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계기로 친정과 절연한 분 있나요?

ㅇㅇ2025.06.25
조회12,543
안녕하세요, 가끔 판 눈팅하고 세상 돌아가는거 구경하던 사람입니다.
지금 제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고, 제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도 받고 싶고, 그냥 저 같은 사람이 있는지 동질감..?
느끼고 싶기도 해서 익명의 힘을 빌려서 넋두리 해봅니다.


저희 엄마는 굉장히 외로운 사람입니다. 천성이 그렇기도 하고, 무뚝뚝한 아빠와 살며 항상 외로워 하셨어요.
문제는 그걸 술로 푸셨다는건데.... 좋은 방법이 아니란 걸 아니까, 상경 이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전화도 자주하곤 했었습니다.
감정적인 어머닌 술 먹고 본인을 받아주는 딸이 편했는지, 죽을거다, 너네끼리 잘 살면 된다 등의 
말을 하곤 하셨어요. 보통 아빠와 싸우고 전화를 했고, 그 분풀이를 저에게도 했달까요.
그 땐 제가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란 것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더 노력하면 엄마가 괜찮아질거야, 난 엄말 위해 저런 전화도 받아야해 하며 꾸역꾸역 전화를 받았었어요.
전화하는 매번 폭언하시는건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고양이 된 상태에서 사랑한다며 너네밖에 없다며
그런 말도 하시긴 했습니다. 그냥 모든 감정을 저에게 푸셨어요.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점점 정신이 피폐해지는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순간 밤 중에 걸려오는 전화는 무시하곤
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냥 술주정을 받아주는 것도 힘든데, 감정적인 폭력을 당하는 거 같았습니다.
사랑한단 말도... 그냥 술주정의 연장선으로 느껴져셔 압박이 심했달까요.
엄마는 술먹고 하는 실수는 그럴 수 있다 라고 생각하시기도 하는 분이라 더 힘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아빠에게 폭언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술을 드시기도 하시고... (근데 아빠도 엄마에게 실수를 많이해서
솔직히 부창부수인 셈) 일종의 본인의 스트레스 풀이 방법이 되버린 거 같더라구요.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남편에게 이런 모습을 들킬까? 싶은 두려운 마음도 생겼어요.
전화도 전화지만 실제로 술먹고 소위 난리치는 모습들.... 저는 제 엄마니까 받아주지만, 남편은 솔직히 남이잖아요.
저런 모습을 이해할까? 하는 걱정도 들고,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댁은 오히려 술을 절제하거나, 술을 있는 그대로 딱 깔끔하게 즐기시는 분들이라 점점 더 제가 작아졌어요.
자제하는 듯 했지만 결국 남편 앞에서 그런 추한 모습도 다 보이셨습니다.


이제 본론입니다.
최근에 시어머님과 사이가 좀 좋아지는 계기가 생겼어요.
그러더니 술 먹고 전화를 하신 걸 알게되었습니다. 
다행히 부재로 남았지만, 저는 술먹고 시댁까지 전화한게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저 트라우마 버튼이 눌린거죠.
그래서 전화해서 시댁까지 전화하냐고, 딸이 그렇게 못마땅하냐고(이 발언은 제가 애를 아직 안낳겠다는
결정때문입니다. 딩크 아니고 그냥 제 상황이 적절하지 못해요.)
그렇게 말했는데, 또 술먹고 있어서 별말 안하고 끊었습니다.

그러더니 카톡으로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상대하기 싫어서 읽씹함)
내가 너네 시어머니께 머리 조아릴께
내게 연락 끊어
이렇게 연락 오고 지금까지 서로 연락 안하고 있습니다. 3개월 정도 된거 같아요.


저는 이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저도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었으니깐요.
그리고 이런 문제는 초기에 잡아야한다고 생각해서 더욱 제가 어떤 제스쳐를 취하고 싶지 않아요.
이미 술먹고 남편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싫었고(시어머님이 전화를 안받으니 남편에게 전화했다고 함.
그래서 알게되었어요.)
시어머님도 지금은 어려운 사돈이라 술 먹고 전화하는걸 예의있게 받아주겠지만, 저에게 보여준
못난 모습을 보시는 게 싫었어요.


근데 문제는 제가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는 겁니다.....
엄마가 어떤 상황인지 떠보고 싶어서 남편에게 안부인사 겸 전화 시켜봤는데 안받으시더라구요.
원래는 항상 콜백이 오는데 안왔습니다.
매사를 극단적으로 생각하시는 분이라 진짜 이렇게 절연하는거구나 싶기도 해요.
엄마가 있으면 난 고향도 못가는건가? 아빠도 못보는건가? (아빠랑 따로 다니실 분이 아님)
나중에 내가 임신이라도 하면?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지금 추가 검진을 위해 큰 병원 갈 일이 있습니다)
사실 별의 별 생각도 다 들구요. 그냥 답답해요 이 상황이.
인연을 끊자는 태도가 막 상처라기보단 오히려 더 허탈하기도 하고 그래요.
무조건 부모말을 따라야지 하는 고지식한 생각을 갖고 있으신 분이라 제가 백퍼센트 숙이고 가야 이 관계가
개선이 될 거란건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모르겠습니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여기다 터놓는데 사실 저는 제 감정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
(나중에 깨닫습니다 아 내가 그때 슬펐었구나하면서)
그냥... 이렇게라도 하면 뭔가 개선?이 될 거 같아서 글 남겨봅니다.

정돈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글일건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평안한 나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