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변해버린 나에게
비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아버지의 눈으로 기다리고 있었고
암석처럼 아무 말 못하고 있는
나의 손을 잡고 불타고 있는
행성 위를 날고 있었다
쳐다보는 음성으로
이미 세상엔 눈이 오고 있었으나
나는 또 다른 우주를 향해
그를 닮은 직감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어느덧 눈물로 변해버린 세상
쳐다보는 눈으로 연구하던 나는
문득 책상 한구석에 있는
이쑤시개 하나를 집어 들고는
기적처럼 그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거부할 수 없는 나에게 그는
첫 사랑의 얼굴로 다가왔고
기적은 현실이 되었다
잠들어 있으나
갖추어진 자
낮은 음성과 하나 되어
나에게 찾아 왔네
죽일 듯이 호통을 치다가
아버지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하고
별들에게 그림을 그린다
지하철 안
태초의 빛이 닿지 않는 그곳에
나도 앉아있네
그는 나의 빛을
사랑하는 자
그는 나의 고통을
이해하는 자
나는 그와 함께 평범하게
지하철 밖으로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