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근무 썰 풀어볼게

ㅇㅇ2025.02.26
조회12,222
나 고객센터 4년차임.오늘 유달리 힘든 날이어서 퇴근하고 맥주 마시면서 썰 풀어봄.
남들 얘기 듣기만 하다가 쌓인게 많아서 하소연하는 거라 생각 해주면 고마워.많이 길거야.
내가 일하는 곳은 새벽 배송, 식품 위주 판매하는 곳이라 고객들이 대부분 예민하고 민감한 분들이 많아.아무래도 입에 직접 들어가는 거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상담사한테 다정하게 대해주시고 좋은말 해주시고 더 친절하게 해주시는 분들 정말 정말 많아.별거아닌 상담에도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덕분에 잘 주문했어요 하시면서 되려 상담사들을 웃게하고 좋은쪽으로 울리는 분들 엄청 많지.
근데 기억에 남는 건 늘 좋지 않은 사람들이더라.각설하고 썰 ㄱㄱ

1. 공동현관에 배송한 썰
새벽에 배송할 때는 경비실 연결이 안되거나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없으면 문앞으로 배송을 해줄수가 없음.그래서 주문할때 제발 제발 비밀번호 눌러야 하는거 전부 다 기재해달라고 함동호수 포함해서 *#종 이런 특수 기호들 누르는 순서까지 모조리 기재해달라고 함
근데 사람들은 비밀번호 숫자 4개만 입력하는 사람들이 많음
"저 비밀번호 맞게 썼는데요?"- 고객님, 아파트나 빌라나 건물마다 출입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눌러야 하는 버튼은 다 기재를 해주셔야 합니다."네? 아니 요즘 세상에 동호수 누르고 비번을 누르지 냅다 비번만 누르는 곳이 어딨어요? 상담사 님 집은 동호수 안눌러요?"
이런식임.그럼 난 또 설명하지.
- 건물마다 비번 누르는 방식은 다 다르다- 고객님 건물에 자주 방문하는 기사님은 방식을 알기에 알아서 들어갈 수 있다- 비번이 맞지 않았을 때 경비실 통해서 진입했을수도 있다- 건물내 다른 분께서 같이 주문해주셨을때 그 비번으로 들어갔을수도 있다- 새벽에 입주민 분이 들어오거나 나올때 같이 이동했을 수 있다
그럼 고객은 말하지.
"전 이해가 안되요. 동호수 누르는게 당연한데 왜 내가 그런거까지 적어야되죠? 그쪽에서 고객에게 맞춰서 시스템 바꾸세요."-  개선 요청 드리겠다. 근데 오늘처럼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또 문앞으로 배송 안될수도 있다 나중에 주문할 때 눌러야하는 번호 다 기재해주세요"상담사님, 왜 자꾸 화나게 하시죠? 왜 고객이 그쪽에 맞춰야 하죠?"

......... 여기서 할 말을 잃음너가 우리 이용하려는거면 우리 정책에 맞출수는 없는거냐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민원 될까봐 참음.하...근데 결국 팀장이 다시 전화해서 설명함(근데도 너네 방식 마음에 안든다며 통화 끊었다고함)


2. 낮은 가격에 구매 못해서 불만 썰
일반 마트도 가격 변동이 생기는데, 온라인이라고 안생기겠냐.가격이 수시로 변동됨.
고객이 주문하고 결제하는 도중에 컴퓨터인지 휴대폰인지 오류가 나서 결제가 안됐나봄.그래서 다시 결제하려고 하는데 가격이 바뀜고객이 하는 말.
"너네 시스템 오류로 내가 그 가격에 구매 못했으니, 차액금 돌려달라."
그럼 우리는 얘기하지.
- 우리 전산은 문제 없다. 그 시간에 많은 분들이 주문하고 결제했다. 우리 오류라면 모두가 결제를 못해야하는데 아니지 않냐. 개인이 이용하는 기기의 오류로 인한 부분은 차액금 돌려줄 수 없다."그럼 내가 불편 겪은거에 대해 조금이라도 보상 해줘"- ? 우리가 잘못한게 없는데 왜 보상 해줌? 해줄수없다"고객이 겪은 불편에 대해 해소해 줘야하는게 고객센터 업무 아니니? 이것도 못해주면서 너 거기 왜 앉아있니?"- 그렇게 말해도 차액금이든 보상이든 해줄수없다. 우리 잘못이 아닌데.
결국 실랑이 하다가 또 민원으로 상급자  접수됨상급자 통화 후 이 고객은 탈퇴함.


3. 소비기한, 유통기한이 마음에 안 듬
일반 마트는 눈으로 직접 보고 소비기한을 고를수가 있잖아.그런데 온라인 몰은 그게 아니고 담당 엠디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상품이 출고됨.그렇다고 기준을 막 이상하게 잡지 않음.기준은 상품 페이지에 모두 기재가 되어 있음.소비기한 며칠 이상의 상품이 보내질거다 이런식으로.근데 고객이 받은 제품이 소비기한이 마음에 안들었나봄.
"오늘 받았는데 언제언제 까지네? 소비기한 너무 짧은게 왔어. 환불해줘."- 우리 기준에선 정상 출고야. 출고시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에 맞는 것으로 보내줬어. 환불 안돼."뭐? 마트에서 봤다면 절대 안 샀을거야. 온라인이라고 물건 막 보내놓고 그걸 응대라고 하는거야?"- 소비기한에 대해서는 상품페이지에도 기재가 되어 있고, 오늘 받은 사람은 모두 너(고객)와 같은 날짜의 물건을 받았어. 절대 임박이나 경과 상품으로 취급될 수 없어."너 정말 안되겠구나. 내가 이거 맘카페나 소보원이나 언론에 제보할거야."- 그건 소비자 네 권리이니 자유롭게 해. 근데 그래도 환불은 안돼.
이러고 며칠뒤에 소보원에서 연락옴.소비기한 문제로.근데 우리도 상품페이지에 소비기한에 대해 기재가 되어 있고 당사 출고 기준에 대해서 설명해주면 소보원 직원은 ' 아~ 여기 그렇게 적혀 있네요' 하면서 납득함.


4. 엠디들이 너무 이기적임. (이건 우리 회사만 그럴 수도 있어)
대체로 나이나 연차가 있는 엠디들은 고객센터에서 알아서 처리해줄거라 믿고 환불 금액이 크든 안크든 신경 안 씀.그런 사람들은 고객센터 직원한테 안따지고 업체에 전화해서 따짐. 너네(업체)가 제대로 된 물건 안 보내줘서 우리쪽에서 이만큼이나 환불금 나왔다. 제발 품질 신경 써달라, 이렇게.이물질이 나오거나 품질 문제가 있거나, 혹은 블랙컨슈머 이슈가 있을때만 고객센터 직원이랑 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
근데, 연차가 적거나 나이 어린 엠디들은 본인들은 인센티브랑 직결되는 부분이다 보니까 환불에 대해 굉장히 민감함.
예를 들면 즙류, 뭐 포도즙, 사과즙 같은거 있잖아. 이런 과일류 즙은 침전물이 나올 수 있고 이상한게 아니니 섭취해도 된다 라는걸 상품 페이지에 기재를 해놨음에도, 막상 고객이 받은 물건에는 침전물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고객센터 직원은 우리가 봐도 이건 좀... 하는 수준으로.
우리가 아무리 정상 제품이라고 안내해도 고객은 너무 많이 나오니까 도저히 침전물이라고는 납득이 안돼서 우리쪽으로 환불 요청을 하게 되지.그럼 우리는 긴 통화 끝에 상품 수거하고 환불해주겠다로 안내하고 종결해.
그리고 며칠 지나서 엠디한테 연락옴.
"이거 정상 제품인데 왜 환불 해줬어요? 환불 대상이 아닌데."- 고객한테 정상제품이라 수차례 안내했는데도 강성 불만이었다. 고객이 침전물이라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지를 하고 계셨음에도 상담사인 내가 봐도 너무할 정도의 침전물이었다. 그래서 반품 접수 해줬다. "고객센터에서 마음대로 환불 해주지 마세요. 이건 환불 대상 아니에요."
딥빡.그럼 자기가 고객이랑 직접 통화해보던가.품질 관리를 제대로 하던가.


5. 우리팀 팀장이 너무 회피형임.(욕나올 정도로)
위 상황 처럼 엠디 또는 고객들이랑 트러블이 있을때, 옆 팀은 팀장이 나서서 엠디, 고객들랑 싸워서라도 상담사 편을 들어줌.엠디들 한테는 '너네가 품질 관리, 재고 관리, 선입선출 제대로 관리 했어봐라, 이런 일이 발생하나.'고객들 한테는 '고객님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해줄 수 없습니다. 예외적으로라도 해드릴 수 없습니다.'  하고 강경하게 나가서 일반 상담사들이 팀장 믿고 응대 하게 해줌.
근데 우리 팀장은 엠디들 한테 연락 오면 우리한테 화살 돌림' 엠디가 해주지 말라고 하는 건 해주지 마라.'' 최대한 고객이 원하는 데로 해줘라.'그 말 듣고 했다가 우리는 옆 팀원들한테 핀잔 엄청 먹음.

가장 큰 예가, 블랙컨슈머 회원 등급을 일반 회원 등급으로 낮춤.
보통 블랙 컨슈머되는 기준은 (우리 회사 기준임, 다른 회사는 모르겠음) 품질 관련 환불 금액이 총구매 금액 대비 몇퍼 이상이거나, 포장자 분들한테 과한 요구를 하거나, 꼬투리 잡아서 하루에 문의글 막 몇십개씩 올려서 상담사 업무 방해하거나 임.
어느날 이 블랙컨슈머가 어디 맘카페 같은데서 보고 본인이랑 다른 회원들이랑 혜택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됨.전화와서 나도 똑같은 혜택 달라, 이건 사람 차별이다, 어떻게 너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 내가 일주일에 몇번을 주문하는지 아냐 등등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함.
팀장이 전화해서 조목조목 설명해주는가 싶더니, 갑자기 ' 우리 우수 회원님' 이라는 단어를 내뱉음.이때, 나랑 옆, 앞자리 상담사들 모두 눈이 동그래 지면서 눈치 봄.
그러더니 통화하면서 실시간으로 블랙컨슈머 회원 등급을 일반 회원 등급으로 낮춤.와.......이때 진짜 사직서 엄청 쓰고 싶었음. 뭐 이런 팀장이 있는지.우리가 블랙컨슈머들한테 욕이며 뭐며 별 소리 다들어가며 긴 시간 통화한 걸, 팀장님은 단번에 헛짓거리로 만든거임.
며칠뒤에 옆팀 팀장와서 "그 짓을 왜 해주고 있냐고, 너도 나도 전화와서 등급 확인 해달라, 어째라 전화 터지는 거 안보이냐. 얘네(우리 일반 상담사)는 뭔 죄냐. 전화해서 아침부터 욕만 먹고."
그러자 우리 팀장 말."이 고객이 이제는 품질 관련해서 환불 요청 자중한다고 하니, 지켜보면 된다."
와우. 할 말 잃음.지금 생각해도 뭐라 할 말이 없음.그리고 아직도 나는 이 팀장님의 부하직원임...^^


6. 온라인 몰이니 일반 마트랑 다르다는 걸 인지를 못함.
첫번째로, 고객이 주문은 했지만 포장 도중에 재고가 소진되거나 품질 하자가 발견될 경우 결품이 발생 할 수 있어.이것도 주문할때 미리 고지가 되어 있고 결품시 환불 수단에 대해 고객이 선택도 하도록 되어 있어.근데 본인이 주문할 때는 그런 내용 없었다며 막 화를 내.

"제품이 안왔다. 내가 그거 때문에 일부러 금액 맞춰서 주문 했는데 결품이 무슨 소리냐.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이거 다 가져가고 환불 해달라."- 그럴 수 없다. 우리는 온라인 몰이고 결품 될 수 있음을 미리 사전 고지가 되어 있다. 우리 일부러 안보낸게 아니라 정말로 재고가 없거나 품질 하자가 발견되서 전량 폐기 처리가 되어 어쩔수없이 결품이 발생했을 수 있다.- 고객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나, 미안하지만 환불은 불가하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너네한테 주문 안했다. 다른데서 했을거다."- 미안하다.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너네 내가 가만두지 않을거다. 너 이름 뭐냐. 나 이거 소보원이든 어디든 다 고발해버릴거다."- 소비자 권리니 자유롭게 하시라. 내이름 000이다.

내 옆자리 상담사는 결품 발생한 상황때문에 고객한테 쌍욕 듣고 울기까지 했음.
난 정말 이해가 안됨.우리가 일부러도 아니고 안보내고 싶어도 아니고, 환불을 안해주는 것도 아님.결품됐을때 제품가는 환불해주고 소정의 금액도 포인트로 넣어줌.
정말 고객 말대로 필요해서 주문을 했을테고, 그 제품 때문에 주문 했을 수도 있지.나도 업무시간 외에는 소비자이니 그런적이 있고.
그런데 온라인몰은 정말 5분 사이에, 1분 사이에 몇백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취소됐다가 왔다 갔다함. 그 과정에서 정말로 품질이 안좋거나 조기 품절이 될 수 있음.근데 이걸 고객들이 이해를 안해줌.


하... 놀랍게도 이 모든게 오늘 하루안에 다 일어난 일임...9시간... 점심시간 빼면 8시간...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이 하루에 몇 십통의 전화로 이어지고 게시글로 이어지고....정신 나갈것 같음.
위에 적은 몇개는 진짜 얼마 안되는 썰들임.저거보다 더한것들 어마어마함. 쓰다보니 맥주 세캔 마심...
진짜 속상해 미치는데 근데 친구들한테는 이런 얘기 하지도 못함.
뭐라고 해야하지. 그냥 못하겠어.
내가 다니는 회사 급여가 고객센터 치고는 좀 높은 편(일반 상담사 급여가 타사 고객센터 팀장 정도의 급여임)이라 뭔가 그만두기도 아깝고.근데 하루하루 피말라가고...
긴 글인데 다들 읽어줘서 고마워.글이지만 썰푸느라 마음이 많이 풀렸어.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업무에 임하느라 고생많아..우리 힘내자..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