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까지 다 했는데 헤어졌어요 제가 너무 몰아붙인건가요..

ㅇㅇ2025.08.01
조회125,634
오전에 결시친에 글 올리긴 했는데..
속상했던게 안가셔서.. 결시친님들께 조금 하소연하려 글 써봐요..

저는 올해 서른여섯, 남자친구는 저보다 두 살 어려요
3년 정도 연애했고, 연애 중엔 싸움도 적고 서로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한 사람이에요..
같이 맛있는 거 먹는 거 좋아하고,
성격도 나긋나긋해서 연애때 갈등이 크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좀 조급해지더라고요.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시집을 가기 시작하니까..
저만 계속 제자리걸음 같고..
솔직히 말하면 나이도 나이지만, 엄마 아플 때 옆에서 남자친구가 참 잘해줬고, 그런 걸 보면서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괜찮겠다 싶었어요...ㅎㅎ

서로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었어요
저는 프리랜서고 남자친구도 이직한지 얼마 안되어
아주 안정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벌이는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런건 크게 걸림돌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저부터 결혼 얘기를 꺼냈어요
3년 사귀었고 서로 나이도 있고... 이제 결혼할 때 되지 않았냐고..

처음엔 남자친구가 확답을 주진 않았지만 부정적이진 않았어요..
저희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남친 부모님도 저랑 몇 번 식사자리 만들었고요...

결정적으로 몇 달 전엔 상견례도 했어요.
그 자리가 어색하긴 했지만 분위기 나쁘지 않았고,
양가 부모님들도 그냥 이제 애들이 결혼하겠구나?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한테
내년쯤 결혼할 것 같다.. 청첩장 나오면 줄게~~
이런 식으로 다 말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얼마 전
남자친구가 친구 결혼식 때문에 해외에 다녀왔는데요...
돌아와서 며칠 잠잠하더니 갑자기 결혼은 좀 더 생각해보고 싶다는 거에요...

자기 인생이 아직 뭔가 불안정한 것 같고 결혼에 확신이 안 선다나요..ㅋㅋ...
자기는 아직 남편, 아빠 이런 역할을 맡을 준비가 안됐대요..ㅋㅋ

그 얘기 듣는데 진짜 멘붕 왔어요...
아니, 그럼 상견례는 왜 한거고,
우리 부모님께 인사는 왜 온거고....
내 주변에 내가 다 얘기해놓은 건 뭐가 되는 거냐고......

저도 그때 너무 감정적으로 나갔던 것 같아요.


결혼 생각 없으면 그냥 끝내자
나랑 결혼할 맘도 없으면서 왜 시간 끌었냐
이런 식으로 몰아붙였어요...ㅠㅠ

그렇게 싸우고 나서, 결국 헤어졌어요...
저는 아직도 뭔가 실감이 안 나요.
3년을 같이 한 사람이랑.. 내년쯤 결혼할 줄 알고 있었던 사람이랑.. 이렇게 끝났다는 게....

제가 너무 몰아붙였나 싶어요..
진짜 그 사람이 아직 준비가 안 됐던 건가..
아니면 애초에 나랑 결혼할 마음은 없었는데..
그냥 분위기에 등떠밀린건가...

그러면서 요즘은 나 결혼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요....
남자 보는 눈도 없나 싶고, 다시 누굴 만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 하니까 막막해요...
그 사람 없이도 하루하루 살아지긴 하는데..
왜 이렇게 허무한지 모르겠어요..

진짜 결혼이 다가 아니라고 말해도
주변 친구들 결혼식 다니고, 애 키우는 거 보면
괜히 나만 뒤처진 기분 들고...
저 자신이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저 같은 사람 또 있나요..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길었죠.. 근데 그냥 어디 털어놓고 싶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