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귀뚜라미 눈썹만한 비들이 내린다 오래 비워둔 방안에서 혼자 울리는 전화 수신음 같은 것이 지금 내 영혼이다 예컨대 그 소리가 여우비 는개비 내리는 어느 식민지의 추적추적한 처형장에서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 두고, 바닥에 내려놓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댕강 댕강 목 잘리는 소리인지 죽기 전 하늘을 노려보는 그 흰 눈깔들에 빗물이 번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카자흐스탄에 간 친구가 설원에서 자전거를 배우다가 무릎팍이 깨져 울면서 내게 1541을 연방연방 보내는 소리인지 아무튼 나 없는 방안에서 나오는 그 소리가 지금 내 영혼이다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그대라는 봄을 타는지도 모르겠다 비 맞으며 귀신이 자신의 집으로 저벅저벅 문상 간다 생전에 신던 신발을 들고 운다 산에 핀 산꽃이 알토기의 혀 속에서 녹는다 돌 위에 해가 떨어진다 피난민처럼 나는 숨어서만 운다
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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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말하자면 귀뚜라미 눈썹만한 비들이 내린다 오래 비워둔 방안에서 혼자 울리는 전화 수신음 같은 것이 지금 내 영혼이다 예컨대 그 소리가 여우비 는개비 내리는 어느 식민지의 추적추적한 처형장에서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 두고, 바닥에 내려놓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댕강 댕강 목 잘리는 소리인지 죽기 전 하늘을 노려보는 그 흰 눈깔들에 빗물이 번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카자흐스탄에 간 친구가 설원에서 자전거를 배우다가 무릎팍이 깨져 울면서 내게 1541을 연방연방 보내는 소리인지 아무튼 나 없는 방안에서 나오는 그 소리가 지금 내 영혼이다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그대라는 봄을 타는지도 모르겠다 비 맞으며 귀신이 자신의 집으로 저벅저벅 문상 간다 생전에 신던 신발을 들고 운다 산에 핀 산꽃이 알토기의 혀 속에서 녹는다 돌 위에 해가 떨어진다 피난민처럼 나는 숨어서만 운다
- 다층 (2005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