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안되는건지 알아버렸어

편지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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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랬지 너는 사람을 잘 못 믿는다고
가족한테 친구한테 연인한테까지 배신당하고 상처받아봐서. 전 연인한테 깊게 상처받았던 너는 만난지 아니 안지도 얼마 안된 나한테 다 털어놓았지.

서로 알지도 못했던 우리가 우연찮게 디엠까지 하게 돼서 그날 우린 몇시간을 연락했을까.. 넌 밤늦게 지하철 타고 집에까지 걸어갈 나를 걱정하면서 집에까지 데려다 줄까? 라고 자상하게 물어봐줬었어.
너랑 친했던 나의 친구와 같이 셋이 처음 만나던 날 나는 15년지기 친구를 통해 이런 좋은 사람도 만나는구나 싶었어. 운명인가 했고. 예의 바르고 말은 좀 툴툴대도 챙길건 다 챙겨주는 다정한 모습에 반했지. 근데 난 왜 그때도 눈치를 못챘을까.

두달동안 거의 매일 연락하고 나는 점점 너를 더 좋아하게 됐는데 셋째달이 될때 갑자기 잠수를 타더라. 그래 끝났구나 그냥 나 혼자 좋아했던거니까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어. 근데 석달 다 지나고서야 넌 다시 연락이 왔지. 넌 새벽 세 네시까지 힘들고 지친 너의 그때의 심정을 이야기하며 인생 얘기를 털어놓았어.
새벽까지 너는 너의 전 연애 얘기를 꺼내며 네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무슨일이 있었는지 다 얘기해줬어. 그녀는 어떻게 했고 계속 관계를 위해 노력했던 너는 어떻게 지쳐갔는지. 점점 비참해졌던 너의 과거 사랑에 동정했고 내가 더 잘해줄 수 있다 믿었어. 걘 너란 사람을 너란 복을 차버렸구나 하면서. 너처럼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깊어 가끔은 호구가 될 지경까지 갈때 그런 사소한 너의 노력과 배려를 알아줄 나같은 사람이 곁에 오래오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 그러면 너도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생길수 있다고 믿었거든. 나만큼은 진짜 네편이 되어줄수 있다고 수없이 말했고 나한테 이렇게 편하게 얘기해줘서 후련하다고 하는 너에게 나도 뿌듯함을 느꼈고 다행이다 행복하다 생각했어.
나도 너의 얘기에 많이 공감했고 넌 모르겠지만 널 위로하는 나도 네 얘기를 들으면서 너한테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 감정적으로 많이 끌렸고 항상 새벽 세 네시에 연락하는 네가 좋아 일부러 좀 더 늦게까지 안잤어.

그러곤 네가 네 입으로 말했던 데이트도 많이 가고 그때마다 넌 항상 네가 결제하려고 안달났었지. 내가 밤 10시에 우울해했던때 네가 날 데리러 와서 같이 재미도 없었던 영화보러 갔을때도 서로 결제하려고 밀치며 싸웠던 생각이 난다. 힘으로 당연히 널 못이겼던 나는 영화 티켓을 사준게 고마워 먹을거라도 사려고 줄섰지만 죽어도 안먹겠다고 먹기 싫다고 했던 너라서 그냥 영화관으로 들어갔어. 그때 치마를 입고 있었던 내가 추울까봐 너는 네 후드티를 벗어주고 넌 배고파서 꼬르륵 소리 날까 봐 팔짱끼고 배를 누르고 있었어. 난 또 바보같이 네가 추워서 팔장을 꼭 끼고 있는 줄 알고 계속 후드티를 입으라고 돌려주려 했지.

우리가 같이 아케이드에 가던날도 그 추운 날 나랑 같이 가려고 넌 우리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 레고로 만든 장미를 꺼내줬어. 너의 두꺼운 손가락으로 꼬물꼬물 레고를 만들고 있었을 생각을하니 진짜로 웃기고 고맙고 설렜어. 그때 아케이드에서 같이 인생네컷도 찍게될줄이야.

매번 집으로도 부르고 밥도 해주고 같이 네가 좋아하는 운동도 하러 가고 나 운동하는거까지 도와주며 프로틴 쉐이크 먹어야 한다고 사주고 나 갑자기 운동하면 근육 놀랄까봐 네가 아끼는 건강약까지 줬지.

새해전날에 네 생일이 다가와 선물 주겠다고 만나자했던 나한테 생일 선물같은거 필요 없다며 부모도 친구도 안챙겨주는 자기 생일 선물을 내가 왜 챙겨주냐며 오히려 부담이라고 했던 너였는데도 나의 반 협박과 이미 선물을 샀다는 말에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을 보이며 만나러 왔었어. 저녁도 내가 사려고 만났지만 그때 또한 어떻게 넌 미리 카드를 앞에 맏겨놔서 난 그때도 결국 얻어먹었지.

그날 밤이 이별여행 같은거였을까... 새벽 2시에 출발해 4시간을 운전해서 드라이브를 가며 우린 처음이자 마지막인 여행을 갔지. 그날 추운 차안에서 한 두시간 쪽잠밖에 못 잤어도 피곤한줄도 모르게 즐거웠는데... 넌 돌아오는 길에도 네 부모님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여주고 같이 집에 왔어.

근데 네 생일을 마지막으로 넌 연락이 또 뜸해졌지. 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데 넌 내 마음 알면서 그렇게까지 해줬으면서 갑자기 서서히 연락을 안하는게 너무 가슴 아팠어. 네가 내 첫사랑이거든. 내 전 남자친구도 그렇게 사랑한적 없었는데 실제로 사귀지도 못했던 너랑은 감정적으로 너무 엮여서 놓을수가 없었어. 너무 아팠고 네가 보고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 새벽 세 네시만 되면 네 생각이나 미칠것 같았고 너한테 연락을 하고 싶어 죽겠었지만 넌 나를 더 이상 안좋아한다는것을 받아드리려고 계속 참고 또 참았어. 네가 나한테 해줬던 사줬던 모든것들이 너무 생각나고 우리가 같이 갔던 곳들을 지나칠 때마다 네 생각이 너무 많이 났어.

근데 이젠 알았거든. 네가 왜 날 떠났는지.
너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네 전여친이 내 친구라서.
그 15년지기 친구였어서.
몇개월의 썸을 끝내 나한테 연락 없었던 그 한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내 친구를 사귀고 있었어서.

너넨 작정하고 비밀연애를 해서 그랬다지만 내 감정은 어쩔수 없잖아. 머리로는 이해해. 내 친구는 너한테 줬던 상처가 미안해서 나랑이라도 잘 됐으면 했을 너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나한테 말을 안했겠지.
너는 네가 받은 상처를 위로해줄 사람이 당시 곁에 있던 나뿐이여서 어쩌다보니 나한테 좀 기댔겠지. 네가 예전에 그랬잖아 넌 기댈 사람이 필요한게 아니라 상대방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였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넌 항상 강한 모습만 보이고 싶어했지만 난 우리가 서로 기댈 수 있었다고 생각해.

넌 우리 우정을 뭘로 생각했길래 나한테 전여친을 그렇게 모진 사람으로 얘기했을까. 어떻게 너네의 관계의 문제들에 대해서 그렇게 자세하게 얘기를 해줬을까. 넌 내가 진짜 끝까지 모를거라고 생각했을까 싶지만 또 너의 사정을 그 누구보다 아마 내 친구보다 더 잘알기에 오죽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한테 그렇게 털어놓았을까 싶다. 그렇게 네편에서 네 얘기를 들으며 너무했다 생각했던 너의 전 연인이 내 친구였다는 사실이 너무 혼란스러웠을뿐이야.

너랑 연락 끊고 난 겨우겨우 널 지우려 했는데 이 사실을 알아버렸어. 그것도 난 이제 더 이상 네 생각이 안난다 자신했을때. 널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알아버렸지. 널 못잊은거였더라. 또 갑자기 보고싶고 만나서 얘기하고 싶더라. 너의 심정도 듣고 싶으니까. 날 단 한번이라도 좋아하긴 했니? 날 이용만 한거라고 생각하기는 싫어서 그래. 변명이라도 듣고 싶어서.

날 그냥 동생으로서 아낀것뿐이였어 오빠? 오빠 전여친이 내 친구라서.. 더는 못할짓 같아서.. 죄책감 들어서.. 그래서 그만한거지? 날 단 한번이라도 좋아했다면 말해줘... 오빤 몰랐지 오빠가 내 첫사랑인거. 나도 우습다. 내 15년지기 친구의 전남친이 나의 첫사랑이라는게. 근데 오빠는 내가 진짜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걸 느끼게 해줬어. 그렇게 보고싶어 했던것과 그 많은 돈과 시간을 썼는데도 아깝지 않은게 진짜 사랑이구나 하고. 남자 때문에 운것도 오빠가 처음이였고 또 오빠 때문에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는 오빤 모를거야. 진짜 사랑했고 오빠 연락은 항상 기다리고 있어. 고마워 나의 고3을 특별하게 해줘서. 대학가서도 생각날거야. 점점 괜찮아지고 있고 배신감이나 서운함 등등 거의 다 나았으니까 언제 내 마음이 완전히 괜찮아지면 한번 밥이나 먹자. 그냥 친한 오빠 동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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