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34, 저는 29 직장인이에요.
만난 지는 이제 3개월 조금 넘었고요. 소개팅이 아니라 인스타로 처음 알게 됐어요. 제가 평소에 일상룩이랑 헬스장 룩 같은 거 올리는데, 어느 날 DM이 와서 보니까 근처에서 세무사 사무실 한다는 사람이라면서 점심 한번 같이 먹자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세무사라는 말에 살짝 혹한 건 인정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성실해 보이고, 말투 조곤조곤하고, 나이도 적당해서 결혼까지 생각해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남친은 20대 초반에 거의 최연소 급으로 세무사 합격해서 20대 중반인가부터 바로 개업을 했다고 해요. 지금은 복층으로 된 사무실 쓰고 있고, 직원만 25명 정도, 그중에 남직원은 몇 명 안 되고 대부분 여직원이라고 들었어요. 저한테는 항상 '여직원들이 다 언니처럼 잘 챙겨줘서 너무 든든하다' '나는 일만 보고 산다' 이런 식으로 말을 했어요. 저는 그냥 아 그런가보다, 커리어맨인가보다 했고요.
문제는 제가 며칠 전에 처음으로 남친 사무실에 직접 갔다 온 날부터 시작이에요.
원래는 제가 주말에 잠깐 얼굴만 보고 카페 가려고 했는데, 남친이 금요일, 토요일마다 '현장 출장'을 간다고 늘 바쁘다, 세무조사 대응이다 뭐다 해서 평일 저녁이나 늦은 밤에만 겨우 봤거든요. 이번엔 일찍 끝났다면서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제가 간식이랑 커피 사 들고 갔어요. 솔직히 조금 설레기도 했어요. '아 이 사람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구나' 현장도 보고 싶었고요.
근데 엘리베이터 문 열고 사무실 들어가자마자 진짜 너무 놀랐어요.
여직원들이 다… 제 복붙 같았어요.
다들 키가 168은 기본으로 넘어 보이고, 다리도 두툼한 편인데 허리는 그렇게 안 굵고, 가슴이랑 엉덩이 쪽이 되게 볼륨 있는 스타일이었어요. 몸무게로 치면 최소 60 후반? 평균 65kg 전후 느낌? 옷 스타일도 거의 비슷해요. 딱 몸 라인 드러나는 니트 원피스, 타이트한 H라인 스커트에 블라우스, 다리 라인 보이는 스타킹에 구두. 진짜 과장이 아니라, 제가 옆에 같이 서 있으면 사진 찍으면 구분 잘 안 될 정도로 체형이 다 비슷했어요.
저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게 안 나가 보이는데, 실제로는 64kg이거든요. 허벅지랑 엉덩이 쪽에 살이 몰려 있는 글래머형 통통체형이에요. 남친이 항상 저 보고 '살 빠지면 안 된다, 지금이 딱 좋다, 이런 라인을 좋아한다'고 허리랑 골반 쓰다듬으면서 얘기했었는데, 그때는 그냥 남자친구 개인 취향인가보다 했어요. 근데 사무실에서 여직원들 줄지어 앉아있는 모습 보니까, 이건 그냥 취향 정도가 아니라 아예 '채용 기준'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더 소름 돋았던 건, 제가 갔을 때가 평일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여직원들이 꽤 남아 있었어요. 다들 커피랑 간식 먹으면서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남친 책상 주변에만 유독 저랑 비슷하게 생긴 언니 둘이랑 후배 한 명이 가까이 앉아서 이것저것 보고 있더라고요. 남친이 저 소개할 때도 '얘가 내가 말한 그 친구야' 이런 느낌으로 웃으면서 말하는데, 여직원들이 제 몸매 훑어보는 느낌이랄까요. 약간 '아 사장님 취향이 이거구나' 하는 눈빛이 느껴져서 진짜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리고 남친이 출장을 주로 금요일, 토요일에 간다고 했잖아요.
원래 저는 세무사 출장이라고 하면 공장이나 식당 같은 데 장부 보러 가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남친 카톡 알림창이 잠깐 떴다가 들어가는 걸 봤어요. 제대로 본 건 아니고, 단체방 미리보기였는데 대충 '이번 주 금욜엔 ○○언니, 토욜엔 △△차례냐' 이런 뉘앙스로 보였어요. 이름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여직원들끼리 돌아가면서 동행하는 느낌이었어요. 거기에 하트 이모티콘이랑 ㅋㅋ 이런 것도 섞여 있었고요. 그때는 제가 '아, 야근도 같이 하고 출장도 같이 다니니까 친해서 그렇겠지' 하고 쿨하게 넘겼는데, 사무실 몸매 복붙 현장 보고 나니까 그게 다 다르게 느껴지는 거예요.
남친은 항상 저한테 본인은 바빠서 연애도 잘 못 해봤고, 저는 진짜 오랜만에 제대로 만나는 사람이라고 말해요. 근데 인스타 DM으로 접근해 놓고 그런 말 하는 것도 솔직히 조금 의문이고, 여직원들 채용할 때도 '나는 일 잘하면 된다, 외모 안 본다'고 했거든요. 근데 제가 본 바로는, 일 잘하는 기준이 '내 취향 몸매'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더 자극적인(?) 건, 남친이 가끔 저한테 하는 말들이에요.
제가 '나 살 더 빼야겠다'고 하면, 남친이 '지금이 제일 예쁘다, 우리 사무실 여직원들도 다 이런 몸매라서 분위기가 너무 좋다, 포근포근한 느낌 있는 사람이 좋다' 이런 식으로 말해요.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가도, 한편으로는 '아, 나 말고도 이 몸이 한 20개가 더 있는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결정적으로 저번 주 금요일에 일이 하나 더 있었어요.
출장 간다고 저녁에 연락이 안 되길래, 그냥 자나 보다 했는데 새벽 두 시쯤 인스타 스토리를 보니까, 여직원 한 명이 올린 술잔 사진에 남친 손목이 살짝 나온 것 같았어요. 남친이랑 같은 시계, 같은 셔츠 색. 장소 태그는 지방이었고요. 다음 날 남친은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잤다'고만 했어요. 제가 굳이 캐묻지는 않았는데, 머릿속에서는 '출장'이랑 '술자리'랑, '복붙 몸매 여직원들'이랑 다 연결되어 버렸어요.
저는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고, 연애 경험도 많지 않은 편이에요. 남친은 능력 있고, 나이도 적당하고, 경제력도 솔직히 제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 제일 좋아요. 같이 있을 때 저한테 잘해주는 것도 사실이에요. 근데 이 사람이 나를 정말 '한 사람'으로 보는 건지, 아니면 자기 취향 몸매 수집품 중 하나로 보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사무실 구조 자체가 약간 '자기 타입만 모아놓은 하렘'처럼 느껴져서요…
저도 제가 예민한 건지, 머리가 나쁜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제 수준에서 생각해보면, 직원이 20명인데 체형이 거의 복사 붙여넣기처럼 똑같다는 게 말이 되나요? 거기에 금토마다 여직원들 돌아가면서 출장, 야근, 술자리… 이게 진짜 일 때문일까요, 아니면 제가 이미 답을 알고 눈 감고 있는 걸까요.
결혼 얘기도 슬슬 나오는 마당에, 제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도망가야 할까요?
결시친 여러분들이라면 제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솔직하게 얘기 좀 해주세요.
제가 너무 과민반응인 건지, 아니면 진짜 빨리 손 털고 나와야 하는 빨간불인지, 제 눈에는 잘 안 보여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