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 끝에 원하던 대학에 붙었는데 오히려 불행합니다

ㅇㅇ2025.04.10
조회88,479
안녕하세요. 20대 대학생입니다.
20살때 고향과 멀리 떨어진 지방 전문대를 갔습니다. 성적으로는 경기도권 4년제 정도는 가능했었는데 부모님이 애매한 4년제 갈 바엔 전문대에서 기술을 배우는게 낫다고 전문대를 보내셨습니다. 지방으로 보내신건 당시 제가 부모님이랑 사이가 안 좋았어서 서로 떨어져 사는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러셨다고 합니다. 이 대학을 1년정도 다니다가 이건 정말 아닌것 같아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자퇴를 하고 수능을 한번 더 보기로 했습니다. 그때 당시 원하던 대학이 아닌 곳에 억지로 보낸 것이 미안하셨는지 그 뒤로 사수까지 지원을 해주셨고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 부모님 탓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도 부모님 속 많이 썩였구요. 
삼수까지 하고도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삼수까지 말아먹고 나니, 이건 진짜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독학을 했었는데 이번만큼은 부모님께 손을 벌리더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 해서 재수 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재수 학원에 들어가서 하루 12시간씩 공부만 하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사수 끝에 원하던 대학에 붙었습니다. 기쁘기도 했지만 학원만 다니면 해결될 문제였는데 뭐하러 사수까지 끌었나 싶기도 해서 좀 허무했습니다.
그런데 사수 끝에 원하던 대학에 붙었는데 전혀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더 불행한 것 같습니다. 
스무살때 지방 전문대에 다니면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타향에서 원하지도 않는 대학을 다니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학교도 잘 안 나가고 하루종일 자취방에 누워만 있었습니다. 해뜰 때 자리에 눕고 해 질때쯤 일어났습니다. 해를 보는 시간이 하루에 한두시간 정도였습니다. 박살난 수면패턴으로 살아가면서 매일 아무것도 안 하고 핸드폰만 봤습니다. 대학에 친구도 하나도 없었고 말 그대로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갔더니 친구가 얼굴이 왜 그렇게 하얘졌냐고 할 정도였습니다. 밖에 안 나가니 피부가 탈 리가요. 그래서 이렇게 사는건 아닌것 같다 싶어서 재수를 결심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수 끝에 원하던 대학에 붙은 지금도 그때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것 같습니다. 그때처럼 학교를 안 나가지는 않지만 정말 수업만 딱 나가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취방에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있습니다. 나름 사수를 하는 동안 대학에 로망이 있었습니다. 대학에 가면 남들처럼, 인스타에 올라오던 내 친구들처럼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입학하고 초반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학과 행사도 나가보고 동아리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학과 행사를 나가봐도 이미 친해진 애들끼리만 뭉쳐있고 그들 사이에 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제가 사회성이 부족하기도 했구요. 사수를 하는 동안 많이 소심해졌고 또래들의 관심사와는 너무 멀어졌습니다. 또래들이 보는 드라마나 유튜브도 잘 모르고 연예인도 잘 모릅니다. 아마 사실 이런걸 잘 알아도 의미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게 너무 힘이 들거든요. 
입학할 당시에는 새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가 조금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달동안 그 기대가 무시만 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스무살때 쓴 일기를 봤는데 지금과 다른게 하나도 없더군요. 매일 누워만 있고 밤낮이 뒤바뀌고, 친구는 하나도 없고. 그동안 저는 제가 불행한 것이 제가 원하는 환경이 아니라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방 전문대에 다닐 때에는 원하던 대학이 아니라서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재수, 삼수, 사수할 때에는 아직 입시중이라 불행한 것이고 원하는 대학에 가면 행복해 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n수 시절을 버텼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오랜 세월 끝에 원하던 대학에 붙었고, 드디어 몇년동안 상상만 하던 행복한 시간이 왔는데도 전혀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대학 네임벨류에 따라 제 행복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저도 남들처럼 학교에 가서 강의듣고,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이랑 학식먹고, 공강날 놀러가고 그냥 그런게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냥 평범한 삶을 꿈꾸었을 뿐인데 저한테는 그것도 너무 과분했었던 걸까요. 
부모님이 가끔 전화하셔서 학교는 재밌냐, 원하던 대학에 가니까 행복하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동안 지원해 주신게 죄송해서 행복하다고는 말하지만 솔직히 전혀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스무살 이후로 행복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그나마 이 지긋지긋만 입시만 버티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해서 버틸만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핑계댈 수도 없어서 더 힘이 듭니다. 대학만 가면 행복해 질 줄 알았고, 그것만 믿으면서 지난 몇년을 버텼는데 그게 아니였다니 저는 어떡해야 하는 걸까요. 

댓글 165

ㅇㅇ오래 전

Best대학에 너무 큰 환상 ╋ 대학이 인생최종목표라 목표달성해서 허탈감 생김 ╋ 본인이 가고 싶었던 대학교에 갔으니 보상받고 싶은 심리 ╋ 고등학교에서 바로 대학교 계속 다녔으면 걍 일상의 연속이라 현실의 괴리감이 덜했을텐데 고립되어있다가 몇년만에 처음 사회에 나오니 괴리감 큼. 일단 대학에 대한 환상좀 버리시구요. 3-4년 늦은만큼 마냥 신입생처럼 놀기도 뭐하니 본인 일부터 열심히 하세요. 동아리도 인맥목적이 아닌 진짜 본인이 하고싶은 곳으로 들어가고 알바, 봉사, 공모전 등등 하다보면 자연스레 인맥들 생깁니다. 저도 재수에 편입에 처음엔 친구들 사귀기 힘들었는데 봉사, 알바, 인턴, 실습, 동아리, 팀과제 등등 본인이 해야할 일을 묵묵히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겨지던데요? 오히려 친구 사겨야한다, 사귀고싶단 생각으로 다가오면 그게 다 느껴져서 부담스러움..

오래 전

Best또래들 하고 안친하면 어때요? 공부나 열심히 하세요 님도 감사 일기를 쓰세요 손이 있어서 손으로 밥 먹을수 있어서 감사하다 다리가 있어서 걸을수 있어서 감사하다 . . 다른 님 말씀처럼 군대에 다녀오셔요

오래 전

Best댓글달려고 로그인했습니다. 일단 저는 본인이 너무 합리화를 시키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잘 나가지 않고 자취방에만 누워있고 하는건.. 본인이 게으르고 의욕이 없기때문인데 그 이유를 자꾸 뭐 멀리서 타향에 혼자있어서 등등 합리화를 시키고 있습니다. 그게 본인의모습이에요. 그걸 바꾸려고 노력해야합니다. 자꾸 합리화 시키고 이렇기 떄문에 나는 저렇게 밖에 할수 없는거야 라고 은연중에 계속 생각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매일 운동하는 습관부터 기르세요. 사회속에 나아가기위해 노력하세요.

ㅇㅇ오래 전

Best핑계가 많다 사수까지 지원해주는 부모님도 있는데 염치도 없네

ㅇㅇ오래 전

Best내가 딱 이랬는데 난 30대초인 아직도 그럼ㅎㅎㅎ 삼수하고 나이먹고 대학가니 뭔가 겉도는거같고(특히 그 나이때는 한살차이조차 크게 느끼니까) 그러다보니 대인관계도 엉망이었음. 학교생활에 정을 못붙이니 팀플도 어색하고 성적이 좋을리도 없었고. 4년 내내(중간에 휴학까지 총 6년다님) 겉돌면서 아싸짓하다가 졸업하고 혼자가 되니 그제서야 정신차려서 미친듯이 자격증 따고 원하던 직장까지 들어왔는데도 아직도 대인관계는 어려움. 경력도 없는데 나이만 많아서 취업과정도 좀 험난했음. 욕심부리면서 대학 좀 늦게 간 대가치고는 혹독할 정도로... 근데 그거 아니? 지금 대학에서 친분 쌓고 어쩌고 하는 애들 90%는 졸업하고 연락 안한다... 지금 중요한건 니 성적이고 니 스펙이고 니 미래야. 절대 중도에 그만둘 생각하지말고 졸업장이라도 남겨.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해. 혼자임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딴애들 친목질에 빼앗기는 시간을 너는 온전히 너를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해라

ㅇㅇ오래 전

ㅇㅇ오래 전

그냥 교회나 성당 다녀서 거기 사람들이랑 어울리는거 추천드려요!! 대학교 말고… 그리고 경기 4년제보다 기술 배우는 지방전문대가 낫다??? 이것부터 뭔솔?? 인가 했네,, 사이가 안 좋아서?? 그럼 그냥 자취를 하지 허허허… 그리고 대학교가 정 다니기 싫으면 경제학과나 법학과로 편입 추천드려요. 100% 개인플레이 가능합니다. 팀플도 없어요.

오래 전

삼수를 하든 고졸이든 교수든 뭐든 살아보니 대학이 니 인생을 크게 막 쥐어 흔들진 않음 물론 졸업장있음 취업할 때 도움이 되긴 하지만 너가 원하는 곳 졸업장이 없다고 해서 인생 망한거 절대 아님

김앙오래 전

날이 좋아~~나가서 뛰어! 매일매일 너가할수 있는시간에 나가서 뛰라고!!

ㅇㅇ오래 전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좀 줘요~ 다들 말은 안 할뿐이지 같은 고민하는 20살들도 많을 거예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흘러가는대로 보내다 보면 괜찮아지는 순간이 옵니다

ㅇㅇ오래 전

진짜 딴거 필요없고 부모님한테 잘해라 나약한소리 그만쳐하고

오래 전

우울증인것같아요. 상담 받아보시면 좋을듯

ㅇㅇ오래 전

말수 없고 숫기 없어도 학교 생활 충실히 하고 끝나면 과방가서 앉아 있어.. 첨부터 친근한사람 어딨겠어... 과방에 있다 한마디씩 말붙이며 할일 있으면 적극 나서서 도와주며 친해지는거지... 동아리 가입해서 활동해보고.... 이도 저도 싫으면 빈시간은 도서관가서 공부해!! 이것도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내는 것중 하나니까... 졸업하고 좋은직장 들어가있으면 좋은 동료도 생기고 이쁜여친도 생기게된다...

ㅇㅇ오래 전

미미미누 컨텐츠 봐보셈 장수생이어도 솔직히 얼굴 성격 괜찮으면 친구 앵간 잘들 사귐.. 이건 사수 문제가 아니라 글쓴이 성격 자체가 애초에 소심하고 외모도 그럭저럭인데, 거기다가 20대 초반에 방황까지 해버리면서 악조건이 겹친 케이스같음...

ㅇㅇ오래 전

너무 친구?에 연연하지 마시고 본인 학점, 스펙, 자격증 관리하세요. 저 10년 전에 대학 다닐 때 정말 동기, 후배, 선배 안 가리고 친한 사람이 많았고 일주일에 약속 없는 날이 없을 정도였는데요. 졸업하고 1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람은 두 명 정도예요ㅋㅋ싸우거나 한 것도 아니고 각자 졸업하고 직장이 갈라지니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고요~ 변하지 않는 건 학점, 자격증 정도예요. 늦게 시작한 거에 주눅들지 마시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미래를 위한 준비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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