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심리가 뭘까요? (+후기)

믿고간다2025.05.30
조회38,127
안녕하세요. 조언을 얻기 위해 글을 씁니다.
지루한 글이 길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저희는 결혼한지 1년 조금 넘은 부부입니다.
저희 부부는 8년 연애 후 결혼했고,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가끔 싸우기는 하지만 매번 현명하게 풀고 있습니다.
아내는 전업주부이기는 하지만 3교대를 하는 저를 위해서 매일 삼시세끼 밥을 차려주고(친구들이랑 놀때도 제 밥을 차려야 한다며 일찍 들어옵니다. 제가 친구들이랑 편하게 놀라고 하는데도요. 제게 밥을 차려주는게 자기의 기쁨이라고 합니다) 집안일도 잘 하고, 양가 부모님과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모진 말을 하지도 않고, 착하고, 웃음도 많고, 얌전합니다.
키크고 예쁘고 현모양처인 아내를 보고 친구들은 제게 복받았다고 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제가 아내의 클라우드 메모장을 본 후 생겼습니다.
몇일 전, 아이클라우드 파일을 정리하기 위해 크롬을 통해 아이클라우드에 접속했는데, 아내의 애플 계정이 로그인 되어있었습니다.
다른건 별 것 없는 내용인데, 고정된 메모가 몇 개 있어서 호기심에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잘하는게 참 많은 사람이지만, 사회생활에 조금 서툴다는 게 유일한 컴플렉스입니다(이게 문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몇번 비정규직 일을 하기도 했지만 계약연장에 전부 실패했고, 결국 일찍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지금은 인테리어 아이템을 만들어서 파는 수공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에게는 친구들이 참 많은데, 그 중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습니다.
메모의 주인공은 그 모임 중 한명에 관한 내용입니다.
편의상 그 친구를 ‘김’이라고 칭하겠습니다.

김은 스카이서성한 중 한 대학교(특정될까봐 이렇게 말합니다)를 졸업해서 그 학교 소유의 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고향이자 저희가 지금 살고 있는 지방 광역시로 내려온 것으로 압니다.
아내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지만(아내는 얌전하고 조신한 여성스러운 천상여자 스타일) 김 역시 스타일도 좋고 예쁘장하고, 제가 몇번의 만남을 통해 느낀 바로는 털털한 성격편입니다.
김과 아내는 성격 뿐만 아니라 가치관 같은 것도 매우 다릅니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일 잘하는 동료 vs 착한 동료 밸런스 게임을 했는데, 아내는 후자를 선택했지만 김은 ’직장에서는 일 잘하는 게 착한 것, 신입때는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연차가 차도 일이 안되면 사직해야 한다’고 얘기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이때 아내가 ‘자기를 저격하는 것 같다‘라고 속상해 했습니다만, 당시 밸런스 게임을 제안하고 그 주제를 제시한 건 다른 친구였습니다.
김은 저희보다 일찍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아무튼, 메모장에는 그 ‘김’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는데, 그 내용이 좀… 특이했습니다.
메모장에는 1,2,3…. 으로 순번을 적은 후 김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놨는데

김이 언제 병원을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왔는지에 대한 기록 + 단톡방에서 김이 직장에 대한 험담을 했던 카톡 캡처 + 김이 예전 직장 사람들과 연락하지 않는 것 같다는 메모
김이 다녔던 병원의 연봉(네이버에 검색한 것을 스크린 캡처한 것) + 현재 연봉 추측값과 그 근거(아기 도우미? 관련 지원 하려니 소득순위가 얼마라고 했다)
김이 전남자친구와 찍은 사진들, 전남친이랑 여행간 인스타그램 캡처
김이 사는 집(저희가 결혼할 당시 김은 오피스텔 하나와 저희 지방 상급지 국평 아파트 하나를 가지고 있었음. 저희는 구축 전세로 시작했는데, 이 부분때문에 김을 집들이에 초대하지 않아서 기억하고 있음)의 호갱노* 실거래가 날짜별로 정리
김이 사는 집의 등기부등본
김의 핸드백? 조그만 가방 로고가 보이게 사진찍은 것
김이 간 여행지 리스트
김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
김이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 얘기한 카톡 캡처(부모님이 가난해서 힘들다는 내용)
김의 쌍커풀 수술 전 프로필 사진 캡처(아주 오래된 사진으로 추측됩니다… 오줌필터라고도 하는 노란 필터를 쓴 사진)
아기가 김의 남편을 닮지 않은 것 같다…
아기를 낳았는데 프로필 사진에 아기사진이 없다
(김의 직장에 방문했을 때로 추측)김이 자기 직장동료들을 소개시켜주며 으스댔다… 등의 생각들
김의 아기 사주….(태어난 년일시)
정도였는데, 읽다가 다른 메모들도 보려고 더 못읽었습니다.

다른 메모에는 다른 친구들의 mbti 들을 정리한 것, 자기 생일에 누가 생일 선물을 줬는지, 누가 받고나서 되돌려주지 않았는지, 만났을 때 계산한 사람 이름과 날짜 가격 등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김에게 자격지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싸우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보기에는 친하지는 않아도 같은 무리에서 무난히 잘 지내는 편이었습니다.
제게도 김의 칭찬을 자주 해서 제가 김을 만나보기도 전에 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을 보고 아내는 조금 무례한 친구에게도 친절하구나, 생각했고요.
아내와 김은 저희가 결혼한 후 다퉈서 아내가 원래의 무리를 나왔는데, 그때도 제게 속상하다는 말만 할 뿐 김에 대한 험담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툰 이유도 김이 다른 친구들의 결혼식에는 가전제품을 사줬으면서 우리 결혼식에는 축의금 10만원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는 김의 결혼식에 5만원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사업 초기라 돈이 없어서 봉투에 자필편지를 넣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김이 사회생활을 안해봐서 모르나본데 니가 머리 굴리고 수쓰는거 다 보인다, 니 음침함을 사람들이 모를 줄 아냐, 니 찐따같은? 대학친구들 시녀처럼 부리면서 공주놀이 하고 있는것도 안다, 니보다 잘난 사람 질투하면 넌 평생 그렇게 살거다 라는식으로 아내에게 카톡을 했었는데 아내가 제게 그 카톡 내용을 보여주며 울어서 저도 화를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 외에는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연락도 하지 않는 김의 정보가 담긴 메모장을 보니 솔찍하게는 조금 무서웠습니다.
업데이트 날짜는 보지 못했지만, 아직도 메모장을 지우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김이 아닌 다른 친구에 대해서는 그런 상세한 메모는 없었습니다.
사실 김은 자연임신을 하고 저희는 시험관 중인데다가, 제가 메모를 보고 파악하기로는 김의 부부가 저희 부부 연봉의 3배 정도가 되는 것 같아서 김에 대한 자격지심을 버리지 못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부족해서 그런걸까
제게 보여지는 모습도 가식인가?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 건가
연애도 길게 하고 결혼해서도 한번도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여자인데, 그러면 김이 잘못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내도 아직 제가 메모장을 본 것을 모릅니다.
아내에게 메모장을 봤다는 사실을 알리고 대화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모르는 척 해야 할까요?
아내의 심리는 뭘까요?
김이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 아내가 방어하려고 정보를 적어놓은 걸까요?
제가 유난하게 구는 걸까요?
부디 현명한 조언을 구합니다.

ps. 저는 김과 어떤 이성적인 교류도 없었습니다(질투할 일 없음)
메모장에 저와 제 가족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댓글보고 추가합니다ㅠ
제가 글솜씨가 없어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제 아내는 사이고패스가 아닙니다. 강아지도 좋아하고 고양이도 키우고 있고, 눈물도 많은 여린 사람입니다ㅠㅠ
그리고 김씨의 결혼식에는 모든 친구들이 오만원 혹은 아예 안했습니다(김씨 결혼당시 친구들이 학생 혹은 취준으로 모두 돈이 없는 형편이었고, 축의때문에 의상하기 싫으니 축의 하지말라달라는 김씨의 부탁이 있어서 아내도 5만원만 했다고 함).
이후 김씨가 다른 친구들의 결혼에는 가전을 선물하고 저희 결혼에는 안해주어서 아내가 차별받는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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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자의 눈에도 아내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는 의견을 듣고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잠을 왜 못자냐고 물었고, 저는 아내에게 제가 메모장을 본 사실을 얘기했습니다.
사실 글을 올리면서도 아내의 얘기를 들어봐야겠다고는 생각했었고…, 아내의 심리를 분석하고 이해하고자 글을 올린 것이었습니다.

밤새도록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말씀드렸듯 아내는 사회생활이 서툰데, 그 탓에 아내가 김에게 말실수를 몇번 했다고 합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나니 생각난 일이,
결혼 전 아내와 저, 김을 포함해 여럿이서 술을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김은 졸업한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전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아내가 김에게 너 학벌세탁 했네?라고 해서 저도 헉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정확한 말은 기억안나지만 학벌세탁이라는 단어는 했었고, 조롱이나 비꼬는 뉘앙스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느낌)
당시 김응 아내를 빤히 바라보더니 또 그러네. 라고 하고 무시하듯이? 다른 친구에게 고개를 돌려 웃고 떠들었습니다.
모임 후 제가 아내에게 그런 말은 왜 했냐고 물었고, 아내는 학부때보다 더 좋은 학교를 가서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자신의 서툰 말로 김이 오해를 한 것 같다고 미안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틀린 말도 아니지 않냐, 맞는 말이라 김이 기분나빠한 것 아니냐 하길래, 틀린 말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기분 나쁠만한 말은 굳이 해서 미움을 사지 마라고 했었습니다.

아내가 악의가 없다는 말이 맞는게, 저와 아내와는 직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제가 봐도 사회생활 능력이 조금 없습니다.
다른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사주는 커피를 먹기만 하지 남들한테 사줘야하는 이유조차 모르며, 거래처가 와도 다른 동료들이 접대할때 멀뚱멀뚱 앉아있는, 잘 못하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동료들을 되려 이해하지 못하는….
쏘시오패스나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귀한딸로 자라서 잘 모르는 느낌이고, 말실수를 할때도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표정입니다.
김이 말하는 시녀놀이도 아내가 귀한 딸로 자라 공주분위기 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내는 여자친구들보다 남자친구들이 더 편하다고 했는데 이 역시 사회생활을 잘 못했기 때문에 여자들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사례도 듣긴 했지만…., 이렇듯 아내는 김에게 악의없는 말실수를 하는 일이 몇번 있었고, 그때마다 김은 아내를 무시했다고 합니다.
함께 지내온 시간이 길다보니 김은 점점 아내를 미워하게 되었고 어느순간부터 아내는 김이 자신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축의금 사건 직전, 아내가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김에게 말실수를 했고, 김이 아내에게 뜬금없이 세금신고나 제대로 하라며 탈세하지 말라고 폭언했다고 합니다(아내는 탈세범이 아닙니다).
아내가 자신의 말실수에는 악의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김은 아내에게 여우인척 하는 곰이라며, 순진한척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는데 수가 다 보인다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아내가 사과하고 넘어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축의금 사건이 터져서 완전히 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아주아주 섬세하고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인데 김은 털털하고 무덤덤한 사람이다 보니 둘이 안맞았던 것 같습니다.

김에 대한 정보를 메모해 둔 이유는, 김에게 실수하지 않기 위해 김에게 예민한 부분을 기록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메모를 지우지 않은 이유는 김에게 연락이 온다면 화해하고 예전처럼 지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내는 김을 질투하지도, 열등감을 느끼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며 김이 자신을 미워할지언정 자신은 아직도 김을 소중한 친구라 생각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김보다 못한 부분이 없기에 열등감을 느낄 일도 없고, 자신이 되려 김보다 좋은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자신의 모습은 가면이 아니라, 좋은 부분을 많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합니다.
제게 말하지 못한 이유는, 제가 조신하고 얌전한 천상여자가 이상형이라 자신에게 실망할까봐 무서웠다고 합니다.
서로 터놓고 이야기 하면서 아내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제가 글솜씨가 부족해서 말을 못하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김을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라고 얘기했는데, 아내가 그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저는 기억이 안납니다. 김은 제 스타일도 아니며 김에게 이성적 감정은 맹세코 절대 없었습니다).
저희가 집도 차도 없이 시작하다보니 풍족한 김의 부부를 보며 열등감을 느꼈고(이 일이 일어나기 전, 제가 처음 아내가 김에게 열등감을 느낀다고 추측했던 계기입니다), 저의 경솔한 말실수와 김과의 성격차이, 최근 아내의 사업이 잘 안되서 대기업 다니는 김을 보며 비교의식이 더해진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못벌고 말실수를 한 제 탓이 크네요…

아내의 새로운 면모를 보기는 했지만, 아내가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몇몇 댓글들에서 말씀해주셨듯 그냥 아내의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김은 아내의 성격을 감당하지 못했지만 십년에 가까운 세월을 곁에서 함께한 저는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의 모습들이 어쩌면 순수한 모습이 아니라 계산된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은 합니다만, 그래도 아내의 말을 믿어보려고 합니다.
구에서 운영하는 정신상담센터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 한번 해보자고 한 상태입니다.
이혼할 만한 거리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는 아내를 많이 사랑합니다.
오랜 시간 곁에 있었던 제가 김보다 아내를 잘 알테니까요(상식적으로 그 긴 세월을 속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잘 살아보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