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여서 회사도망침 (죽지마)

ㅇㅇ2025.05.31
조회242
나는 도망치듯 퇴사하고 지금 8개월정도 쉬고있는사람임.
내가 퇴사한 감정의 흐름에 대해 썰을 품.
참고로 회사는 7년 정도 다님.

1. 회사에서 버티고 버티고 버티던 어느 날.
'문득','갑자기' 퇴근하는 지하철안에서 구체적(옥상에 올라가서,철조망을 뚫고, 떨어져서...)으로 어떻게 죽을지 머릿속에서 막 떠오름.

2. 이때 현실과 분리되는 느낌을 받으며, 몸이 뜨거워지고, 세상이 멍해지는 느낌과 심장뛰는 소리만 들리는 현상이 발생함. 이상하게 기분좋은 희열(?) 같은게 느껴져서 무서웠음.

3. 근데 이런 현상을 겪으면서도 퇴사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판단이 안됨. (비이성적이지만 그당시에는 판단이 안됐음)

4. 퇴사하면 x되는거 아니까, 이만큼 주는 회사 없으니까, 퇴사못하고 3개월 더 버티다가, 어느 날은 자아가 바스러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음.
'내'가 사라졌는데 '나'를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할지 모르겠는, 신체라는 껍데기만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듬.

5. 그래도 퇴사하면 x되는거 아니까, 또 퇴사 못하고 3개월 지남.
무력한 내 자신을 책망했고,
내가 그릇을 인정할 수 없어 화가났고,
나약한 놈이 된것 같아서 자책하고,
'죽어야' 이 모든 고통이 끝난다는 생각이 들었음.

6. 회사에서 죽어야 회사를 x되게 할수 있을것 같은데,
그 와중에 '내가 그래도 사장님은 존경한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내가 죽으려면 퇴사하고 죽어야지 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꿈.
(지금 생각하니 나한테 엄청 가학적이었네;;)

7. 그러면서도 퇴사하면 x되는거 아니까 계속다님.
하루는 일하다가 메일을 열었는데
마음 깊은곳에서 뭐가 막 튀어나오려는 느낌이 들어서,
온 힘을 다해 튀어오르는걸 막았음.

8. 그때 든 생각이 "나라는 인간은 전쟁터에서 칼맞고 총맞고 쓰러졌는데, 그런 나를 다른인간들이 다시 돌멩이로 찍어누르는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고, 결국 회사에서 무너졌음.

9. 내가 나를 더이상 책임지고 싶지 않았음. 퇴사해서 내 인생이 x되더라도, 그냥 쟤는 x됐구나 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내가 떠올랐음. 내가 나를 포기했음.

10. 그래서 충동적으로 퇴사하겠다고 팀장놈한테 면담하고 통보했음.

11. 이미 면담 하고나니까 퇴사는 물릴수 없고,
대충 내가 얼마모았나 이것저것 긁어보니까, 어찌저찌 영끌하면 1억정도 모았음.
갑자기 너무 억울한거임.
갈땐 가더라도 돈은 다 쓰고 뒤져야 겠다는 생각이듬.
세계여행이라도 가서 쓰고 디져야지, 그냥 이렇게 디지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음.

12. 그리고 부모님도 살아계시는데 너무 슬퍼하실거 같았음.

13. 퇴사하고 단톡방이나 메신저들 그냥 말없이 쌩까고 도망쳤음. '인간'이란 생물 자체가 꼴보기 싫었음. 웃긴건 나도 인간이라서 살아있는게 혐오스럽고, 한편으로는 측은했음.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도 '나는 사회성 병신이구나' 싶어서 자책했음.
그래도 마음속에서, 나의 오장육부들이(?) 그들에게 인사하는걸 거부하는 것 같았음. 그래서 그냥 회피하듯 도망쳤음.

14. 억울하게 번 돈이니까 펑펑 쓰고가자 싶어서 돈 빼서 통장에 천단위로 채우고 해외로 떴음. 비행기표도 끊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뭔가 돈을 쓸려면 떠야된다(?)고 생각했음.

15. 처음 1달은 숙소에 있으면 불안해서, 자꾸 마음속에서 뭐가 막 올라오는데, 이게 감당이 안되서 하루에 2만보씩 걸었음. 목적지도 없고, 가고싶은곳도 없어서 그냥 걸었음.
한국에 가면 전화가 울릴거 같아서 두려워서 한국 못갔음.

16. 밤에는 자꾸 잡생각이 떠오르고 잠을 못자서,
웹툰 만빵 결제해놓고 잠들때까지 웹툰만 봤음.
내용은 모르겠고, 진짜 스크롤만 쭉쭉 내리면서 그림만 봤음.

17. 그렇게 1달지나니까 회사가 좀 멀게 느껴지고, 내가 진짜 퇴사했구나 싶은 마음이 드니까.
먹고싶은거 먹고, 사고싶은거 사고, 머물고 싶은만큼 머물고, 싫증나면 다른지역, 다른나라가고... 그랬음.
하루에 커피집 5곳씩 돌았음.
밥먹는시간, 건강 이딴거 신경안썼음.
근데 이게 얼마나 즐거웠겠음. 돈많은 백수짓 하고왔음.

18. 돌아오고 나니 회사가 싫고, 후유증으로 사람이 무서운건 똑같음. 그래서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음.
그래도 '회사에 얽매어 있던 시간인데.. 지금은 아니구나'
이런 생각하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불안하지 않음.

19. '영어로 표현 할 수 있어야 영어를 배우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험영어가 아니라 대화로서의 영어'를 하는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음.

20. 사람은 아직도 무서움.
사회성때문에 '내가 다시 조직생활을 못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슬픈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남은 돈이 있으니까,
내가 한달에 얼마정도 쓰면 만족할지,
내가 어떻게 살면 최대한 사람들과 피하면서 밥먹고 살지,
이런것들을 생각해보게 됨.
알바도 조금씩 해야할 것 같음.

21. 아무튼.. 살아있음.
죽고싶은 마음이 가끔씩 들때가 있지만,
(선천적으로 좀 우울한 기질이 있는듯)
내일 뭐먹지? 내일 운동갈까? 아 귀찮다. 그래도 가야지.
뭐 이런생각들로 쓱 변하는거 같음.
돈 다쓸때까진 나도 모르겠다. 싶음.
아무튼 계획없는 개백수로 살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