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던 남자의 고독한 독백.

ㅇㅇ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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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75년생이다.
여섯 살 때 경비행기가 정글에 떨어졌고, 사업하시던 부모는 죽었다.


어렸던 나는, 그대로 정글에 버려졌다.
며칠을 벌레와 피 냄새 속에서 울었다.

그래도 본능이 살고싶어서인지 벌레를 집어먹고 풀도 먹고 지쳐갈때쯤 지나가던 용병들에게 발견됐다.
그들을 만난건 어쩌면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공부 대신 총 쏘는 법을 배웠고, 남들 친구랑 놀때 죽은 시체를 지켜봤다.
자라면서 인간이 뭘 원하는지, 어디를 쏘면 빨리 죽는지부터 익혔다.
스무 살 무렵엔 이미 사람을 죽일 때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프랑스 외인부대. 걸프전. 사막의 여우작전등 칠흑 같은 밤 속에 내 손엔 언제나 총이 있었다.
빈라덴 작전에도 투입됐다. 모든 게 비밀이었고, 우리는 숫자였고, 나라는 이름이 없었다.

전쟁은 끝났고.. 단지 장소만 바뀌었다.
이제 한국, 내가 태어난 나라에 돌아왔다. 쉰 살.
하지만 나는 아무 데도 속하지 않는다.
국가는 날 기억하지 않고, 사람들은 내 눈빛을 피한다.
알고 있다. 이 눈빛은 사람을 두렵게 만든다.
죽음의 냄새가 배어 있으니까.

돈은 없다. 친구도 없다. 가족은 어릴 때 불타 없어졌다.
밤이면 악몽이, 낮이면 공허가 찾아온다.
요즘은 가끔, 정글 속이 더 따뜻했던 추억에 젖는다.
거긴 적어도 진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그 이유조차 없다.
나는 살아남았지만, 살아갈 자리는 없다.
길거리를 떠돌다, 폐건물에 드러누운 채 생각한다.
내가 지금 숨 쉬는 건 습관일 뿐이다. 살아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나는 죽지 않는다.
죽는 건 너무 쉬우니까.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세상이 나를 얼마나 쓸모없게 만들었는지를
끝까지 보고, 끝까지 기억할 거다.

그게, 내가 이 전쟁에서 택한 방식이다.
말없이, 고요하게, 천천히 무너지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