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애하고 현재 남편과 만 2년 같이 살았고 그간 다양하게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남편은 천성이 낙천적인 편이라 해야할까요, 사고가 긍정적인건 아닌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욱하거나 화를 내는걸 본 적이 없어요. 정말 화나는 상황에는 입 꾹 닫고 얼굴이 굳어지는 정도고 그마저도 몇시간 지나면 풀려요. 뒤끝도 없는 편이구요. 이건 정말 제가 배우고 싶은 부분이에요.
성격이 좋으니 친구도 많고 남편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관계의 깊이나 기간을 떠나 정말 모두가 남편을 좋아해요. 그리고 남편은 평상시에 말이 많아요. 제가 보기엔 실없는 소리나 별 생각없이 툭툭 내뱉는 말도 많긴 하지만 늘 먼저 말거는 사람은 남편이에요. 남편은 일찍이 독립도 하고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근검절약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요. 그냥 돈을 많이 아껴요. 남편에게는 계획을 세우거나 무언가를 결정할 때 비용이 제일 중요한 요인이에요.
반면에 저는 많이 예민하고 불안증이랄까 불필요한 걱정이 많은 성격이에요. 그만큼 눈치도 많이 보고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펴요. 대화를 할 때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단 의도와 의중을 파악하려고 드는 피곤한 성격이에요. 평상시에 짜증도 많은 편이고 사람을 잘 안 믿어요. 그러다보니 소셜 모임도 좋아하지 않고 친구가 정말 한명도 없어요. 그리고 집요한 부분도 있어서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해요. 그러다보니 집안일 중 고치는 부분들도 거의 다 제 몫이에요. 저는 문제가 보이면 바로 해결을 해야하는 성격이고 성에 차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고민하고 그 일에 매어있어요. 그리고 자책을 많이 하기도 하구요.
결정문제에 있어서 저는 비용 절감이 항상 최우선이진 않아요. 여행을 하거나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체험이나 서비스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아요. 그리고 평상시에 선물하는 것을 좋아해서 남편에게 고가의 선물도 꽤 자주하는 편이에요. 제게 선물은 기쁘게 받아주는 상대방을 보는게 즐거워서 자기만족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 같기도 해요. 남편은 고가 선물에 부담스러워 하거든요. 그러면서도 막상 엄청 좋아하고 잘 써요.
아무래도 제 입장에서 쓰는 글이다보니 내용이 편파적일 수 밖에 없겠지만 최대한 제 성격에 대해 적나라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지금부터는 제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힘들다고 수십차례 호소했던 부분들이에요.
1. 남편에게 제가 1순위인 것 같지 않아요.
데이트할 때부터 결혼한 지금까지 남편의 1순위는 대부분 친구에요. 남편은 늘 아니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래요. 제게 중요한 일이 있어 남편의 도움이나 동행이 필요한 상황에도 친구와의 선약이 있으면 꼭 그걸 지켜야하는 사람이에요. 이 문제로 서운해서 다툰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아요. 저희 가족이랑 어쩌다 일정이 맞아서 급하게 처음으로 1박 여행을 잡았는데 남편은 그날 친구랑 선약이 있어서 안왔어요. (저는 남편 가족들이랑 여행 자주 했어요.)
심지어 돈에도 제 순위가 밀리는건가 싶었던게 얼마전에 여행을 가서 남편이 가고 싶다고 한 관광지에서 생각보다 많이 걷게 된 상황이 있었는데 마침 커피숍이 있었어요. 배도 많이 고프고 좀 추웠던 참에 제가 남편에게 빨리 화장실 다녀올테니 아메리카노 한잔 테이크아웃해놔달라고 얘기했어요. 화장실에서 나오니 남편이 하는 말이 "아메리카노 7천원인데 그래도 마실래?"였어요.. 제가 한 소리 하니까 나중에 하는 말이 라떼가 7천3백원이어서 물어본거였대요. 그러면서 솔직히 아메리카노가 7천원이면 비싼거 아니냐고 하는거에요.
남편이 마음 상하게 하는 말을 해서 다투고 화해의 의미로 제가 꽃을 사오라고 한 적이 있어요 발렌타인데이이기도 했구 남편은 선물을 잘 못 골라요. 그런데.. 딸랑 장미 한송이 사왔더라구요. 나한테 돈쓰는게 그렇게까지 아깝나 싶어서 서러웠어요. 그걸로 또 한바탕 하고 나서 다음에는 꽃다발 사다주긴 했어요.
2. 평상시에 저를 잘 도와주지 않아요.
저는 남편일이라면 발벗고 나서서 다해줘요. 제가 사업을 하다보니 남편보다는 시간 여유가 더 많은 편이여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도왔어요. 그런데 사업장이나 집안일로 제가 도움을 요청하면 저는 남편이 저를 도울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남편은 항상 늘 말로는 본인이 도울 거 없냐고 물어요. 그런데 저는 이미 여러번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본인의 사유로 거절 당하고 나서 이제는 어지간하면 도움을 구하지도 않아요. 그냥 제가 혼자 하고 말죠. 매장 이사하는 날 남편은 친구와의 선약으로 못 도와줬구요, 그외에도 뭘 부탁하면 도와주더라도 도움을 요청한 상대의 상황에 맞게 도와주기 보다는 그냥 자기 입장대로 자기 상황에 맞춰 도와줘요.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그게 당연한 거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부부잖아요. 제가 베푸는게 워낙 많으니 비교가 되어 그만큼 더 서운해져요. 남편의 도움은 대부분 간신히 부탁한 것만 겨우 하거나, 하려고 시도만 하는 것에서 끝나요. 제가 보기엔 생색내기용 도움 같아요. 어쨌든 본인은 도왔다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3. 남편은 대화내용을 되짚을 때 묘하게 편집해서 말해요. 앞서 말한 관광지 커피 사건도 제가 짜증내면서 와이프한테 7천원 쓰는게 아깝냐 하니 (심지어 그마저도 공동 경비로 나가는 것) 본인도 순간 부끄러웠는지 미안하다고 하면서 저한테 금액을 알려주고 싶어서 안 사고 기다렸대요. 나중에 대화하다 그 얘기가 다시 나오니 라떼랑 고작 300원 차이여서 라떼 가격 알려주려고 라떼 원하는건 아닌지 물어보려고 했던거래요.
이번에는 같이 등산을 갔는데 산이 정말 험해서 제가 많이 힘들었어요. (남편은 평상시에 운동도 많이 하고 등산도 많이 해요) 저는 정상까지는 안가고 싶었는데 끝까지 갔어요. 정상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인증샷 남겼고 저한테 같이 찍자고 하는걸 저는 땀도 많이 나고 얼굴도 빨개져서 간식 먹고 좀 쉬고나서 찍겠다고 했어요. 간식 먹고 쉬고 나니 정상석 앞에 사람이 15명정도 줄서있더라구요. 제가 내려가기 전에 같이 사진찍자고 하니까 사람 많다고 싫대요. 아까 자기가 찍자고 하지 않았냐면서 지금 사람도 많은데 기다리기 싫대요. 저는 남편이 원하는대로 정상까지 기어올라왔는데 그 순간 너무 화가 나는거에요. 내려가면서 제가 남편한테 너 참 이기적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사진 찍길 원하는지 몰랐다면서 다시 가서 사진 찍자는거에요. 물론 그냥 발길 돌려서 사진 찍으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어요. 멀리 내려간 것도 아니었구요. 그런데 이미 기분이 상해서 같이 사진 찍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그러면서 논쟁이 시작됐는데 본인은 억울하고 제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자기는 같이 사진 찍자고 이미 두번이나 얘기했는데 제가 거절한거래요. 그리고 제가 정상 도착했을 때 좀 쉬고 나서 같이 찍자고 한 말도 못들었대요.
위 예시가 완전 적절하게 들어맞지는 않지만 상황을 본인 입장에서 설명할 때 제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빼거나 바꿔서 얘기해요. 제 가족중에 늘 교묘하게 말 바꾸는 식구가 있어서 저는 평생을 그걸 지적하고 혐오하면서 살았거든요. 이런 내용을 남편도 알아요. 아무래도 제가 말에 민감하긴 해요.
이렇게 써놓으니 정말 사소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인데 연애시절부터 계속 같은 문제가 해소가 안되니 저는 이제 이런 아무것도 아닌 문제에 즉각적으로 폭발을 해버려요.
커플상담도 받아봤는데 그때만 좀 나아지는 듯 싶더니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소가 안되고 있어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이혼까지 안 갈 수 있을까요. 지금은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요.
남편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저는 늘 이미 원하는 반응이 정해져있다는거래요. 답정너처럼 제가 뭔가 얘기하거나 부탁할 때 본인이 해야할 대답이나 반응이 이미 정해져있는 것 같다고 해요. 제가 보기엔 그거보단 더 근본적인 부분이거든요..
아무래도 저보다 더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다양한 조언 구하고자 구구절절 적었어요. 제 시야가 잘못된 부분도 있고 남편에게 풀리지 않는 앙금이 계속 남아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시간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써서 조언해주시는 말씀 쓴소리도 감사히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