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오빠가 사라져버렸으면 하는데 어떻게 할까

쓰니2025.05.17
조회13,562
읽어주시고 댓글 써준 분이 많네요ㅋㅋ 많이 놀랐어요 무서웠던 것 같기도 해요 손이 좀 떨리네요
한국인이 쓴 글이 아니라는 댓글이 있던데 멀쩡히 학교 다니는 고3 한국인입니다 메모장에 쓰는 것처럼 갈긴 글이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군요 이해합니다

완결을 지어야 할 것 같아서 글을 한 번 더 적어요 이런 일에 끝맺음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안 읽고 넘기셔도 되지만 그래도 제 마음 좀 편하자고 쓰겠습니다ㅋㅋ

쩝 익명일수록 더 편하게 속사정을 얘기할 수 있다는거 알아요?
당신들과 내가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 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거고 설령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알아볼 수 없겠죠 그런만큼 글도 과격해지고 내 추잡한 속마음을 말하는 것도 더 쉬워지겠죠
이 글은 그런 글이에요 스트레스를 받던 19살 입시생이 휴대폰 붙잡고 마구 쏟아낸거라구요 글이라도 쓰면 마음이 좀 나아질까, 남들에게 충고를 받으면 정신이 차려질까 해서요
당신들의 댓글도 비슷하겠죠 내 앞에서 저보고 폐기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장담하건대 쉽게 그 말을 꺼낼 순 없을거예요 나도 마찬가지겠지요 당신 앞에서 내 속사정을 이렇게 말할 순 없을 거예요(이런 익명사이트의 장점이자 단점이군요)

그렇다고 내가 오빠한테 가서 네가 싫어졌으네 나가라고는 말하지 않아요 오빠와 나는 가족이니까요 글에도 적혀있잖아요 최소한의 정은 있다고요 당신들보단 내가 오빠를 더 사랑하겠죠 당신들이 글 너머의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건간에...

댓글 다 읽어봤어요 적당히 걸러들었습니다 선넘은 표현부터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준 글들까지요 댓글을 써준 당신들이 얼마나 다시 이 글에 들어와 이 글을 읽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내 가족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만큼은 맞는 말인 것 같군요
맞아요 저는 당사자예요 그만큼 내 상황에 편중되어 있고 상대의 말을 무시하겠죠 흠.... 이 부분에서는 해결책을 생각해야겠어요 저도 어린지라 아직 상대의 마음이 어떤지까지는 확실히 알 수 없네요 또 정신상담 받아보라는 말이 있던데 제가 형편상 그럴 상황은 안 되어서.... 나중에 받는걸로 하겠습니다ㅋㅋ

그래도 당신들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가족이잖아요 조금 더 포용해볼게요 나중에 영영 헤어지게 되었을 때 후회하면 안 될테니까요

여하간 읽어주셔서 감사하네요 분노로 잔뜩 점철되어있는 글을 끝까지 읽는 건 좀 힘든 일이 아니거든요 부디 좋은 하루 보내시길

*

여기 문화 잘 몰라서 그냥 반말로 쓸게

오빠가 우울증임 심하지는 모르겠다 꾸준히 약먹고 상담 다니는 것 같은데 오빠가 무슨 일과를 보내고 어떤 치료를 받는지 자세히 알고 싶지 않음 그래서 잘 모름 어쨌든 우울증 심하다고 군면제까지 받았어

그렇게 한 1~2년 지났나 오빠는 약 덕분인지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꽤 괜찮아졌다 아직도 집 밖으론 잘 안 나가지만 종종 먼저 외출해보려고 하기도 한다
뭐 여기까지면 나도 괜찮지

근데 나랑 오빠는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님 어렸을 적에도 그다지 같이 논 적도 별로 없다 쌍둥이 동생이랑은 잘 놀았는데 나랑은 잘 안 놀았다
그래서 서로 그렇게 유대가 깊지도 않고 오빠가 크게 안타깝지도 않다
가족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정, 밉지도 좋지도 않은, 무관심에 가까운 그 어중간한 사이를 우리는 지금 20년 가까이 지켜오고 있었음

그런데 나는 오빠가 요즘들어 너무너무 싫어졌다

오빠는 잘 씻지도 않음 집안일을 도와주지도 않는다

나 올해로 19살이다 당연히 쌍둥이 동생도 19살이고

근데 우리가 집안일 다 도와준다 오빠는 아무것도 안 함 식사 다하고 식탁 정리할 때면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빨래 개면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수저 놓지도 않고 멀뚱멀뚱...

이게 오빠가 아프고 나서 그랬으면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나와 동생이 스스로 나서서 집안일을 도울 때부터 오빠는 아무것도 안 했다 20살이 처먹도록....

그러니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법도 모른다
잘 씻지 않으니 가끔 샤워를 하면 화장실이 엉망이 된다 머리카락은 여기저기 떨어져있고 손잡이들은 전부 때로 얼룩져있다
그걸 나랑 동생이 다 치워야한다 다 닦아내고 쓸어내리고....

가끔 오빠가 말을 걸 때가 있다 정말 듣기 싫다 폭력적인 유튜브 3d 애니 이야기 정말 관심없고 오빠가 하는 게임얘기 정말 관심없고 그냥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말 걸지 말라고 화난 티를 내면 오빠는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냥 징그럽게 곁에 와서 기웃거린다 그렇게 하면 용서할거라는 걸 알고 있는거지 엄마 옆에서 그러면 내가 엄마 눈치를 본다는 걸 알고 있는거지 내가 오빠가 불쌍히 여기기를 바라는거지

이해해주기도 지쳤다

한 사람이 이렇게 싫어질 수 있나? 이렇게 증오스러워질 수 있나?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에 차있다 오빠의 목소리 발걸음 온기 숨소리 하다못해 오빠가 치는 피아노의 음미저도 전부 싫어진다 끔찍한 소음이 된다

가끔 오빠를 패버리는 상상을 한다 그럼 좀 나아질까 싶어서 그러나 소용이 없다

길을 잃은 분노는 조옹히 쌓이기만 할 뿐이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풀리는가 싶던 분노는 오빠를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나타난다

내가 정신병에 걸린건 아닐까? 입시 스트레스에 미쳐서 내가 사리분별을 못하는걸까? 내가 가질 수 있는 이 끔찍한 혐오를 가장 먼저 가진 사람이 내 가족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동시에 오빠가 끔찍히 싫어진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