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불편하다

ㅇㅇ2025.06.03
조회243
엄마와 대화를 하다보면,
'돈,직업,능력,지위,우월의식' 관련 단어가 나오면 반응한다.

그리고 '가족,동정,헌신'
이것이 삶의 가치에서 매우 크게 자리잡고 있다.

옆에서 보면 많이 과해서 상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신을 내던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는 엄마가 엄마의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데,
'희생'하는게 엄마의 인생이고,
가족에 '헌신'하는게 옳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침범할 수 없는 어떤 절대적인 가치인것처럼 행동한다.

근데 상대의 '감정'을 알아차려준다거나,
'마음'을 읽는다거나 하는게 작동되지 않았다.

자식이 어떤 감정상태인지 '인지'도 못하니
같은 감정을 '함께'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단지, 자식이 행동한 결과에 대한 '판단'과 '평가'만
자동반사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해소가 필요한 어떤 상황이 되면,
엄마는 고장난 로봇이 된 것처럼 멈췄다.

왜 고장난 로봇이 된 것 같다고 하냐면,
그저 내 얼굴을 그저 쳐다만 봤다.
아무말도 안하고 5초, 10초 지나가다가 그 자리를 떴다.

나중에 엄마한테 들은건데,
'내가 부정적인 감정(화, 우울)을 얘기할 때,
모른척 냅두면,
30분~1시간 지나서 할일(숙제)을 알아서 하길래
그냥 두면 해결되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깨달은게
'나는 엄마의 외면하는 행동에 수없이 불안해하다가'
'나중에는 포기하고 나 혼자 묻어뒀구나' 라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할 어린시절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 직장인, 10대, 20대, 30대...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저 사랑과 온전한 수용을 받고 싶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걸 주지 않았다.(줄 수 없었다.)

그저 어떤 결과에 대하여,
엄마는 '너가 옳다.그르다.잘했다.잘못했다.'
라는 결과를 요목조목 따져서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정말 잘했다.

그래서 나는 뭔가를 '잘' 해야 했다.

근데 나는
'너가 힘들었겠구나', '너가 당황했겠구나', ' 너 답구나'
이런 말들을 듣고싶었던 것 같다.

이제는 엄마가 감정적인 안정을 못주는 사람임을 안다.
아마 평생 받기 힘들겠지. (웃긴건 근데도 기대를 한다.)

아빠는 육아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고,
엄마가 전업주부 였기 때문에,
엄마와 항상 붙어있었는데,

나는 어린시절부터 스스로 얼마나 외로워 했을까. 싶다.
짐작이 잘 가지 않는다.

따뜻함을 줄 수 없는 사람에게, 따뜻함을 얻고싶어 노력했다.

그래서 내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크고 나니 많이 불안정하고 책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빠와 대화를 하다보면,
성공으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사람같다.

가족의 화합도 돈으로, 자신의 안정도 돈으로,
가치가 돈으로 환산된다.

가정을 이룬 사람이라면,
싱글일때는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이었을지라도,
기혼일때는 옆도 조금은 보면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빠는 똑같이 앞만보고 달린다.

거기에는 행복도, 여유도, 가족의 가치도 존재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달린다.
주 7일 24시간 일만 한다.

엄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엄마의 삶이고 뭐고 맞춰달린다.
엄마는 그게 싫다고 하면서도 그냥 끌려가서 같이 달려진다.
정말 환상의 조합이다.

한편으로는 성실함이 대단하지만,
난 아빠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사람인지 잘 모른다.

대신 돈은 평생 먹고 살만큼 많이 버셨다.

근데 아빠는 갑자기 나한테
'내돈'이니까 가져갈 생각하지 말라고 먼저 선을 긋는다.

나는 그 돈을 달라고 말한적도 없는데,
갑자기 먼저 경계를 긋는다.

엄마한테도 '내돈'이니까 내꺼라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엄마는 '평생 희생한 자신의 가치'가 부정당했다고 울면서 하소연한다.

나는 부모님의 노후자금이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아빠가 엄마한테는 왜 저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아빠가 그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하다.
아빠지만 도저히 속을 모르겠다.
그래서 좀 멀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돈 잘버는 아빠 밑에 있어서 걱정이 없겠다는데,
나는 일찍 독립해야 할 것 같아서 20살에 집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어쩌면 결혼을 안할지도 모르겠다.
갈등, 인간관계, 평가, 억압이 싫다.

옛날에는 부모님이 막연하게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게 키워주신것에 감사하고,
많이 외로웠을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나도 그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