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에 회사에서 직장내괴롭힘 당하다가
결국 짤리듯이 나오고 재취업을 못하고 있거든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존감은 떨어지고
최근들어선 입맛까지 없고 몸무게 10키로나 빠지고
하루하루 제 자신이 싫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올 여름에 바깥을 한번도 안나갔더라구요?
멍하니 있다보니 가을이 온거에요
시간개념도 없이 사는구나 싶어서 슬펐어요
그러다 며칠전부터 칼국수가 되게 먹고 싶었는데
같이 먹을 사람도 없고 밖에 나가기도 싫어서
밍기적 거리다가 어제 병원 갈겸해서 나갔다 왔거든요
칼국수를 먹으려고 했는데 가게 안에 사람이 많아서
무서워서 못들어가고 근처 맴돌면서 망설이고 있었어요
그때 웬 젊은 학생이 다가오더니 제 이름을 부르는거에요
맞다고 누구시냐 했더니
15년전에 제가 일했던 학원에 다녔던 학생이래요
20살때 학원 채점알바를 반년정도 했었어요
15년전 일이라 기억은 잘 안나요
이동네에서 나고 자란지라 종종 아는사람을 만나긴 하는데
그때마다 숨고 도망갔었거든요
제모습 보이기 싫어서
근데 기억에 없는 낯선 사람이라 피할 틈도 없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사람이랑 대화하는거라 당황스럽고
제 꼴도 영 추레해서 많이 창피했어요
대충 아는척만 하고 바쁜 일 있는척 자리 뜨려고 했는데
같이 칼국수를 먹자 해요
거절하려고 했는데 싱글벙글 웃으면서
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가서 거절 못했어요
가게 안에서는 말 한마디 안걸고 웃기만 하더라구요
조용히 칼국수를 먹고 계산도 그 친구가 했어요
그리고 제게 하는 말이,
그때 저 부모님 이혼하고 힘들었는데 선생님이 관심 가져주셔서 좋았어요
선생님 덕분에 사람 구실하고 살아요~감사했습니다
그 말 듣고 저는 어떤 대꾸도 못하고 어정쩡 서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손 흔들면서 가버렸어요
고맙다는 말도, 니가 누군지 기억 못해 미안하다는 말도 못했어요
너무 오랜만에 사람을 마주하는거라 얼어서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보냈어요
칼국수 내가 사줬어야하는건데
커피라도 한잔 사서 쥐어주는건데
집에오는 길에 계속 후회했어요
집에 오니까 눈물이 쏟아지는거에요
밤새 울었어요
참 멋지게 잘 컸던데
이름을 기억 못해서 미안해
집에 틀어박힌 이후로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서
부모님 전화번호도 친척들 얼굴도 다 까먹어서
내가 옛날에 알바했다는 기억만 남았지
거기서 누굴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런데도
그 친구가 건넨 감사 인사 한마디가
칼국수 한그릇이
너무 따뜻해서 자꾸 눈물이 나요
그 친구도 계속 이 동네 사니까
마주친거겠죠?
다음에 마주칠땐 제가 좀 떳떳한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