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고 복직하지 말란 걸까요

오잉또잉2025.04.22
조회9,804
너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정신건강 분야에서 상담 업무를 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데, 휴직 중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 자격증은 연 1,000시간 이상의 교육훈련이 필요한 어려운 과정이지만, 제 전문성과 상담 역량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준비했고, 회사에서 자격수당도 지급되는 자격증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회사 인사 담당자로부터
“육아에 전념하지 않고 자격증 준비에 시간을 과도하게 썼다”며
부정수급으로 신고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통화 내용도 훈계조였고, 마치 제가 한심하다는 식으로 들려서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이미 해당 담당자에게 휴직 중이라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고 미리 허락을 구했습니다. 이제와 시간을 자세히 모르고 허락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기까지 하는 것을 보고 '내가 그렇게 미운가, 육아휴직을 쓰는 것도, 복직하는 것도 싫은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노동지청에도 이미 휴직하기 전에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진행했던 일이라, 이번에 다시 전화해서 상황을 알리니 담당자가 여전히 같은 입장이라고 하시네요. 혹시 몰라 노동지청 부정수급팀에 전화를 하니 자격증 취득한다고 공부하고 그런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데..라며 말을 흐리시는데요. 이 답변들에 안도가 되는 게 아니라, ‘그런데 회사는 아니라고 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들이 어긋나는 느낌에 혼란스럽습니다.

자격증이 복직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상담자로서 더 나은 역할을 하려고 한 건데, 왜곡된 시선으로 저를 몰아가는 게 너무나 괴롭습니다.

부정수급은 범죄까지 될 수 있는 큰 문제인건데, 신고를 하겠다고 압박을 주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제 성실한 노력을 돈을 바란 행동으로 치부되는 것입니다.

자격수당을 통해 자격증 취득을 위해 사용한 기회비용을 넘어서려면, 십 년 이상 근무하며 수당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면 아기를 낳지 않고 원래 제 직급을 유지했다면 직급수당을 받는 것이 자격수당의 150%로 더 큽니다. (임신을 하면 근무시간이 바뀌어서 직급을 사임해야 하는 구조라 직급을 사임했었습니다. 이렇게 거슬러올라가다 보니.. 결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를 낳지 말라는 말인가’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그동안 청소년 내담자를 더 잘 돕고 싶어 청소년상담사 3급을 취득해서 인사카드에 올리기도 하고(이 자격증도 취득을 위해 일정 교육,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포항지진, 코로나 19같은 재난상황에 사람들을 더 잘 돕고 싶어 심리적응급처치라는 교육을 개인 연차를 써가며 듣기도 하고(다른 기관들은 공가를 사용하지만 저희는 불허), 자살예방강사 양성 교육도 육아휴직 중에 이수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제 일이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고, 전문성이 생명이라는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까지 하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그냥 세상이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저는 종교가 없어 세상을 위해 기도하지도 않으니
스무살 부터 버는 돈이 생기면 십일조처럼(그치만 금액은 더 적은) 여러 비영리단체에 정기후원을 해왔습니다.
얼마 전에 한 비영리기관에서 “10년 넘게 후원해주셨는데 최근 끊기셨더라”고 연락이 와서,
육아휴직도 하고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10년”이라는 말에 제 스스로가 참 기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 스스로에 대한 정당성을 계속 증명하려 애쓰는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고, 자괴감이 듭니다.
이런 글 쓰는 것조차 부끄럽고 슬프네요.

육아휴직급여나 실업급여같은 고용보험제도를 악용, 남용하는 거... 도덕적 해이 문제 맞죠.
하지만 복지혜택을 받는다는 이유로 낙인을 찍고 이거하면 안 된다, 저거하면 안 된다며 과도하게 감시하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건 반인권적이고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돈까스 먹은 수급자 아이를 보고 수급비 받으면서 좋은 돈까스를 먹는다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람이 떠오르더라고요. 본인은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가벼운 생각을 말로 뱉고, 행동한 것이겠죠. 하지만 누군가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취득한 자격증은 취득이 힘들지만 정신건강분야 근무한다면 필요성을 알기 때문에 주40시간 직장에 병행하기도, 근무 시간을 줄이기도, 경력을 중단하면서도 훈련에 임하고 있는 자격증이에요 제 생각엔 오히려 회사가 자격취득을 위한 배려, 격려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렇게 하는 회사가 많고요
+재직 중 자격증 취득하는걸 권장하는 회사에서 여러 자격증 공부하는 친구들 모습이 떠올라 제 처지가 속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