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딸램이 영영 연을 끊자고 합니다. 의견 부탁합니다.

쓰니2025.09.12
조회149
요약

나 남편 48
딸 20
남편이 어릴 때부터 딸을 때렸음.
나는 훈육이라고 생각해서 터치 안 함.
최근 딸이 집 나가려고 캐리어 싸다가 걸림.


소중한 20살 딸을 키우고 있는 48살 여자입니다. 그제 딸램한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골머리를 앓다가 지혜를 얻고 싶어 젊은 여성분들이 많이 계신 곳에 글을 적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남편 성격이 엄함. 그래서 딸램이랑 사이가 안 좋았음. 어릴 적부터 딸램이 뭘 잘못했다 하면 때리거나 엄청 혼냈음. 손바닥 종아리 허벅지 머리 엎드려 뻗쳐시켜서 때리거나 등등… 6살 때부터 13살때까지는 많이 때렸고 중학교 올라가면서부터는 때리진 않고 물건 부수거나 (창문, 핸드폰) 무릎 꿇려놓고 말로 뭐라고 했음. 특히 교육에 엄한 편이라서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쥐 잡듯이 잡았음.

고등학교 때 특히 갈등이 심했고 딸램 공황장애 와서 고생했음. 언어선택이 세서 딸램이 상처받는 거 알았지만 훈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터치 안 함. 딸램이 아빠를 무서워하게 될까 봐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외식을 하자든지 제안하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긴 했음. 딸램이 20살이 됐고 다행히 1지망 대학교 합격. 딸램 보고 절대 못할 거라고 악담하던 남편 한 방 먹음. 그래서 나는 이제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며칠 전이었음. 남편이 사소한 일로 나한테 소리를 질렀는데 (자주 그러고 나는 상대하기 싫어서 대답 안 했음) 딸램이 그게 듣기 싫었는지 방에서 나와서 그러지 마시라고 함. 그러자 남편이 언성을 높힘. 애도 참다가 언성이 높아졌음. 여기서 아버지 무서운줄 모른다며 남편 눈깔이 돎.

남편: 말하는 싸가지가 글러먹었다. 이 새X 쳐맞아야 정신을 차린다. 내가 언젠가는 죽여버릴 거다. 등등… (손을 올림)
딸램: (손 올린 거 보고) 때리실 거예요?
남편: 그래 이 새끼야
딸램: 다신 안 때리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남편: 아 이 새끼가 근데

다행히 남편 출근 시간이었어서 때리지는 않고 씩씩대며 나가고 놀랐는지 딸램은 울었음. 나도 많이 놀라고 속상했지만 우선 울 일 아니라고 말해주고 그날 오전은 무사히 지나감. 그리고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고 딸램이 가서 먼저 죄송하다고 사과함. (예전부터 딸램이 남편 비위를 많이 맞춰줬음.) 그럼 못 이기는 척 넘어가야 되는데 남편이 2차로 지랄 시작. 어떻게 자기한테 소리를 지를 수가 있냐느니 아버지를 뭘로 보는 거냐느니 정말 상처받았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함. 지가 딸램한테 손 올린 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 결과적으로는 안 때렸으니까 된 거임. 참나. 딸램은 추잡스러운 소리 한참 듣다가 알았다고 방으로 들어갔고 끝.

그렇게 끝날 일인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 딸램 태도가 변함. 남편이랑 서먹한 건 당연한 건데 나랑 서먹해짐.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무시해서 마음 정리가 필요한가 보다 하고 냅뒀음. 그런데 그제 딸램이 캐리어에 집 싸는 걸 발견. 뭐하냐고 캐물었음.


딸램: 나는 더 이상 집에서 살 수가 없다. 매일 불안하다. 아빠는 나를 계속 위협하고 엄마는 나를 보호하지 않는다. 엄마는 아빠가 변할 거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에 아빠는 절대 안 변한다. 집 나갈 생각 한두번 한 거 아니고 초등학생 때부터 매일 했다. 그동안 엄마 아빠는 하나도 안 변했지만 나는 변했다. 나는 이제 성인이고 엄마 아빠한테 안 빌붙어도 살 수 있다.

나: 사람은 변한다. 너 진짜 옛날에 비해서 엄마 아빠가 하나도 안 변했다고 생각하냐.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냐. 이건 독립이 아니라 가출이다. 아빠 오시면 같이 얘기하자.

딸램: 나 못 말릴 것 같으니까 또 아빠 방패로 쓰네. 지긋지긋하다. 엄마는 내가 대체 얼마나 맞아야 정신을 차릴 거냐.

나: 아빠가 너 또 때리면 그땐 내가 진짜 가만 안 있는다.


딸램이 여기서 폭발함. (훈육이라 생각해서 터치하지 않았던 걸 딸은 비보호라고 생각했던 것 같음.)


딸램: 엄마 십몇년 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 얘기 몇번째냐 단 한 번이라도 아빠가 나 때릴 때 막아준 적 있냐. 막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나한테 맞은 데는 괜찮냐고 물어본 적 있냐. 없지 않냐…. 나는 어릴 때 내가 정신병자인 줄 알았다. 분명 어제 아빠가 창문을 부수고 나를 때리고 집이 난리가 났는데 자고 일어나면 엄마아빠는 아무 말도 없이 멀쩡하게 나를 대하니까 나는 내가 망상하는 줄 알았다. 다른 집도 다 이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내가 그걸 알았을 때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아냐. 등등…


더 있는데 다 못 쓰겠음. 억장 무너지는 얘기였음.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제발 자길 찾지 말라고 함.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부탁이라니까 이것만은 꼭 들어달라고 함. 연 끊자는 거냐니까 그렇다고 함. 그렇담 안 된다니까 자기가 죽어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함.

그 말 듣고 너무 충격이었고… 우선… 대화는 마무리 지었음.

변명이지만… 내 딸램 마음이 이렇게나 망가져 있는 줄 몰랐음. 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도 많고 예의바르고 방긋방긋 잘 웃었거든. 학교 상담하면 선생님들이 미혼이시든 기혼이시든 해주시는 말이 00 같은 딸 있으면 너무 좋으시겠다는 말이었음. 딸램 생일 때 딸램 친구가 나한테 카톡 보낸 적도 있음. 제게 정말 소중한 00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어머니께도 감사드리고 싶다면서. 나는 그런 딸을 갖고도 애를 망쳐놨구나 싶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딸램 안전 생각해서 막아야 하는 건지 도와야 하는 건지… 하루종일 멍함. 마음 같아선 안 나갔으면 좋겠지. 같이 살고 싶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딸램 또래에게 의견 묻고 싶음. 어떤 의견이라도 감수하겠음. 글에 빠진 내용이 많아서 더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주면 대답하겠음. 내가 딸램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