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따뜻한 말 한마디만 부탁해도 될까

쓰니2025.03.13
조회16,760

그냥 너무 막막해서 써봐.
남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정도면 잘 살고있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작년에 건강이 많이 나빠져서 퇴사하고 수술받았어.
그런 와중에 주변에서는 결혼을 했네 부모님께 뭐를 해드렸네 들려오는데 너무 조급하더라.
조급한 나머지 처음으로 투자라는걸 해봤는데 한마디로 망했어. 손실을 메꿔보겠다고 마통까지 손댔는데 그것마저 망했어..
마이너스 보는데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순간적으로 죽고싶더라.. 왜 투자에 손을 댔는지..뭐 내선택이었으니까 누구 원망할 사람도 없지..

옛날에는 돈 그게 뭐라고 죽나. 살아있으면 언젠가 꽃을 피울텐데. 남은 가족들은 어떡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
근데 막상 이러니까 정말.. 죽고싶더라.. 나도 모르게 자살하면 빚은 어떻게 되나 검색하고있고..

한편으로는 몇억씩 빚진것도 아니고 3천만원인데.. 일자리 다시 구해서 먹을거 아끼고 입을거 아끼면 금방은 아니더라도 재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근데 당장 몸이 회복이 안되었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수중에 100만원도 없으니까 도망치고 싶더라.. 남들이 보기엔 핑계일 수 있겠지만.. 여튼 그렇더라..하루에도 마음이 바뀌고 잘해보자!하고 구인사이트 뒤적이다가 울고 구인사이트 뒤적이다가 또 울고 그러다가 여기 와서 적고 있는거야..웃기지...

근데 진짜 내가 죽으면 우리 가족은 나를 평생 부끄러운 존재로 기억할까봐. 그게 너무 무섭더라. 엄마아빠가 혹시라도 그깟 돈이 뭐라고 말없이 갔냐고 우실까봐. 떠난 나를 원망할까봐. 내가 죽는건 안무서운데 남아있는 가족들이 나를 떠올릴 때마다 울까봐. 그게 너무 무서워서 살아야지. 빚이 뭐 1억 10억도 아니고 3천만원인데 살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는데 금방 와르르 무너져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나 스스로가 한심하다..

있잖아.. 그래도 살아있으면 뭐라도 하면 그래도 언젠가는 잘..되겠지? 살아있기를 잘했다고. 그 때 고작 3천만원 때문에 안죽기를 잘했다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다들 현생 힘들텐데 따뜻한 말 한마디씩만 남겨주고 가줄 수 있을까? 사실은 부모님한테 어릴 때 처럼 엄마 나 무섭다고 아빠 나 힘들다고 투정부리고 위로받고 싶은데 지금 내 상황은 가족들한테 절대 숨기고 싶어서.. 염치없지만 한번씩만 부탁할게. 나..진짜 너무 힘들다..

+이렇게 많은 댓글이 달릴 줄 몰랐어.
한명 한명 고맙다고 하고 싶은데 다 못해서 미안해..!

괜찮다, 괜찮아질거다는 말부터 공감하며 같이 힘내자는 말, 건강부터 챙기라는 말부터 여기 글 쓸 시간에 일을 하라는 말까지. 댓글 하나하나 읽는데 너무 다정하고 따뜻해서 눈물이 절로 나오더라..정말 다들 너무 고마워.

이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자카야에서 알바를 시작했어.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라 조금 힘들기는 한데 그래서 바로 일할 수 있지 않았나 싶으면서 당장 일을 할 수 있다는게. 다음달 월세며 통신비, 공과금이나 이자까지는 낼 수 있을거라는 사실에 안심이 되더라.

그러면서도 구직사이트에 계속 드나들었고 전공 살려서 이력서 넣어봤어. 그저께 면접 봤는데 안될 줄 알았는데 오늘..이젠 어제구나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어.. 다음달부터 출근이야..

그래서 나 힘낼거라고. 안죽을거라고. 버텨보겠다고. 적으러왔는데 댓글들이 많아서 진짜 한참을 울었지 뭐야..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알바 시작한 지 얼마 안되기도 했고 취직한곳은 아침9시부터 저녁 6시까지라 시간대도 달라서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투잡..해보려고..!

다시 한 번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위로해줘서 고마워.
나 진짜 힘내서 살아볼게. 그러다 지치면 여기와서 댓글 읽으면서 다시 힘내고 그럴게. 정말 너무 고맙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