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애 후 이별한 사람

케케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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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애 후 이별한 사람의 이야기

***신상을 위해 직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제 직업은 프리랜서(일이 다양함)입니다. 그 중 하나가 유튜브가 있었는데, 유튜브는 가끔씩 소소하게 하는 정도. 회계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직업이 이별의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 20살 때 A를 처음 만났습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다니고 있던 A는 만난지 200일(6개월, 크리스마스) 날 학교를 바꾸고 싶다며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 너무 어렸고, 시험이 끝나면 그의 세상이 달라질 걸 알았기에 기다린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냥 헤어지는 그 상황이 싫었고, 1년을 매일같이 울면서 보냈습니다. 점차 A에 대한 생각이 흐려지고 1년이 지났을 때, 학교를 바꾼 A가 집앞에 찾아왔습니다. 좋으면서도 미웠습니다. 그는 비오는 새벽에 저희 집 앞에서 못이기는 척 다시 받아주면 안 되냐고, 자기가 그렇게 학교를 바꾼건 저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다니는 학교가 그냥 평범한 수준의 학교라고 생각했는데, 제 학교생활을 보며 주눅 들었고 더 좋은 곳을 가야 오래 만날 수 있을거 같다고 했습니다.

• 그렇게 6개월 정도 다시 만났을 무렵 A는 군대에 갔습니다. A가 없는 기간을 제가 못 버틸 걸 알았기에 저는 교환학생으로 외국을 갔습니다. 외국에 있는 동안은 A와 온라인 편지를 주고 받으며 연애를 이어갔습니다.

• A는 제대했고, 저는 취업을 했을 때 A는 제게 또 한 번 이별을 고했습니다. 이유는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1년 뒤 A가 또 찾아와서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 다시 만났습니다. 6개월 정도 다시 만났을 쯤, A가 이번에는 회계사 시험을 보러 간다고 했습니다. 1년 반 만에 합격하고 꽃가마를 타고 갈테니 이번에는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일절 불가능, 연락은 일주일에 한 번 약 10분 정도 되는데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안만나니만 못한 이 연애를 이어가는 게 맞는걸까 싶어서 저는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과연 그 시험이 1년 반만에 끝나는 것도 미지수고, 끝난 이후에 그의 마음이 여전할 지도 미지수였기에.

•너무 속상했지만, 그렇다고 회계사 시험을 말릴 수 없었기에 울며 꾹꾹 참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을 체념하고 지내고 있을 때, A가 또 찾아왔습니다. 이제 거의 끝났다고. 회계사 시험 과목이 여러 개 있는데 한 과목 빼고 모두 합격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 과목 시험을 끝낼 때까지 약 1년을 A와 만났습니다.

•한 과목 남았다 해도 고시생은 고시생이었기에 마음 한 켠은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어딜가든 책가방을 들고 다녔고, 제가 대부분 경제적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시험 합격하면 남자의 마음이 변할거다, 그 사람을 또 만나냐 그런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힘들고 불안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여러번의 고비를 겪었지만 그 끝은 해피엔딩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종 합격까지 한 그는 곧바로 취업을 했는데 바쁜지 연락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약속시간은 늘 항상 늦었고, 저한테 사소하게 계속 툴툴대고 화를 냈습니다.

•저도 제가 하는 일과 관련해 고민이 많던 시점이라 그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너한테 너무 서운하다, 그만 만나야 되나 싶다, 이제 둘다 30살인데 내가 결혼할 사람인지 잘 생각해보고 아니라면 헤어지는게 맞겠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사실 그가 붙잡아주기를 바랬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그는 며칠 잠수를 탔고, 한참 뒤 카페에서 만나서 대뜸, “내가 너한테 왜 툴툴대나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난 너가 유튜브 하는게 싫고 너가 망했으면 좋겠어. 너가 하는 일 포기하면 너랑 결혼할게” 라고 했습니다.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였고, 정확한 이유도 없이 난 너가 유튜브 하는 게 싫다는 그 말이 저의 존재를 무시하는 거 같아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단한 유튜브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자극적인 유튜브도 아닙니다.

1탄 >>

•그가 헤어지자고 하더니, 집에 가는 절 쫓아와서 그거 유튜브 꼭 해야되냐고, 포기하면 되잖아 하며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무슨 억지인가 싶었고 그대로 헤어졌습니다. 그 날은 펑펑 울면서 욕을 했습니다. 너랑 잘 맞는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10년을 너 생각만 하면서 보냈던 내 인생이 불쌍하다, 잘 먹고 잘 살아라 나쁜 놈아 하면서.

•하지만 며칠이 지나 너무 다시 얘기해보자, 보고싶다 하니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늘 항상 돌아왔기에 그날이 끝이 아닐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젠 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올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제 일이 무시당한 거 같아 1년동안 더 열심히 일을 했지만 그 사람과의 이별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친구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는데 회계사가 되니 너를 하찮게 본거다, 진짜 말 그대로 유튜브가 싫었던 거다, 회계사 시험 합격에 대해 칭찬이나 인정을 안해줘서 그런거다 등등 다 말이 달랐습니다.

•그래 회계사니 주변에 좋은 여자가 많겠지 그의 세상에 나는 이제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연락을 꾹꾹 참았습니다. 하지만 밤새도록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날이 너무 많았고 어떤날은 괜찮았다가 어떤날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목놓아 울었습니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던걸까.

•그리고 그에게 카톡을 보내고 읽씹을 당했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헤어질 무렵 저의 감정, 그리고 불안했던 마음, 미래를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들 등등. 그는 메일을 읽고 답이 없었습니다.

•저는 10년을 만나면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때마다 시험, 군대 등 저마다의 이유로 옆에 없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에 자쿠지 있는 숙소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1년전 숙소 예약하고 크리스마스 며칠 전 헤어져서 못갔습니다.

•새로운 곳 가는 것을 좋아해서 늘 데이트코스는 제가 짜고 데리고 가곤 했었고 한 번도 데이트코스를 짜지 않았던 그. 헤어지고 1년이 지난 지금 그에게 새로운 카톡 프로필 사진이 생겼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자쿠지 숙소에서 찍은 사진.

•새로운 사람이 생기면 잊혀진다구요? 저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끝이 명확한 이별이면 받아들이기라도 하겠는데 저 혼자 집착인 것도 알겠는데 너무 힘듭니다. 회계사가 너무 싫네요.

•그가 나쁜 놈이라고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