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일줄 알았지만 막상 끝이 다가오니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앞으로 밥벌이나 그런것들이 두려운건 아니다.
오히려 철밥통 직업이라 나한몸 건사하는데는 아무 문제도 없다.
다만 내 마음이 뭔지 모르겠다.
연애때부터 잘맞은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전 연애에서는 1년에 한번을 싸울까 말까했던 나인데
얘랑은 그렇게도 부딪히고 울었다.
우유부단하고 눈치보고 소심한 삶을 살아온 나는
늘 당당하고 할말 다하고 사는 너가 신기하고도 멋있었다.
세심하고 성실한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했다.
그런 나를 리드하는 네가
믿음직스러웠고 그만큼 힘이 되어줄거라 생각했다.
친구도 안만나고 집 회사 헬스만 오고갔던 너라면
나만 생각하고 봐라봐줄줄 알았다.
너무 서로가 익숙해졌던 걸까
어느새 너의 세심함은 예민함으로 변해있었고
성실했던만큼 꾸준하게 나를 코너로 몰아갔다.
나의 모든 행동들에 점수를 매겼던 너니까.
매일 내가하는 집안일들이
매일 내가하는 회사생활들이
매일 내 얼굴만 보면 그렇게 짜증을 내고 투명인간 취급했다.
넌 항상 나는 되고 너는 안돼. 그래서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난 매일같이 퇴근하자마자 집안일하고
잘보이고 싶어 애를 썼다.
친구와의 약속도 회식도 1년에 두어번 있을까 말까였다.
모른척하며 살다보면 나아지겠지 했다.
어느날인가, 간만에 너와의 저녁 외식 약속을 잡고
회사 근처에서 기다리라는 연락에
조금이라도 예뻐보이고싶어 거울로 화장을 고치고 있는데
너는 그 모습을 보고 화부터 내더라.
그렇게 사람이 많은곳에서 사람부터 안찾고 뭐하냐고 화를 내더라.
화장고치기 시작한지 채 2분도 안됐을텐데 말이다..
그게 뭐가 그렇게 화가 날까,
저녁 먹는 내내 서로 한마디도 안하면서
계속 곰곰히 생각했다.
이건 그냥 내가 꼴보기 싫은거다.
아니고서야 넌 나에게 이럴 수가 없다.
다른 안좋은 일들까지 겹겹이 겹쳐지니
우울증에 공황장애 판단까지 받았다.
못버티겠더라. 못살겠더라.
너는 카톡을 주고받으며 또 뭐가 그렇게 짜증이 나있더라.
이혼하고싶어하냐고 얘기를 하라고 보채더라.
이쯤되니 너가 더 원하는것 같더라.
그래, 그래서 하자했다 이혼.
근데 왜 이제와서 당황하고 무서워하고 싹싹비는건지 모르겠다
왜 갑자기 잘해주면서 이혼을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
내가 본 너는 나만 없으면 될 사람같았다.
근데 너는 내 약점을 너무 잘안다.
동정심으로 승부하니 마음이 너무 무너진다.
그동안 바래왔던 말과 행동들을 매일 달콤하게 퍼붓는다.
반년째 혼자 모든 집안일도 다하기 시작했다.
그냥 나만 돌아오면 된댄다.
그치만 기쁘기 보다 슬프다.
이제와서 소용없다해도
죽을거라 소리치니 너무 겁이난다.
나도 이런 내가 병신같다.
그렇다고 이 친구와의 행복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그냥 내가 죽는게 오히려 깔끔하게 끝낼수있으려나 생각만 든다.
가족도 친구도 정신과도 털어놓을곳은없고 너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