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육교사 관둔 이유

L202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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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시친에는 원장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 또래의 보육교사들이 많을 것 같아 이 글을 보고 한번쯤은 보육교사의 노고에 공감해주시길 바라며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하 음슴체)

일단 보육교사를 관둔 이유는 너무너무 많은데 몇가지 적어보자면

1. 경력 없는 원장
- 옛날에는 지금처럼 원장 자격증 따는게 어렵지 않았음. 그래서 생각보다 보육교사 경력 없는(또는 1년 미만) 원장들 꽤 있음. 당연히 보육교사 입장에서 생각 안함.
예시) 일지 등 서류 복잡하게 만듦, 행사 주 3회 잡기, 환경구성 복잡하게 하기(무조건 옛날방식 고집)
- 자기 사람으로 어린이집 채우기
- 운영방침 일관성 없고 학부모들이 원하는대로 다 맞춰줌.

2. 이해 안되는 교육 방침
- 아이들에게 "안돼", "하지마" 등 행동을 자제하게끔 하는 언어 사용 지양.
만 1세반 컨설팅 받는 중 같은 놀잇감을 두고 싸우는 영아들이 있어서 옆에 있는 똑같은 놀잇감으로 해보자고 권유했더니 아이들이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함...ㅋㅋ 이게 한 가정에서 애들 두명만 놓고 보면 할 수 있음. 근데 만 1세면 이성보다 본능이 충실한 시기로 짧은 사이에 물고 꼬집을 수 있음. 게다가 10명 중 2명만 상호작용 집중적으로 하면 다른애들은 어쩌라고..??
- 위험 행동 할 때 "이건 위험하니까 이렇게 해볼까?"라고 권유해도 위험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 절대... 교사의 말을 순순히 듣는 성격이 아님.
(이건 지극히 나의 주관적 견해이지만 안되는건 안된다고 확실히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함.)

3. 극성 학부모
이건 진짜 너무 많은 사례가 있음...
- 집에서 부터 열나고 아픈애 등원시키기. 전화하면 안받음.(+수족구나 감염병 진단 받아놓고 말 안하고 계속 등원시키는 경우도 있음. 진짜로.)
- 다친걸로 예민하게 반응함. (아이들 연령에 따라 1:3 ~ 1:20 비율로 보육해야함. 정말 휴대폰 안보고 딴짓 안하고 보육에만 집중해도 다치는 상황이 생김. 솔직히 놀이터에서 뛰어놀다가 다친게 교사만의 잘못 아닌데 무조건 교사탓으로 몰아가는 부모들도 있음. 근데 더 열받는건 원장도 동조함.)

4. 발달지연 또는 위험행동하는 아이들
- 발달 느린거는 부모 및 아이들의 성향이 다 다르니 어쩔수 없다고 생각함. 대신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언어가 느리면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힘들고 추후 교사, 또래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신체 발달은 사실 영아들의 경우 월령 차이가 크면 교사가 힘들긴 함.. 만1세반 했을 때 5월 쯤, 같은 반인데도 10명 중 한명은 엄청 잘 뛰어다니고 한명은 이제 막 걷기 시작...ㅎㅎ 걷는 애들 다섯명, 걸음마 미숙한 아이들 5명 데리고 봄소풍 다녀온 후 퇴사 절실해짐.(사실 만 1세반을 데리고 4시간 이상 봄소풍을 가려고 계획한 원장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함.)
- 문제행동은 가정환경 및 성향에 따라 어릴 때부터 나타나는데 친구 물기, 때리기, 고집 부리기, 소리 지르기, 무조건 울기 등 다양하게 나타남.
만 5세반 했을 때에는 정말 어떤 상호작용으로도 컨트롤이 안되는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현타옴...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
근데 요즘은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짐+그 아이들의 부모는 문제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음..

5. 열악한 시설(직장어린이집 아닌 몇몇 어린이집 해당)
- 옛날에 지어진 어린이집 같은 경우 화장실이 교실 밖에 있어서 영아반이라면 교사가 항상 왔다갔다 해야함.
-(폐기 및 보관한 잡다한)물품 항상 교사들이 정리하고 여기저기 먼지 닦아냄.
- 놀이에 필요한 준비물 품의서 올려도 반려 당하기 일쑤.. 그러면서 왜 수업 안하냐고 난리...
- 에어컨 트는 것도 아까워함. 5월부터는 더워지고 아이들도 더워하는데 6월 중순까지 안틀어주는 곳도 있었음.
- 청소기도 안 사줘서 고장난 청소기 사용함.
- 연차 사용 제한 (연차 한번 쓰려면 눈치 겁나게 주는 곳도 있음)

당연히 정말 정말 좋은 부모님,아이들,동료교사도 있지만 10년 넘게 일하면서 위와 같은 일들을 겪고나니 정말 보육교사란 할 직업이 못된다고 생각해서 퇴사했어요. 직장어린이집은 그나마 처우라도 좋은데 그 외에는 케바케가 심합니다.. 아무튼 퇴사하니까 그냥 마음이 평온해지고 사는게 행복해졌어요ㅎㅎ

이글을 보는 원장님들이 있다면 한번씩 보육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들께서 평소에 그냥 존중해주는 것만으로도 보육교사는 아이들 더 사랑하고 보육에 힘 쓸 수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해요.
정말 모든 보육교사, 유치원 교사가 다들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모든 아이들도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길 바랍니다.

(아동학대하는 나쁜 인간들은 제발 보육교사 하지 마세요. 적성에 안맞는 사람들 제발 참고 일하다가 터뜨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