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뉴진스 앞에 놓여진 첩첩산중 [IZE 진단]

쓰니2025.01.10
조회84

 민희진, 사진=스타뉴스 DB



지난해 K-팝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걸그룹 뉴진스였다.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와 모기업 하이브 간 분쟁으로 시작됐으나 어느 순간 뉴진스가 전면에 등장했다. 당초 고래 싸움에 낀 새우처럼, 일종의 권력 다툼에 뉴진스가 희생양이 된 것처럼 보였으나 현재는 '뉴진스 vs. 어도어'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진 모양새다.

해를 넘겼지만 이 사태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상황이 나올수록, 말이 보태질수록 더 엉키기만 한다. 뉴진스는 지난 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한 시상식 스케줄을 끝으로 사실상 어도어와의 공식 스케줄을 대부분 마무리됐다. 게다가 어도어는 9일 뉴진스의 공식 계정을 통해 "1월 10일 오후 7시에 업로드 예정이었던 'Light Jeans' 콘텐츠는 내외부 사정으로 업로드가 취소되었음을 안내해 드린다"고 공지했다. 유명 K-팝 그룹의 공지가 특별한 사유 없이 하루 전에 취소되는 건 이례적이다. 이 상황에 대해 비공식 계정 진즈포프리 등을 통해 근황을 전하는 뉴진스 역시 침묵하고 있다. 양측 간 골이 여전히 깊고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양측이 K-팝 대표 걸그룹으로 뉴진스의 공식 활동보다는 법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전하게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10일부터 이 사태의 당사자 중 한 명인 민희진 전 대표를 둘러싼 소송이 시작된다. 

10일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에서는 걸그룹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이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0억 원 상당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린다. 이는 이번 사태의 시작점에서 불거진 주장에 대한 다툼이다. 지난해 4월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출연 등 연예활동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란은 2024년 내내 이어졌고, 빌리프랩 김태호 대표는 10월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표절 의혹을 부인하며 "민희진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민 전 대표 역시 빌리프랩에 5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그 싸움의 첫 단추를 10일 꿴다.

민희진 뉴진스 앞에 놓여진 첩첩산중 [IZE 진단]

하이브의 계열상자 걸그룹 르세라핌의 소속사인 쏘스뮤직 측은 민 전 대표가 하이브가 뉴진스를 하이브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킨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켰고, 르세라핌 데뷔 전까지 뉴진스에 대한 홍보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한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지난해 7월 민 전 대표를 상대로 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그 첫 변론기일도 10일 진행된다.

변론기일 하루 앞둔 9일에도 눈길을 끄는 보도가 나왔다. 한 매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에 대한 투자를 받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D사 박모 회장과 나눈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뉴진스 한 멤버 큰아버지 A씨를 통해 50억 원의 투자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민 전 대표가 이미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바 있는데, 민 전 대표와 만났다는 당사자가 직접 등장해 보다 구체적인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 보도에 대한 민 전 대표 측의 반응은 앞선 보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민 전 대표는 "최근 저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들이 돌고 문의가 있어 부득이 제 입장을 말씀드린다"면서 "언급된 회사 외에도 어떠한 곳과도 접촉하거나 의견을 나눈 적이 없음을 확실히 밝힌다. 행여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거나 하이브가 또 다른 시비 소재로 악용할 것을 우려해 헛소문을 원천봉쇄하고자 입장을 분명히 전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직접적인 입장 발표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상황은 하이브의 민 전 대표 고발건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이브는 지난해 4월 민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 민 전 대표와 박 회장이 만났다는 시기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의 소속일 때다. 이 때문에 하이브가 이 상황을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추가 증거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별개로 뉴진스도 어도어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그들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의 계약은 해지됐다"고 주장했지만 어도어의 입장은 다르다. 법적인 판단도 따로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며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이 결과 나오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사이 뉴진스가 개별 활동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뉴진스의 팬덤을 제외한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는 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뉴진스의 독자 행보를 곱지 않을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절대적 지지를 받던 뉴진스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법하다.

멤버 하니의 비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베트남·호주 국적을 가진 하니는 어도어가 발급해준 E-6(예술흥행) 비자로 국내 활동 및 체류하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면 그는 현재 불법체류자 상태다. 새로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새 소속사가 필요한 데 아직 그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고, 비자를 신청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하니가 당장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계약이 끝났다"는 어도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어도어와 별개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하니까지 포함한 완전체 활동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jwch69@iz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