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인데 연애해도 될까요?

ㅇㅇ2025.07.10
조회119,489
20대 후반 유방암 환우입니다.

3년 전 유방암 3기를 진단받고 너무 끔찍해서 기억하기도 싫은
절제 수술과 하루하루 지옥이였던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견디다가 더 이상 암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후로 일상생활을 잘 보내고 있었는데 일년 전 추적 검사에서 뇌,폐, 뼈에 전이가 확인되어 서른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을 의사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빛 한 줄기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갇혀살다가 우연히 병원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젊은 남자애를 보게 됐어요.

제가 먼저 눈물을 닦으라며 휴지를 건넸고 걔가 고맙다고 휴지를 받으면서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저랑 생년월일이 일주일도 차이 나지 않는 동갑이고 원발암은 다르지만 똑같이 여러 장기에 전이되면서 많이 힘든 상황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동변상련의 처지인지라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눈물바다가 됐고 그냥 가끔 얘기라도 나누자면서 연락처를 교환하고 시간 날 때마다 만나게 된 지가 벌써 8개월이 넘어가네요.

둘 다 항암치료 때문에 먹지 못하는 것도 많고 진통제를 달고 살 정도로 암성통증도 심한 바람에 만나서 많은 것을 하지는 못해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거나 공원을 걷는게 전부지만 버스로 다섯 정거장만 오가면 될 정도로 집이 가깝고 관심주제라던가 유머코드도 잘 맞아서 꽤 자주 만나고 있어요.

근데 요즘따라 부쩍 그 아이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 아이랑 있으면 너무 좋거든요. 매일 숨죽여 울게되는 아픈 통증도 그때만큼은 잊혀질 정도로요. 너무 좋아서 마음이 힘들어졌어요.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됐는데 연애를 꿈꾸는 건 말도 안 되는 몸상태라서요.

근데 며칠 전에 그 아이가 먼저 말하더라고요.너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자기는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요.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지만 지금처럼 서로를 의지한 채 고통을 이겨내며
완치를 꿈꾸자고, 자기랑 연애하지 않겠냐고 진지하게 고백을 했습니다.

생각해보겠다며 대답을 보류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도통 모르겠네요. 그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온 몸 저릿하게 느껴지는 감정은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인데 지금 이 상황에서 누구를 만난다는 건 솔직히 많이 부담스럽거든요. 만약 제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그 아이는 안 그래도 힘든 몸으로 슬픔까지 떠안으며 살아야 할 거고 반대로 그 아이가 먼저 떠나게 된다면 저도 똑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감내할 수 없는 좌절에 빠질 것 같아 그 점이 많이 두렵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연을 끝내기엔 그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제 인생에서 너무나도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라 계속 고민을 하게 되네요..

이미 고백을 받은 이상 거절하고 친구로 지내는 건 영 어색할 거 같아서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냥 마음가는대로 연애를 시작할까요? 아니면 연애는 부담스러우니 계속 친구로 지내자고 할까요?
조언해주실 게 있으시다면 꼭 부탁 드립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다들 감사해요!

댓글 162

ㅇㅇ오래 전

Best제가 님이라면 연애포함 현재의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할거임

팩트체크오래 전

Best사랑할때 나오는 에너지가 수명에도 긍정적영향을 끼치는 사례도 많습니다..두분다 완치되셔서 30년은 더 사실수도 있습니다~그렇다면 한번 해볼만하지않을까요..

ㅇㅇ오래 전

Best연애가 뭐 별건가요 지금처럼 서로 감정을 나누고 서로 의지가 되어주는 관계 그게 연애지요. 추적검사 원발암 이런 단어를 쓰시는 걸로봐서 진짜 암환우 이신 것 같네요. 감정이입이 되어서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00오래 전

Best휴지를 건넨 순간부터 연애를 시작하셧네요 이제부터 연애 요이땅 이런게 어딧어요 ㅎ 그렇게 마음에 스며드는거에요 두분 처지도 그렇고 서로에게 큰 힘이 될거같아요 나없어지면 쟤없어지면 그보다 지금 내가 그의곁에 잇는게 중요한거잖아요 깊어지는 사랑 응원해요

오늘도맑음오래 전

Best글쓴이님! 마음이 가는대로 연애 하세요 쓴이님이 사랑으로 행복하시면 좋겠어요 님과 그분을 위해 기도할게요 후회없는 매일이 되기를.. 그저 행복하시기를

ㅇㅇ오래 전

이 분 잘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음

ㅇㅇ오래 전

한번사는인생 원없이 하고싶은거 다 하세요 님도 그친구도 도리어 좋은 에너지 주고받으며 더 건강해질수도 있구요. 투병의 결말은 부디 해피엔딩이길 바래요

ㅇㅇ오래 전

곡ㅎ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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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오래 전

죽는날까지 후회없이 사랑하세요! 깊은 사랑을 받은사람도 준사람도 좋은 기억이 남은 인생을 살아갈수있는 추억을 남깁니다

iilliliiliiilili오래 전

님입장에서 백프로 이해하고 말할수는 없지만. 사랑이 제일이라고 했어요. 온맘다해 사랑하세요. Love wins all.

ㅇㅇ오래 전

어떤 결정을 하시던 두분 응원합니다

dd오래 전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지먼 저는 난소암 수술 항암까지 하고 추적관찰 중에 결혼하고(오랜 연인) 아이 임신하고 건강에 이상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아무도 몰라요. 건강했던 사람도 당장 내일 죽을 수 있고요. 그러니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할 용기를 내시는 게 어떨까요?

ㅇㅇ오래 전

저도 젊은 유방암 환우입니다. 항암에 방사선까지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저도 투병을 하다보니 느낀건데 긍정적인 마음과 에너지가 참 중요하더라구요. 고민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 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더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부디 좋은 쪽으로 생각하셔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ㅇㅇ오래 전

하고싶음 하는거지 고민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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