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는 호칭을 통해 규정되고, 그 호칭은 결국 위계를 결정짓는다.
그리고 ‘며느리’를 위한 호칭은 항상 아래 사람의 언어다.
‘시댁’이라는 말부터가 그렇다.
왜 친정은 집인데 시가는 댁인가?
‘아가씨’, ‘도련님’이라 부르면서
나는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그 관계 속 가장 아래에 놓인다.
나는 지금도 어쩔 수 없이 ‘아가씨’, ‘도련님’, ‘시댁’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분노만 남는다.
나는 이 결혼에서 어떤 지원도 받은 적이 없다.
맞벌이에 도리어 우리 집에서 아파트를 지원해줘서
이 집도 내 명의고, 똑같이 돈 벌어오고, 가사노동도 내가 하는데
집이라도 해주고 종년 노릇시키면 난 차라리 당연하다 생각할 것 같은데
도대체 내가 이 집안의 종년이 되어야 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모든 걸 기브앤테이크로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만으로는 지칠 수 밖에 없다.
어른들이 말릴 때 깨달았어야하는데
솔직히 지금은 늦었다.
이럴 바엔 역시 상향결혼을 했어야했다는 후회만 남을 뿐
어차피 어딜 가든 종년 노릇을 해야 한다면,
같은 종놈 집안의 종년이 되느니
대감집 종년이 되는 편이 나은데.
역시 옛말 하나도 틀린 것 없다.
결혼은, 여자를 종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