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량으로 지는 해

누렁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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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량으로 지는 해

조 정

목선을 마당 앞까지 밀어놓고 칠량만은 잠이 들었다
빈틈없이 꽃피어 배롱나무가 이생을 환하게 벗어난 후였다
묵은 장처럼 찰랑한 햇살 속에
물레는 돌고
흙덩이를 말아 올리며 사내는 돌아보지 않았다
잔 흙은 떨어져
사내의 맨 발등에 떨어지기도 하고 안 떨어지기도 하는데
나는 거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다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 버린 사내도 없기는 한가지였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니 덫에 든 쥐도 움직이지 않았다
늙은 갯벌이 슬그머니 바다를 당겨 덮는
기척에 등 뒤가 서늘하였다
저 큰 물레를 누가 돌리고 있었나
배가 부를 대로 부른
옹기 한 잎
물레에서 툭 떨어져 바다를 넘어갔다


칠량으로 지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