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내가 05년도에 군복무 시절 겪은 실화다.
2005년, 나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탄약중대에 복무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탄약부대가
그렇듯, 부지는 끝이 안 보일 만큼 넓었다.
워낙 넓다 보니
백마부대에서 경비 인원이 파견 나와 있었다.
우리 중대는 탄약반, 수송반, 행정반으로 나뉘어 있었고,
나는 그중 탄약반 소속이었다.
하지만 탄약반이라고
해서 모두가 탄약을 직접 다루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는 탄약고 관리
외에도 목공, 군견, 예초 등
각자 부수적인 일을
맡았다.
나는 그중에서도 예초병이었다.
사수 2명, 부사수
2명.
우리 예초병팀은 총
4명이었다.
모두 이등병.
군번도 한두 달
차이밖에 안 났다.
사수
2명은 2004년 11월, 12월 군번
나는
2005년 1월 군번
후임은
2005년 3월 군번
그렇게 별 차이도 없는
초짜들끼리 매일같이 예초기를 트럭에 싣고 현장으로 나갔다.
부대가 워낙 넓다 보니
하루 종일 예초기를 돌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다 같이 붙어서
예초 작업을 했지만,
익숙해지자 각자 구역을
나눠 흩어졌다.
그러다 정해진 시간에
모여 근처 탄약고 앞 그늘에서 과자도 먹고, 잠깐 낮잠을 자기도 했다.
가끔은 친하게 지내던
하사가 음료수랑 간식을 챙겨다 주기도 했다.
그게 예초병만의 작은
특권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우리는
탄약고 앞에 모여 쉬고 있었다.
그날은 평소 가지 않던 ‘EOD 창고’ 앞에서 쉬게 되었다.
그곳은 불발탄을 임시로
보관하는 창고였는데 우리는 EOD 창고라고 불렀었다.
보통 탄약고 앞에는
둔턱같은게 있어
밖에서는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낮잠을 자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우린 전투복 상의를
얼굴 위로 덮은 채
그늘 아래 나란히 누워
있었다.
어디선가 엔진 타는
냄새와 풀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그렇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때였다.
뚜벅…
뚜벅… 뚜벅…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오는 건가 싶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입도 떨어지지 않았다.
몸은 돌처럼 굳어
있었고, 숨만 거칠게 몰아쉬였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뚜벅,
뚜벅, 뚜벅…
전투복 상의 틈 사이로
눈을 살짝 떴다.
시야엔 발목 아래만 보였다.
다섯 명쯤 되는
사람들이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의 군복은 여기저기
찢겨 있었고,
군화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어떤 사람의 바짓단은
불에 그을려 까맣게 타 있었고,
다른 사람의 군화는
찢겨 발가락이 드러나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우리
넷의 머리맡에 서 있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때, 그 중 한 명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전투복 틈 사이로 본
그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그저 까맣게 뚫려 있었다.
“…일병님.”
누군가 나를 툭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숨이 터지며
몸이 움직였다.
옆을 보니 후임이 나를
깨우고 있었다.
“xxx 일병님, 왜
그러십니까? 악몽 꾸셨습니까.”
나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햇빛은 그대로였고,
창고 앞엔 우리 네
명뿐이었다.
그날 저녁, 중대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예초병 애들이 귀신을
봤다더라.”
나중에 행보관이 조용히
말했다.
“그 EOD 창고
말이야… 예전에 거기서 불발탄이 터져서
작업하던 병사들이 다
죽었었다더라.”
그 후로 우리는 한동안
혼자 예초를 돌리지 못했다.
[실화이야기] EOD 창고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