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동네 아저씨랑 싸웠어요

ㅇㅇㅇ2025.05.01
조회18,235

어제 진짜 하루 종일 기분이 뒤죽박죽이었어요.
남편이 어제 오후 반차를  냈고, 저도 요즘 이직 준비 중이라 잠깐 쉬고 있는 김에, 날씨도 좋고 해서 둘이 오랜만에 공원 산책을 나갔거든요.

멀리 간 건 아니지만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오랜만에 기분이 참 좋았어요.


그러다 잠깐 벤치에 앉았는데요.
갑자기 어떤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우리한테 말을 거는 거예요.
남편은 43살인데 동안이라 어디 가면 삼십대로 보이는 편이거든요.
그 아저씨는 아무리 봐도 일흔은 넘으셨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우리 앞에 떨어진 휴지를 가리키면서 “이따 갈 때 이 휴지 좀 주워” 이러는 거예요.
남편이 정중하게 “이거 저희가 버린 게 아닌데요” 하니까,
그 아저씨가 “그래도 자네들이 앉아 있던 자리에 쓰레기 있으면 버릴 줄도 알아야지. 심보 그렇게 써서 어디 되겠나” 이러는 거 있죠.

그때까진 저도 좀 당황스러웠지만 남편이 “그럼 그냥 지금 주울게요” 하고 바로 휴지를 주웠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또 “이따 갈 때 주우면 된다니까 왜 지금 줍냐, 성격 참...” 이러는데
남편이 그 말에 갑자기 확 돌아서 “왜 계속 반말하세요? 저 아세요?” 하고 따진 거예요.

결국 그 아저씨는 “내가 너 같은 아들도 있는데 반말도 못 하냐”며 “어린 놈이 싹수가 노랗다” 어쩌고 하시고…


남편은 또 참는 성격이 아니라 “아저씨 싹수나 생각하세요” 하고 맞받아치고…
둘이 큰 소리로 싸우고 사람들 몰려들고, 완전 난리도 아니었어요.

진짜... 저는 너무 창피하고 속상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남편은 평소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그냥 넘어가면 될 일도 꼭 일을 키우는 경향이 있거든요.


어제도 괜히 기분 좋게 시작한 하루를 그렇게 망친 거에요.

근데 더 민망하고 황당한 건 뭔지 아세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저씨가 제가 다니는 교회 집사님의 아버지셨던 거예요.
남편이 지인 아버지랑 남들 다 보는 곳에서 소리 지르며 싸운 거죠.

솔직히 어제 일은 남편만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속상하고 민망하고, 어디 털어놓을 데도 없고...
이렇게라도 좀 하소연해봤어요. 정말 진이 다 빠지네요.

남편도 기분이 나빴을 것 같아서 아무 말도 안 하긴 했는데요. 아무튼 기분이 별로네요. 


여러분들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