한잔하구 가..
-응...

 

가연이가 없어서일까..왠지 민재씨와 함께있는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자꾸만 빨리 가는것만 같아서 그 시간을 잡을수만 있다면하고
생각도해보았습니다

 

-참 신기하다 미주 너랑은 인연이 참 많다
-그러게..어제 나도 놀랬어..너가 성철선배랑 소정언니랑 아는 사이일줄이야..
-응 참 신기하네..
-소정언니 대학다닐 때 알던 사이라구?
-응?.. 응...

 

나의 착각이였을까.. 소정언니 이야기 나오면서  민재씨의 얼굴은 어두워졌습니다

 

-저기...근데...이런거 물어보면......
-응? 말해봐

 

지금이 아니면 물어볼 시간이 없을거야..민재씨와 단둘이 있을시간이 없잖아..

 

-저 소정언니랑....
-응..
-소정언니랑...그냥 누나동생같은 그런..사이였던거야..?

민재씨는 피식 웃어보였습니다

 

-그런말을 하는건 뭘 알고 있다는거지?
-아니..그..게 그게...
-거짓말쟁이 얼굴에 뻔히 들어나는데 뭘 그렇게 거짓말을 하려고 애쓰니?
-아니..난...

 

민재씨는 양손을 뒤로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소정누나.. 한때는 나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이였지...
-.......응

-소정누나를 알게되면서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어.. 그땐 너무 어려서 였을까...

 단지 동경이였을까..그리고 누나라기보다 여자로 느껴졌으니깐..
-.......

-좋아했어..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았거든..

 

-그런데...왜 소정언니한테 말안했어.. 아니 이왕 물어보는거 더 솔직히 궁금한게 있어
 성철선배랑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어?

-훗..소정누나한테 이야기했었어 성철선배가 누나한테 첫눈에 반해 누나를 쫒아다닐 때
 그때였던가..조바심이 생기더라..누군가 누나한테 그렇게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니깐..
 난 그렇지 못하잖아... 그래서 많이 조바심이 생겨서 그때 이야기를 했어
-바보..

 

-근데 난 알고있었어 소정누나에게 나는 친동생같았어
 알면서도...이때가 아니면 아니다 싶어서 누나한테 말했었지..훗..
 그리고 성철선배의 구애로 누나와 형이 만나면서 누난 날 소개했어..자기 동생이라고.......
-아....

-성철형도 알고 있을거야...내가 누나를 좋아했었다는걸..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결국은 누난 성철형에게 갔잖아..
 그리고 난..누나를 좋아하는 것 만큼 성철형을 좋아해
 하나는 잃었지만 둘은 얻은샘이야..그리고 누나가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그 사람까지 사랑하는법을 배웟어..누나를 위해서...

 

민재씨가 얼마나 소정언니를 사랑했는지..기억하는지...추억하는지..알겠습니다

 

-아직도니..?

-그 사람을 잊었다는건 거짓말일거고 아직도 사랑한다면 그것조차 거짓말이길바래..

 

 

                                        아는것보다 이해하는것이 귀하고

                                        이해하는것보다 사랑하는것이 귀합니다

 

                                        안다는것은 머리로 하는 일이고

                                        이해한다는것은 가슴으로 하는일이며

                                        사랑한다는것은 삶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삶 그 자체가 사랑임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머리로 알아야하지 않을까요..

 3월의 늦추위가 가슴까지 시리게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