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점심, 혼밥을 하고 산책을 하러 연트럴파크에 들어섰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도와주세요! 제가 갇혔어요!" 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보니 연트럴 파크의 한쪽편, 다가구 주택이 일렬로 있는 곳의 2층 베란다 창문 밖으로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사님이 연트럴 파크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바로 앞에서 산책을 하던 50대 후반의 부부와 그의 딸로 추정되는 20대 여자, 이렇게 셋이 걸음을 멈추고 도움을 호소한 분을 쳐다보았고, 여사님은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여기 갇혔어요. 여기 문 열고 들어오셔서 저 좀 꺼내주세요."
아까 도와달라고 다급하게 외칠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나름 편안한 목소리로 그분들에게 이야기하니 저는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책하던 분들도 동감했던 것 같은데요, 그분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여사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여사님은 "제가 여기 잘못해서 갇혔거든요. 이 건물 빙 돌아가시면 문이 있는데 거기 문 열고 들어오셔서 저 좀 꺼내주세요." 라고 이야기를 했고, 산책하던 분들은 서로 짤막한 대화를 나누더니 20대 여자로 보이는 분이 "저... 죄송합니다" 하고 걸음을 옮겨버렸습니다.
여사님은 갑자기 당황해하면서 "어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 갇혔어요." 이렇게 반복해서 이야기했지만 산책하던 셋은 더이상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 갈 길을 갔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산책하던 분들도 다시 자기 갈 길들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방금 벌어진 일들, 즉 구체적인 상황설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와달라, 갇혀있다, 꺼내달라', 그리고 사람이 관심을 보이면 또 그렇게까지 절실해 보이지 않는 도와달라는 말들 이 모든 것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잠깐 망설이기는 했지만 성격이 워낙 오지랖퍼인지라 여사님께 가서 "무슨 일이세요?" 라고 여쭤보았고, 여사님은 아까처럼 자초지종 설명 없이 "도와달라, 갇혀있다"를 말씀하셨습니다. 여사님의 표정에서는 폭력 등 범죄나 사고로부터 도와달라는 게 아닌, 그냥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서 도와달라는 것 정도만 읽혀서 '아무리 내가 남자라 해도 체격이 마동석도 아닌데, 그리 큰 일도 아닌데 괜히 나섰다가 어이없는 봉변을 당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까 세 명의 사람들조차 도움의 요청을 무시했는데 내가 그냥 가면 세상 참 각박하겠다 싶어서 "그럼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라고 여쭤봤습니다. 여사님은 "이 건물 뒤로 돌아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는데... 거기 비밀번호가 뭐고... 그걸 누르고 들어오면 제가 있어요. 비밀번호는 0000이예요." 라고 하셨고, 건물 뒤로 돌아갔는데 사람들이 많은 연트럴 파크와는 달리 건물 뒤편은 주택가 길인지라 사람들이 없어서 순간 뒷덜미가 싸늘했습니다. 게다가 알려주신 비밀번호를 누르니 비밀번호가 틀리다고 해서 더욱 긴장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여사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비밀번호가 틀려서 그런데, 저에게 전화를 주세요. 통화하면서 처리하시죠." 라고 했더니 여사님은 "내가 핸드폰을 다른 데 두고 와서 전화를 할 수 없고, 이 비밀번호 해 보세요." 라고 새로운 비밀번호를 알려주셨습니다.
'아아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도와달라, 구해달라, 비밀번호 알려줘, 그런데 비밀번호 틀려, 핸드폰은 두고왔다?' '새로운 비밀번호를 눌러서 혹여 들어가게 되면 납치범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보쌈이라도 하려나?'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기왕 시작한 것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고 다시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서 비밀번호를 눌렀고,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순간 펼쳐진 장면을 보니 대충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청소를 오신 여사님께서 청소에 앞서 핸드폰에 음악 세팅을 한 뒤 싱크대 위에 올려두시고, 각 방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뒤 베란다로 나가셔서 환기를 하셨는데, 베란다 문 잠금 스위치가 눌린 채 바람에 의해서 닫힌 것인지 스스로 닫혔고, 그래서 베란다에서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갇히신 것이었습니다. 마침 베란다를 열고 보니 연트럴파크였고, 여사님은 지나가는 산책객들에게 도와달라, 갇혀있다를 외치신 것이었죠. 핸드폰이 주방에 있으니 119에 신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건사고를 당한 것이면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하실텐데, 그정도는 아닌 그저 난처한 상황에 처하신 것일 뿐이었으니 그렇게까지 다급한 도와달라는 표정이 나올 수는 없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도와달라는 외침을 결국에는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상황이 마무리된 후 산책을 이어가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는데요, 시간상으로는 5분 정도를 할애하면 되는,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람들이나 저나 도움을 망설이게 된 이유가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때문이구나 싶었습니다.
자화자찬이지만 이 이야기가 주변에 알려져서 세상을 훈훈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연트럴 파크에서 있었던 씁쓸한 이야기
갑자기 어디선가 "도와주세요! 제가 갇혔어요!" 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보니 연트럴 파크의 한쪽편, 다가구 주택이 일렬로 있는 곳의 2층 베란다 창문 밖으로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사님이 연트럴 파크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바로 앞에서 산책을 하던 50대 후반의 부부와 그의 딸로 추정되는 20대 여자, 이렇게 셋이 걸음을 멈추고 도움을 호소한 분을 쳐다보았고, 여사님은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여기 갇혔어요. 여기 문 열고 들어오셔서 저 좀 꺼내주세요."
아까 도와달라고 다급하게 외칠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나름 편안한 목소리로 그분들에게 이야기하니 저는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책하던 분들도 동감했던 것 같은데요, 그분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여사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여사님은 "제가 여기 잘못해서 갇혔거든요. 이 건물 빙 돌아가시면 문이 있는데 거기 문 열고 들어오셔서 저 좀 꺼내주세요." 라고 이야기를 했고, 산책하던 분들은 서로 짤막한 대화를 나누더니 20대 여자로 보이는 분이 "저... 죄송합니다" 하고 걸음을 옮겨버렸습니다.
여사님은 갑자기 당황해하면서 "어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 갇혔어요." 이렇게 반복해서 이야기했지만 산책하던 셋은 더이상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 갈 길을 갔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산책하던 분들도 다시 자기 갈 길들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방금 벌어진 일들, 즉 구체적인 상황설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와달라, 갇혀있다, 꺼내달라', 그리고 사람이 관심을 보이면 또 그렇게까지 절실해 보이지 않는 도와달라는 말들 이 모든 것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잠깐 망설이기는 했지만 성격이 워낙 오지랖퍼인지라 여사님께 가서 "무슨 일이세요?" 라고 여쭤보았고, 여사님은 아까처럼 자초지종 설명 없이 "도와달라, 갇혀있다"를 말씀하셨습니다.
여사님의 표정에서는 폭력 등 범죄나 사고로부터 도와달라는 게 아닌, 그냥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서 도와달라는 것 정도만 읽혀서 '아무리 내가 남자라 해도 체격이 마동석도 아닌데, 그리 큰 일도 아닌데 괜히 나섰다가 어이없는 봉변을 당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까 세 명의 사람들조차 도움의 요청을 무시했는데 내가 그냥 가면 세상 참 각박하겠다 싶어서 "그럼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라고 여쭤봤습니다.
여사님은 "이 건물 뒤로 돌아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는데... 거기 비밀번호가 뭐고... 그걸 누르고 들어오면 제가 있어요. 비밀번호는 0000이예요." 라고 하셨고, 건물 뒤로 돌아갔는데 사람들이 많은 연트럴 파크와는 달리 건물 뒤편은 주택가 길인지라 사람들이 없어서 순간 뒷덜미가 싸늘했습니다.
게다가 알려주신 비밀번호를 누르니 비밀번호가 틀리다고 해서 더욱 긴장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여사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비밀번호가 틀려서 그런데, 저에게 전화를 주세요. 통화하면서 처리하시죠." 라고 했더니 여사님은 "내가 핸드폰을 다른 데 두고 와서 전화를 할 수 없고, 이 비밀번호 해 보세요." 라고 새로운 비밀번호를 알려주셨습니다.
'아아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도와달라, 구해달라, 비밀번호 알려줘, 그런데 비밀번호 틀려, 핸드폰은 두고왔다?' '새로운 비밀번호를 눌러서 혹여 들어가게 되면 납치범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보쌈이라도 하려나?'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기왕 시작한 것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고 다시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서 비밀번호를 눌렀고,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순간 펼쳐진 장면을 보니 대충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청소를 오신 여사님께서 청소에 앞서 핸드폰에 음악 세팅을 한 뒤 싱크대 위에 올려두시고, 각 방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뒤 베란다로 나가셔서 환기를 하셨는데, 베란다 문 잠금 스위치가 눌린 채 바람에 의해서 닫힌 것인지 스스로 닫혔고, 그래서 베란다에서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갇히신 것이었습니다.
마침 베란다를 열고 보니 연트럴파크였고, 여사님은 지나가는 산책객들에게 도와달라, 갇혀있다를 외치신 것이었죠.
핸드폰이 주방에 있으니 119에 신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건사고를 당한 것이면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하실텐데, 그정도는 아닌 그저 난처한 상황에 처하신 것일 뿐이었으니 그렇게까지 다급한 도와달라는 표정이 나올 수는 없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도와달라는 외침을 결국에는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상황이 마무리된 후 산책을 이어가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는데요, 시간상으로는 5분 정도를 할애하면 되는,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람들이나 저나 도움을 망설이게 된 이유가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때문이구나 싶었습니다.
자화자찬이지만 이 이야기가 주변에 알려져서 세상을 훈훈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