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대리가 매력 있다 1화

굳밤붸베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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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내 사수는 강도다


"다시."


짧고 명료했다. 종이 뭉치가 책상 위에 힘없이 툭 떨어졌다. 하은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떨리는 손으로 기획안을 다시 집어 들었다.


"저, 대리님. 이번 수정안은 지난번 피드백 주신 타깃 분석을 보완해서..." "이하은 씨."


강도진 대리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내 말을 잘랐다. 서늘한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기어이 나를 향했다. 저 눈. 꿈에도 나올까 무서운 저 눈빛.


"보완이 아니라 첨언 수준이던데요. 데이터 분석이 빠진 타깃 설정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소설 씁니까? 회사 돈으로 작가 놀이하고 싶으면 집에 가서 하세요."


순간 사무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옆자리의 김 주임이 안쓰럽다는 듯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어서 더 분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해오겠습니다." "오늘까지입니다. 못 하면 야근하세요. 나도 남아서 감시할 거니까."


도진은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저 인간은 피도 눈물도 없는 게 분명하다. 이름도 강도진이라니, 정말 내 월급 루팡... 아니, 내 멘탈을 털어가는 '강도'가 따로 없다.


‘진짜 나쁜 새끼... 얼굴만 잘생기면 다야?’


자리로 돌아와 털썩 앉았다. 모니터 옆 거울 속에 울상인 내 얼굴이 보였다. 입사 3개월, 나의 찬란했던 커리어우먼의 꿈은 저 '나쁜 대리' 덕분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때였다. 사내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강도진 대리]: 탕비실 커피 원두 떨어졌던데. 채워 놓는 김에 내 것도 한 잔 부탁합니다. 아메리카노, 샷 추가.


하은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기획안 까인 지 3분 만에 커피 심부름이라니. 두고 봐라, 강도진. 내가 언젠가 저 콧대를 꺾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하은은 몰랐다. 그가 탕비실로 부른 이유가, 아까 깨진 하은을 달래주려 몰래 사 둔 초콜릿을 건네주기 위함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