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70대 할아버지가 배가 아파 동네 내과의사인 저에게 진료를 보러 오셨습니다. 검사결과 할아버지는 담낭과 담도에 담석이 껴서 황달과 염증이 생겨있었고,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패혈증이 생겨 위독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상황을 자세히 쓴 진료의뢰서와 검사결과지를 손에 쥐어드리고 근처 응급실로 빨리 가셔서 치료 받으시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오늘 하루 진료가 끝날 즈음 할아버지는 다시 저에게 오셨습니다. 근처 대학병원에 내시경으로 담석을 뺄수 있는 의사가 없어서 치료가 안된다고 했답니다. 다른 대학병원에도 하루종일 전화를 했지만 다들 의사가 없으니 오지 말란 얘기만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그래서 저는 근처에 다른 대학병원을 알려드리며 전화하지말고 직접 가서 의뢰서를 들이 밀고 진료를 요청하는 수 밖에 없겠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이후 할아버지는 다시 저에게 오셨습니다. 그 병원에서도 진료가 불가하다고 했고, 서울시내에서 가능한 곳은 지금 없을거 같으니 수원에 어느병원이 있는 데 거기는 가능한지 연락을 해보라고 안내를 받고 다시 저에게 오신 것입니다.
저는 아픈 배를 잡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며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우선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병원을 알아보겠다며 돌아서는 할아버지께 저는 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해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밤 할아버지께 무슨일이 없길 빌 뿐입니다.
의료붕괴의 정의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여 국민들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 의료는 이미 붕괴상태 입니다.
위와 같은 할아버지는 단 한분이 아닙니다. 폐에 물이 차서 호흡곤란이 왔는데 받아주는데가 없어 산소호흡기를 찬 채로 구급차에서 반나절을 도는 할아버지, 탈수로 집에서 쓰러진채 발견되었으나 입원할때가 없어 서울에서 남양주의 2차병원에 가서 겨우 입원한 할아버지, 진료의뢰서를 심각하게 잘 써줘서 겨우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안도하는 심장병이 있던 할아버지. 모두 저에게 온 환자분들의 이야기 입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는 이런 정보가 있습니다. 위급상황시에 구급차를 불러서 응급실에 가면 병원에서 다 수용이 불가하다고 해서 못 들어가니, 어떻게든 버텨서 스스로 걸어서 응급실에 들어갈 것..
의사인 저도 ' 이제 내가 다쳐 응급상황이 오면 어느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됩니다.
빽이 있어야만 온전히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회, 아플때도 각자도생이어야 하는 이 사회에 국가란 존재하는 것일까요?
정치권과 미디어에서는 의료대란은 이제 관심밖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심각한 상황에 무뎌지는 날이 길어질수록, 아무도 모르게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는, 특히나 사회적 약자에게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삶은 별 관심없는 듯 지지층 결집과 이념대립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 소신과 철학없이 정책에 대해 상명하복하며 책임만 회피하는 공무원들, 공공의료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직군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의료단체, 자기 밥그릇 챙기기와 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저를 비롯한 많은 의료인들.. 모두의 잘못이기에 잘잘못을 가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책임소재나 따질 그럴 한가한 때가 아닙니다. 앞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질 각 지역의 의료붕괴가 다시 회복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 의료계는 이제 대의를 생각하여 한발짝씩 물러나 대타협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몇년앞의 의료상황을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의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막연한 국민들이 아닙니다. 뉴스에 나오는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의 부모님, 우리들의 자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점진적인 회복으로 해결하기에는 시스템의 붕괴가 너무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 의료계의 리더가 각자가 대변하는 집단에게 욕을 먹을 각오로 협상에 나서고, 큰 합의를 이뤄내어 전공의들을 복귀시켜야합니다. 마지막 우리사회의 희망의 불씨를 살려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저의 글이 심각한 의료사태에 무뎌진 우리 사회란 호수에 작은 파장이라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대한민국 의료는 이미 붕괴되었습니다. -40대 내과의사의 고백
할아버지의 상황을 자세히 쓴 진료의뢰서와 검사결과지를 손에 쥐어드리고 근처 응급실로 빨리 가셔서 치료 받으시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오늘 하루 진료가 끝날 즈음 할아버지는 다시 저에게 오셨습니다. 근처 대학병원에 내시경으로 담석을 뺄수 있는 의사가 없어서 치료가 안된다고 했답니다. 다른 대학병원에도 하루종일 전화를 했지만 다들 의사가 없으니 오지 말란 얘기만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그래서 저는 근처에 다른 대학병원을 알려드리며 전화하지말고 직접 가서 의뢰서를 들이 밀고 진료를 요청하는 수 밖에 없겠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이후 할아버지는 다시 저에게 오셨습니다. 그 병원에서도 진료가 불가하다고 했고, 서울시내에서 가능한 곳은 지금 없을거 같으니 수원에 어느병원이 있는 데 거기는 가능한지 연락을 해보라고 안내를 받고 다시 저에게 오신 것입니다.
저는 아픈 배를 잡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며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우선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병원을 알아보겠다며 돌아서는 할아버지께 저는 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해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밤 할아버지께 무슨일이 없길 빌 뿐입니다.
의료붕괴의 정의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여 국민들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 의료는 이미 붕괴상태 입니다.
위와 같은 할아버지는 단 한분이 아닙니다. 폐에 물이 차서 호흡곤란이 왔는데 받아주는데가 없어 산소호흡기를 찬 채로 구급차에서 반나절을 도는 할아버지, 탈수로 집에서 쓰러진채 발견되었으나 입원할때가 없어 서울에서 남양주의 2차병원에 가서 겨우 입원한 할아버지, 진료의뢰서를 심각하게 잘 써줘서 겨우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안도하는 심장병이 있던 할아버지.
모두 저에게 온 환자분들의 이야기 입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는 이런 정보가 있습니다. 위급상황시에 구급차를 불러서 응급실에 가면 병원에서 다 수용이 불가하다고 해서 못 들어가니, 어떻게든 버텨서 스스로 걸어서 응급실에 들어갈 것..
의사인 저도 ' 이제 내가 다쳐 응급상황이 오면 어느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됩니다.
빽이 있어야만 온전히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회, 아플때도 각자도생이어야 하는 이 사회에 국가란 존재하는 것일까요?
정치권과 미디어에서는 의료대란은 이제 관심밖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심각한 상황에 무뎌지는 날이 길어질수록, 아무도 모르게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는, 특히나 사회적 약자에게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삶은 별 관심없는 듯 지지층 결집과 이념대립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 소신과 철학없이 정책에 대해 상명하복하며 책임만 회피하는 공무원들, 공공의료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직군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의료단체, 자기 밥그릇 챙기기와 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저를 비롯한 많은 의료인들..
모두의 잘못이기에 잘잘못을 가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책임소재나 따질 그럴 한가한 때가 아닙니다. 앞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질 각 지역의 의료붕괴가 다시 회복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 의료계는 이제 대의를 생각하여 한발짝씩 물러나 대타협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몇년앞의 의료상황을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의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막연한 국민들이 아닙니다. 뉴스에 나오는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의 부모님, 우리들의 자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점진적인 회복으로 해결하기에는 시스템의 붕괴가 너무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 의료계의 리더가 각자가 대변하는 집단에게 욕을 먹을 각오로 협상에 나서고, 큰 합의를 이뤄내어 전공의들을 복귀시켜야합니다. 마지막 우리사회의 희망의 불씨를 살려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저의 글이 심각한 의료사태에 무뎌진 우리 사회란 호수에 작은 파장이라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