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딸 용돈 얘기하다가, 니는 평생 그렇게 살아라 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답답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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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4년 차, 딸 하나 있는 부부입니다.
이 글은 제가 이상한 건지, 너무 고집을 부린 건지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씁니다.
와이프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더 좋겠고요. 감정 섞지 않고 사실만 써보겠습니다.

딸은 자고 있었고, 저는 맥주 2캔, 와이프는 5캔 정도 마신 상태였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대화가 길어지다 아이의 용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평소 딸에게 주 5천 원 정도씩 용돈을 주되, 그걸 단순히 쓰게 하는 게 아니라 간단하게라도 수입 지출을 기록하게 하고 싶다는 입장입니다. 꼭 수기로 적지 않더라도, 어플을 쓰든 어떤 방식이든 돈을 쓰고 관리하는 감각을 익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돈을 써도 되는 것만 배우는 게 아니라, 받는 감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딸이 친구들과 놀 때 간식이나 음료를 사주기도 하고 얻어먹기도 하는데, 얼마를 썼고 거스름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제대로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부터라도 감각을 키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는 요즘 그런 식으로 용돈기입장을 쓰는 아이는 없다고 했고, 딸이 용돈이 굳이 필요하지도 않고 바쁘기까지 한데 뭐하러 매주 돈을 주냐는 입장이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아이에게 카드를 줘서 해결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만 돈을 주는 방식이면 소비 개념만 생기고, 수입이 정기적으로 들어온다는 감각은 익히기 어렵다. 그렇다면 돈을 매주 주지 않더라도, 최소한 기록하는 습관이라도 잡자고 했습니다.

그때 와이프가 저한테 물었습니다. 도대체 그런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거냐고요.

저는 예전에 유튜브에서 부자들이 아이에게 돈 교육을 할 때, 수입 지출을 스스로 기록하게 해서 돈의 흐름을 배우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신기했고,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방향과 똑같아서 그 마인드가 좋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따라한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우연히 그 사람들과 같았을 뿐이라고 설명했죠.

그런데 와이프는 정색하면서 우리는 부자도 아닌데 왜 그런 걸 따라하냐, 또 시작이네, 너는 왜 항상 너 자신이 없고 남들 따라하기만 하냐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솔직히 이 말은 좀 크게 꽂혔습니다.

이야기 초반에 와이프가 “그럼 용돈은 얼마쯤 줬으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제가 예전에 챗GPT에 한번 물어봤더니 주 4천 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나왔다는 말을 꺼낸 적 있습니다. 그 말에 와이프는 정색하면서 “나는 니 생각을 묻는 거지, 가족끼리 결정할 일을 AI한테 묻냐”며 핀잔을 주더군요.

그리고 다시 말하더라고요. 그거 쓰게 해서 나중에 잘못 쓰면 애 잡을 거 아니냐. 너 어릴 때 용돈기입장 써봤냐. 써서 뭐 느꼈냐. 말투가 계속 공격적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저는 대화 중간부터 이건 대화가 아니라 감정 싸움으로 번질 거 같다고 느껴서,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고 일곱 번쯤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더라고요.

결국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의견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을 거면, 딸한테 별도 용돈을 주는 건 하지 말자.
그랬더니 와이프가 정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니는 평생 그렇게 살아라.

그 말이 너무 모욕적으로 들렸고, 저도 결국 참고 있던 말을 꺼냈습니다. 니 인생은 뭐 얼마나 대단하냐.

그 뒤로는 더 말이 오가지 않았고, 서로 각자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잠들 준비를 했습니다. 지금도 감정이 정리가 잘 안 됩니다.

예전에도 용돈 관련해서 의견차가 있었는데, 와이프는 주 5천 원은 너무 적다고 했고, 저는 돈을 더 주는 건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때도 저는 문제는 돈이 아니라 교육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진짜 돈이 문제였다면, 와이프가 다니는 필라테스 1대1 PT도 안 끊어줬을 거라고 했습니다. 돈을 아끼려는 게 아니라, 딸이 돈을 스스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갖게 하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 집에서 훈육은 와이프가 주로 담당하고, 경제활동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세후 연봉은 2억 정도 됩니다. 그래서 이 문제만큼은 제가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아이에게 돈을 얼마나 주느냐가 아니라, 그 돈을 스스로 써보고 기록해보는 과정을 겪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너무 고지식한 걸까요.
아니면 이 정도는 아빠로서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일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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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고,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조언과 피드백을 남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 2030, 4050 등 각 세대마다 보는 시선이 다르고, 그 안에서 제가 놓친 지점을 알려주셔서 되려 제가 배우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글은 짧은 후속 정리이자, 제 진짜 고민을 좀 더 차분하게 말씀드리기 위한 글입니다. 처음 글에서 드러난 갈등은 겉으로는 용돈 교육 방식이었지만, 사실 그 안에는 부부 간의 역할, 신뢰, 아이 중심의 사고방식 같은 더 큰 질문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는 제 딸이 어릴 때부터 “돈을 계획하고 사용하는 습관”을 조금씩 배워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받은 돈 안에서 쓰고 남기고 기록하는 흐름을 경험시키고 싶었거든요. 금액은 얼마든 상관없었습니다. 5천 원이든 만 원이든, 중요한 건 그 돈의 ‘이동’을 스스로 느끼는 과정이라고 봤습니다. 부족함도 느껴보고, 사고 싶은 걸 미루기도 하고, 또 스스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되돌아보는 습관. 저는 그게 돈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 저는 용돈이 없었습니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세뱃돈을 모았고, 중학생 땐 전단지 알바를 하며 휴대폰 요금을 스스로 냈습니다. 그런 경험이 지금의 제 돈 감각과 책임감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딸에게도 똑같은 걸 요구하자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예 결핍을 모른 채 자라게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딸은 지금 결핍이 없습니다. 사고 싶은 걸 사지 못해서 속상해하거나, 뭘 포기해야 한다는 느낌을 가진 적도 거의 없어요. 하지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다릅니다. 친구에게 얻어먹었을 때 본인도 뭐라도 사주고 싶어하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쓰고 나면 자기가 뭘 얼마나 썼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저는 그 지점이 걸렸고, 그래서 기록하는 습관을 제안한 겁니다.

아내는 이 방식이 과하다고 느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딸 본인도 필요 없다고 하는데 굳이 시스템처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었습니다. 저도 감정이 격해지면서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날은 술이 좀 들어갔고, 제 감정도 평소 같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댓글 중에는 연봉이나 경제 상황에 대한 말도 많았습니다. 이 부분은 꼭 강조하고 싶진 않았지만, 오해는 풀고 싶습니다. 저는 제 경제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후 2억이라고는 했지만 고정 지출도 크고, 미래 대비나 아이 교육까지 감안하면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글의 핵심은 그런 수치가 아니라, ‘아이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라는 방향의 문제였습니다.

챗GPT를 활용한 부분도 의외로 많은 반응이 있었는데요. 단순히 ‘얼마가 적당할까’에 대한 참고용이었습니다. 저 역시 고민 중이었고, 하나의 기준으로 참고했을 뿐이었습니다. 가족 간 결정을 AI에 위임한 건 전혀 아닙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그 점이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다 싶어 지금은 돌아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진짜 바라는 건 딸이 “돈을 얼마 쓸 수 있느냐”보다는 “자신이 가진 돈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것”입니다. 그런 감각은 단번에 생기지 않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작게나마 경험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밤은 서로가 서로를 오해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도, 저도, 그리고 딸도 각자의 입장에서 서 있었고, 정작 서로의 중심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조언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