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들리는 부산스런 소리에 클로이가 눈을 떴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래?"
한 하녀가 묻자 다른 하녀가 답했다.
"그러게 말야. 하.. 어쩌다 그런 여자가 공작님 약혼녀가 됐을까?"
"그러게나 말이야"
저들끼리 떠들던 하녀들이 하나둘씩 제 할일을 찾아 흩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녀전용 침방에는 클로이만 홀로 덩그러니 남았다.
클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치껏 침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침방문이 열리며 어제 보았던 그 집사가 들어왔다.
집사는 평소와는 달리 말끔해진 침방을 보더니 안경을 올려쓰며 만족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보기보다 쓸만한 아이로군. 이 정도면 그동안 미뤄뒀던 서재 정리를 맡겨도 되겠어. 날 따라오도록 해라. 네게 적합한 일거리를 주도록 하마"
클로이는 집사를 따라 성 안의 서재에 다다랐다.
서재는 성 안에서도 꽤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비밀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 했다.
"이름이 뭐지?"
"클로이라고 합니다"
"클로이, 이제부터 서재는 네가 맡아서 청소하도록 해. 다른 업무는 차차 배정해주도록 하마. 참고로 라이넌 공작님께서 특별히 너에 대해 부탁하셨다. 하녀들 수군대는 소리를 듣자하니 불미스런 일로 이곳까지 오게됐다고 하던데 라이넌 공작님 성정이라면 충분히 신경 쓰시고도 남을 만한 상황이긴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권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이 성에 들어온 이상 하녀로써의 네 본분을 절대 잊지말거라."
집사는 클로이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남기곤 다른 볼일이 있다는 듯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클로이는 집사가 떠나자 곧바로 서재 청소를 시작했다.
서재의 중앙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책상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고 책상을 사이에 두고 양쪽벽면에는 책장에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클로이는 청소하는 척 하며 착실히 책제목을 훑었다.
그러던 클로이의 눈이 별안간 크게 떠졌다.
클로이는 서둘러 책을 빼내곤 빠른속도로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시각 클로이를 제외한 다른 하녀들은 예정에 없던 불청객의 방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자신의 피앙세인 라이넌에게 흠뻑 빠져있던 레이첼 와이즈는 라이넌이 생각만큼 자신에게 관심이 없자 그 짜증을 애꿎은 레이노드 성의 하녀들에게 풀고 있었다. 레이첼이 갖은 노력을 다해도 라이넌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너도 내가 우습게 보여?"
오늘도 어김없이 생트집을 잡는 레이첼을 보며 하녀들은 속으로 저마다 레이첼을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붓고 있었다.
그 때, 라이넌이 접견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레이첼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레이첼은 라이넌이 자신의 이런 모습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듯 했지만 사실 라이넌은 레이첼이 어떤 여자라는 것 쯤은 진작에 간파하고 있었다.
라이넌은 레이첼을 결혼상대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몇년 전 라이넌이 사업상 어쩔 수 없이 참석했던 파티에서 라이넌을 처음 마주친 이후로 레이첼은 줄곧 라이넌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지만 라이넌은 그런 그녀에게 그저 시큰둥하게 반응할 뿐이었다. 주변에서는 그런 라이넌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레이첼의 집안은 이 왕국 아르바논에서는 부유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웠고 레이첼은 용모 또한 빼어나서 뭇남성들의 청혼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라이넌이 시종일관 관심없는 모습을 보이자 레이첼은 그야말로 약이 머리끝까지 오를 대로 올라있었다.
"레이첼양, 이런식으로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지 말라고 일전에도 제가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라이넌 대체 언제까지 우리 결혼을 미룰거예요? 저도 더이상은 못 기다려요. 오늘은 정말 당신과 담판을 지어야겠어요. 나랑 결혼을 하던지 아니면 여기서 내가 죽는 꼴을 보던지 둘 중 하나만 택해요"
라이넌은 레이첼이 언젠간 스스로 지쳐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레이첼은 전혀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아무리 소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줄곧 부유하게만 자라온 레이첼은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라이넌이 곁눈질로 하녀들에게 신호를 보내자 하녀들이 줄지어 접견실을 빠져나갔다. 하녀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고 나자 라이넌이 말했다.
"레이첼양, 저는 당신이 원하는 걸 줄 수 없어요. 이 약혼 또한 당신이 억지로 밀어 붙여 성사된 것이지만 보시다시피 그 때와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마음은 약혼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 저랑 파혼이라도 불사하시겠다 그 말이예요?"
"그게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라이넌의 단호한 말에 레이첼의 얼굴이 곧 울상이 되었다.
"전 당신 아닌 남자와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떼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쯤은 이제 이해할 나이도 되지 않았습니까?"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라이넌?"
레이첼의 말이 어딘지 모르게 의미심장하게 들려왔다.
클로이<2>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래?"
한 하녀가 묻자 다른 하녀가 답했다.
"그러게 말야. 하.. 어쩌다 그런 여자가 공작님 약혼녀가 됐을까?"
"그러게나 말이야"
저들끼리 떠들던 하녀들이 하나둘씩 제 할일을 찾아 흩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녀전용 침방에는 클로이만 홀로 덩그러니 남았다.
클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치껏 침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침방문이 열리며 어제 보았던 그 집사가 들어왔다.
집사는 평소와는 달리 말끔해진 침방을 보더니 안경을 올려쓰며 만족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보기보다 쓸만한 아이로군. 이 정도면 그동안 미뤄뒀던 서재 정리를 맡겨도 되겠어. 날 따라오도록 해라. 네게 적합한 일거리를 주도록 하마"
클로이는 집사를 따라 성 안의 서재에 다다랐다.
서재는 성 안에서도 꽤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비밀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 했다.
"이름이 뭐지?"
"클로이라고 합니다"
"클로이, 이제부터 서재는 네가 맡아서 청소하도록 해. 다른 업무는 차차 배정해주도록 하마. 참고로 라이넌 공작님께서 특별히 너에 대해 부탁하셨다. 하녀들 수군대는 소리를 듣자하니 불미스런 일로 이곳까지 오게됐다고 하던데 라이넌 공작님 성정이라면 충분히 신경 쓰시고도 남을 만한 상황이긴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권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이 성에 들어온 이상 하녀로써의 네 본분을 절대 잊지말거라."
집사는 클로이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남기곤 다른 볼일이 있다는 듯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클로이는 집사가 떠나자 곧바로 서재 청소를 시작했다.
서재의 중앙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책상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고 책상을 사이에 두고 양쪽벽면에는 책장에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클로이는 청소하는 척 하며 착실히 책제목을 훑었다.
그러던 클로이의 눈이 별안간 크게 떠졌다.
클로이는 서둘러 책을 빼내곤 빠른속도로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시각 클로이를 제외한 다른 하녀들은 예정에 없던 불청객의 방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자신의 피앙세인 라이넌에게 흠뻑 빠져있던 레이첼 와이즈는 라이넌이 생각만큼 자신에게 관심이 없자 그 짜증을 애꿎은 레이노드 성의 하녀들에게 풀고 있었다. 레이첼이 갖은 노력을 다해도 라이넌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너도 내가 우습게 보여?"
오늘도 어김없이 생트집을 잡는 레이첼을 보며 하녀들은 속으로 저마다 레이첼을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붓고 있었다.
그 때, 라이넌이 접견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레이첼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레이첼은 라이넌이 자신의 이런 모습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듯 했지만 사실 라이넌은 레이첼이 어떤 여자라는 것 쯤은 진작에 간파하고 있었다.
라이넌은 레이첼을 결혼상대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몇년 전 라이넌이 사업상 어쩔 수 없이 참석했던 파티에서 라이넌을 처음 마주친 이후로 레이첼은 줄곧 라이넌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지만 라이넌은 그런 그녀에게 그저 시큰둥하게 반응할 뿐이었다. 주변에서는 그런 라이넌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레이첼의 집안은 이 왕국 아르바논에서는 부유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웠고 레이첼은 용모 또한 빼어나서 뭇남성들의 청혼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라이넌이 시종일관 관심없는 모습을 보이자 레이첼은 그야말로 약이 머리끝까지 오를 대로 올라있었다.
"레이첼양, 이런식으로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지 말라고 일전에도 제가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라이넌 대체 언제까지 우리 결혼을 미룰거예요? 저도 더이상은 못 기다려요. 오늘은 정말 당신과 담판을 지어야겠어요. 나랑 결혼을 하던지 아니면 여기서 내가 죽는 꼴을 보던지 둘 중 하나만 택해요"
라이넌은 레이첼이 언젠간 스스로 지쳐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레이첼은 전혀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아무리 소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줄곧 부유하게만 자라온 레이첼은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라이넌이 곁눈질로 하녀들에게 신호를 보내자 하녀들이 줄지어 접견실을 빠져나갔다. 하녀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고 나자 라이넌이 말했다.
"레이첼양, 저는 당신이 원하는 걸 줄 수 없어요. 이 약혼 또한 당신이 억지로 밀어 붙여 성사된 것이지만 보시다시피 그 때와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마음은 약혼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 저랑 파혼이라도 불사하시겠다 그 말이예요?"
"그게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라이넌의 단호한 말에 레이첼의 얼굴이 곧 울상이 되었다.
"전 당신 아닌 남자와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떼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쯤은 이제 이해할 나이도 되지 않았습니까?"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라이넌?"
레이첼의 말이 어딘지 모르게 의미심장하게 들려왔다.
[극 중 마이어스의 설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