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ㅇㅇ2025.09.15
조회493
저는 결혼 5년차 50대 아줌마입니다.
남편과 저는 40대 졸혼이다, 결혼생활 지겹다, 때려치고싶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걸 꼭 해야겠냐는 걱정 반, 축하 반 받으며 결혼했어요.
둘다 초혼이라 아이도 없었구요ㅋㅋ
남편과 나 둘 다 딱히 결혼에 관심없고 좋은 사람 생기면 하고 아님 어쩔수 없지란 마음으로 노후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만나면 편한 사람이라 사귀자는 말도, 결혼하자는 말도 따로 하지않아도 그냥 물 흐르듯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돈도 그냥저냥 먹고 살만큼 둘 다 벌고 있고, 당장 일관둬도 몇년 쓸 돈은 가지고 있으니 뭐 별 문제가 없었어요.
물론 나이가 있으니 아이는 우리 사이에 없을거라고 그래도 상관없는지 결혼 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행했습니다.
근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지더라고요.
결혼하고 주변에서 자녀문제를 계속 거론하고 양가 부모님도 그래도 혹시 은근 기대하시더라고요.
결혼 전엔 너희 둘만 잘살면 된다고 하셨는데...
그리고 저도 남편이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니 그와 나를 닮은 아이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한의원도 가고 난임병원도 가봤습니다.
그리고 둘 다 나이로 인해 임신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어요.
실망은 했지만 이건 이미 예견된거니까.
그리고 임신을 한다해도 남편과 나는 아이를 양육할만한 체력도, 마음의 여유도 안되는건 서로 알고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자꾸 인터넷에 아이도 안 낳을건데 결혼은 왜하냐는 빈정거림이 가슴에 비수를 꽂아요.
난 왜 결혼을 했을까?
혼자 편하게 40살까지 잘지내왔으면서.
어차피 아이도 없을건데 그냥 동거나 하던가 연애만 하던가 그러고 살지.
아이 없으면 그게그건데...

순간, 남편이 아팠을때 병원에서 보호자 사인을 하고 병실을 지키던 때가 생각났어요.
남편 이름 옆에 보호자님이라고 붙혀 불리던 그때.
내가 이 사람을 보호하고 아껴주기로 서약한 사람인거죠.
이 사람의 힘든 시간을 내가 챙겨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느끼는 그 순간, 정말 나만 해줄수 있다는 책임과 묘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순간요.
남편은 오롯이 나를 의지하고 나는 그에 평안에 도움이 될수 있는 게 좋았어요.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아끼고 사랑하게 되는 순간들요.
연인으로도 느낄 수 있지만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또 달라지니까 그것도 그것 나름 즐겁습니다.
솔직히 나이드니 아플때 옆에서 걱정어린 눈빛보내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좋습니다.
출근할때마다 서로에게 가서 열심히 돈벌고 와~라고 덕담?해주고 퇴근하면 서로에게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인사하고 밥먹고 난 뒤 커피 한잔에 아무 말 없이 서로 핸드폰 쥐고있어도 그 흐르는 정적이 편안해질때, 문득 옆에 있는 사람이 든든해서 괜히 툭 장난걸고싶을때 그런 순간순간이 연애인지 결혼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오롯이 상대가 있어 편안하고 행복할때 좋아요.

난 왜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지 모르겠어요.
누군가는 또 그래서 어쩌라고. 정신승리 오지네 이럴 수도 있는데...
암튼 뭐 나이든 노친네가 결혼하니 좋더라. 아이없어도 살아지더라. 더 잘 살아야겠다 그런겁니다.

다만 어른들 말씀처럼 결혼도 다 때가 있고, 아이는 낳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거고, 서로 아끼는 법을 다시 배운다는 말을 저는 너무 늦게 해서 온전히 느끼진 못했지만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래도 결혼은 한다. 대신 좀 더 일찍 결혼한다에 1표 던지고 갑니다.
아직 5년차라 그럴수도....다시 5년 더 살고보면 다를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지낸 시간보다 같이 손잡고 걸어간 시간이 좋은건 어쩔수 없네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서로 잡은 손으로 일으켜줄거라 믿으니까요. 아직은 그렇습니다만...모르죠뭐 어떻게 될지. 그냥 막연하게나마 믿어야 살아지지 않을까요?ㅋㅋ

인생 뭐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오늘 이 시간 조금이라도 재밌게 보내는게 덜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암튼 주절주절 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이 곰씨 아저씨!
나랑 살아줘서 고맙다.
요리도 못하고 청소도 잼병이지만 설거지는 잘한다고 칭찬해줘서 고맙다.
맛없는 요리 매번 맛있다고 칭찬해주고 다음에 또 하라고 우쭈쭈해줘서 고맙다.
물론 그게 다 당신이 주방에서 벗어나기위한 큰 그림이라는거 알지만 아직 내 눈에 콩깍지가 굳건히 박혀있어 그것 마저 감사해하고있다.

그랬다고 내 콩깍지를 믿고 자꾸 방귀 뀌지마라.
특히 큰 방귀는 신나서 카운트 세면서 뀌지마라.
냄새 안난다고 우기면서 뀌지마라.
내 비록 늙고 비염이라 잘 안들리고 잘 못맡아도 그 사이로 삐져나오는 냄새느낌은 알아챌 수 있다.

우리 서로 조심하면서 아끼며 살자.

아침마다 말려올라간 내 윗옷 배아플까봐 야무지게 바지 속으로 넣어주는거 고맙다.
곰씨 아저씨, 우리 진짜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우린 늦게 시작해서 남들보다 더 엑기스로 살아야된다고.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