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리고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phantom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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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고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는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가 아닌 세상의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수 년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의 주제가 “꿈꾸는 아버지” 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30대에서 50대에 걸친 몇 명의 가장들이 출연하여,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 놓았습니다.

그들은 사회라는 거대한 매카니즘 속에 던져져 방향감각을 잃고 방황해야 하는 혼자만의 삶도 버거운데, 몇 사람의 행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나‘는 없어지고 ”가족“이 삶의 전부가 되지만, ”늘 밖에 있는 존재“로서 가족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소외감 그리고 가족 공동의 꿈에 밀려 자신이 가슴속에 갖고 있는 꿈을 비밀로 부칠 수밖에 없는 좌절감 등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이후 이 비디오를 본 가족들은 단지 그들이 ”남편“이며 ”아버지“일 뿐, 그들도 두려움을 느끼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하나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고, 그들도 나름대로 꿈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되었습니다.

테네시 윌리엄스, 유진 오닐과 함께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는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대표작이며, 국내에도 여러 번 연극 무대에 오른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 1949>이 바로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윌리 로우맨은 예순세 살 된 세일즈맨입니다. 그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세일즈맨으로 성공하고,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가정적이고 상냥한 아내 린다가 있고, 월부로 집 한 채도 샀으니 몇 십년 후면 그것도 자기 소유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이웃이 부러워하는 두 아들까지, “행복한 삶”의 조건을 모두 갖춘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윌리의 꿈은 전전 희미해져 갑니다. 세일즈맨으로서의 성과급은 자꾸 줄어들고, 결국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합니다. 희망의 상징이던 두 이들도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빗나가기 시작합니다.

배반감과 슬픔, 피로 그리고 깨어진 꿈에 대한 절망감은 윌리를 거의 정신착란으로 몰고 갑니다. 결국 윌리는 두 이들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기기 위해 자동차를 폭주해서 자살하지만, 그의 죽음으로 타게 된 보험금은 겨우 집의 마지막 월부금을 낼 수 있을 만한 액수였습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산업화되고, 물질주의화된 현대문명 속에서, 마치 하나의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소시민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연극의 막이 오르면 윌리는 견본이 가득 든 무거운 가방을 양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세일즈 여행에서 돌아오는 그의 어깨는 축 처질 대로 지쳐 있고, 얼굴은 영혼을 상실한 듯한 절망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극 중 작가인 밀러는 윌리가 파는 물건이 무엇이며, 그 가방 안에 어떤 것이 담겨 있는지 밝히지 않습니다. 그 내용물이 무엇이든 결국 윌리가 팔고 있는 것은 어쩌면 바로 자기 자신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들들이 사회적으로 성공이라는 것을 하지 못한 아버지에게 등을 돌릴 때, 아내 린다만은 깊은 연민과 이해의 모습으로 남편의 편을 듭니다.

“너희 아버지는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란 건 아니다. 윌리 로우맨은 큰 돈을 번일도 없고, 신문에 이름이 난 적도 없다. 하지만 네 아버지도 인간이야, 그러니까 소중히 대해 드려야 해. 늙은 개처럼 객사를 시켜서는 안 돼.”

하지만 그녀는 끝내 남편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의 죽음을 "위대한 희생"으로 미화하려 합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평소의 그의 말과는 다르게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내 린다의 마지막 대사는, “우린 이제 집 할부금을 다 갚았어요, 윌리…”입니다. 평생 집을 위해 일했지만, 집이 다 갚아졌을 땐 그 자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바라던 “삶”이었을까요?

그래도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윌리처럼 큰 돈을 버는 일도, 신문에 이름이 나는 일도 없고. 가끔씩 ‘인생역전’의 허무맹랑한 꿈도 꾸어 보지만, 매일 매일 가족을 위하여 허리를 굽히고 손을 비비며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리고 오늘도 아버지들은 가슴속에 꿈 하나를 숨기고 자신을 팔기 위하여 무거운 가방을 들고 정글 같은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그런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매년 6월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 날입니다. 중국도 같은 날을 아버지 날로 정했고, 태국은 12월 5일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따로 정해진 아버지 날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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