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별, 결혼, 이혼... 그리고..

이연2572025.12.19
조회852

그저 넋두리처럼 쓰는 글이니, 반말에 불쾌하시면 나가기 하시면 되겠습니다.

1.사랑
아주 오래 전이고, 세월이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긴 시간이 지났구나.
내 얼굴에 묻은 세월의 흔적만큼 너의 얼굴에도 그 만큼의 세월이 묻었을테고, 바로 눈 앞을 걸어 지나거더라도 너를 알아 볼 자신은 없다.

한 여자를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도 나를 그만큼 좋아한더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아니라는 의심, 불안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집이 그리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끼니를 걱정할 정도의 가난은 아니었다.
나는 부산, 그녀는 서울.
지리적 거리가 문제였을까.. 우리 집이 문제였을까.. 나 자체가 문제였을까.. 그녀에게 헤어짐을, 이별을 듣던 날, 나는 인생이 무너짐을,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그녀의 이별말을 듣기 전과 후의 내 삶은 같은 세상이 아니었었다.잠들고 싶지 않았다.잠이 들면 더는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했었다.눈을 뜨기 싫었다.눈을 뜨면 내게 찾아 온 하루에 그녀가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했기에, 눈을 뜨고 또 그녀없는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살기 위해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그녀가 없는 삶을 아무런 의미를 느낄 수 없었는데도, 그런 의미없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꾸역꾸역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고, 기만이고, 자기위선적이고, 구차스럽기도 했었다.의미가 없는데도 살겠다고 밥을 삼키는 나 스스로가 역겨웠다.그렇게 인생이라는 무대의 무언가가 내 20대 시작의 날들을 -허무의 칼-이 깊숙히, 날카롭게 베고 할퀴고 지나가고 있었다.   -세월이 약이다-라는 주변의 위로는 그때의 나에게는 비웃음과 역겨움의 말일 뿐이었었다.세월이 약이라니.. 세월이 약이라고? 세월..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세상과 세월에 그녀가 없는데, 의미의 핵심인 그녀가 없는데 세월? 그딴 세월 살아서 뭐할까.. 살아내야 할 세월이 의미가 없는데 -약-이라니? 치료해야 할 병(그녀)가 없는데 약은 무슨 약.. 그저 가소로웠었다.산다는 것도, 살기 의해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잠을 자야 한다는 것도, 잠이 온다는 그 자체도 그저 가소로웠었다.
(길이 길어질 것 같음으로 -수정-을 통해서 뒷얘기들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 이별
한 사람이, 이름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내겐 하늘이 사라진 것 같았다.
저 어디쯤의 하늘 아래 그녀가 있다는 생각. 같은 하늘 아래 있음에도 그녀를 볼 수 없다는 현실이 가슴을 열두개의 바늘로 찌르고, 후벼파는 것 같았다.
한 하늘 아래인데..그녀를 볼 수 없다니.
죽고 싶었고, 죽기 위해 약을 사모았다.
당시, 수면제과복용으로 자살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역국에서 수면제 판매를 하지 않았고, 신경안정제를 판매했는데 그것도 소량이었었다.
양약은 한 번에 많은 양을 복용하면 죽는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신경안정제에 감기약까지 구입했고,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약국이란 약국에서는 다 구입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각, 나는 사다 모은 알약들과 술을 챙겨 화장실에 들어간 후 밖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안에서 문을 잠궈버렸다.
눈물이 났었는지, 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신경안정제와 감기알약을 입에 우겨넣고 술로 삼키기를 반복했다.
이때는 눈물이 났다. 이렇게 세상과 이별을 한다는 생각으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슬펐고, 그 슬픔으로 울었다. 그냥 눈물이 났었다.
얼마나 삼켰을까?
시원하게 냉장이 잘된 콜라가 너무나 마시고 싶었다.
살고 싶어서였을까? 모르겠다.
그냥, 내거 좋아하는 콜라가 미치도록 마시고 싶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콜라는 마시고 죽고 싶었다.
뱃속으로 삼켜 넣었던 것들을 꺼내기 위해 필사적이 되었다.
손가락을 밀어 넣었고, 비눗물을 삼켰다.
형태 그대로인 것들부터 내뱉어졌고, 녹기 시작한 것들까지 올리고 나니 녹색이라고 해야나.. 아무튼 용해된 약들이 진득한 액체처럼 토해졌다.
죽을 힘을 다했다.
콜라를 마시기 위해서는 죽으면 안되니까.
더는 올라오는게 없어진 후 미친듯이 물을 삼켰다.
위세척? 그런 것을 알 때도 아니었고, 복용부터 토하기까지 문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고 소리를 삼켰고, 그저 물로 행궈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얼만큼의 물을 마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물을 마신 후 다시 손가락을 집어넣고 토해냈다.
선명히 기억나는 것.
약은 생각보다 빠르게 흡수되었고, 토해내지 못한 약의 작용으로 정상적 보행이 되지 않았다.
환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팔등을 밀었는데 피부가 밀린 상태 그대로였다. 탄력성이 사라졌다고 해야나?
화장실을 나와 내 방으로 걸어가는데 고정된 바닥을 걷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걷는다? 물 위를 걷는다? 말랑말랑한 젤리 위를 걷는다고 해야나.. 아무튼 균형을 잡기도 어려웠고 둥둥 뜨는듯이 걸어 내 방에 들어간 후 그대로 쓰러졌고, 몆 시간이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눈을 떴다.

나는 살았다.



떠남!!!

이별의 아픔을 그녀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견뎌낼 수가 없었다,

불면의 밤이 이어졌고, 그런만큼 나는 초췌해져 갔으며, 삶에, 인생이라는 것에 냉소적이 되어갔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친구 중에 근해 조업을 하던 녀석이 있었고, 그 친구에게 같이 일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4~5일에 한 번씩 입항한다고 해서 근해 조업의 생각은 접었다.

멀리, 저 멀리.. 그녀와 같은 하늘이 아닌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선은 어렵다고 해서 원양어선으로 알아 보았고, 선원수첩을 딴 후 동원수산의 배를 타게 되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선이 있는 곳까지 비행을 한 다음에 그곳에서 승선하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공항으로 출발하는 날의 전날까지도 부모님의 반대는 극심하셨다.

원양어선에서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 중에는 살인사건, 실종사건도 다수라고 방송에서 나왔고, 부모님께서는 자식의 안위를 염려하셔서 극구 반대하셨지만 나는 다른 하늘 아래라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아 출국을 미루지 않았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나는 부모님게 큰절을 드렸다.

모르는거니까.  그게 마지막일 수 있었으니까.

같이 일할 사람들과 탑승하여 꽤 장시간을 비행한 후 어선이 정박해 있는 나라에 도착하였다.

지금과는 다르게 그때는 비행기 내 흡연이 가능하던 시절이었기에 흡연자인 나는 뭐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 시절에는 버스에서도 흡연을 했으니까, 뭐.



귀국!!!

배멀미를 우습게 생각했다.

오륙도 유람선 정도겠지 생각했는데, 이건 뭐 상상을 초월했다.

출항 후 4~5일까지 정말 미친듯이 구역질이 나는데 이건 뭐 먹은건 이미 토했으니 나올 것도 없는데도 토악질이 났다.

그냥 났다. 

내장까지 토해진다고 해야할까?  속은 비어있으니 나오는 것은 없지만 정말 내장까지 토해지나 싶었다.

웃긴다.

사람은, 인간은 정말 적응의 생물일까?

정확히 얼마만인지는 흐릿하지만 4~5일째쯤 되었나?  배가 고파졌다. 허기가 들었다.

이거 뭐지?

음식냄새만으로도 토악질이 나던데 음식을 먹고 싶다니? ㅎㅎ

그랬다.  정말 신기하게도 헛구역질이 멈춰졌다.  바다 위 선상활동에 몸이 적응이 되었던 것이다.


짐승도 그렇듯이, 인간도 환경에 적응한다는 점에서는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원양어선에서의 일은 육체적 강도가 세다.

갑판부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칼을 가는 것부터 배웠던 것 같다.

갑판부원은 근무시간에는 옆구리의 칼집에 항상 칼을 휴대하고 있다.

양망 후 갑판 아래에 위치한 처리부로 물고기를 넣은 후 빠르게 어망을 보수해야 하는데, 굻은 어망을 보수하려면 칼날을 날카로운 상태로 유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2갑이 투망과정에서 어망에 발이 걸려 같이 바다로 빠지는 일이 발생했고, 즉시 투망을 멈춘 후 다시 양망하였는데, 그 상황이 웃기면서도 화도 났고, 걱정도 되었다.

투망과 양망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비되는데, 그 2갑을 배 위로 올리기 위해 롤러를 정지시켜야 했는데 이게 생각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몇 톤의 무게가 나가는 어망과 어구가 메달려 있으니 아무리 굵은 와이어라 하더라도 즉시 정지시키면 터져버릴 수도 있으니까 감속으로 정지시켜야 하는데, 감속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길이로 풀려나가기 때문에 그 사이에 2갑이 어망에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한다면 2갑은 죽은 목숨이라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롤러기 감속 후 다시 되감기까지 다행히 2갑은 어망에서 이탈하지 않았고, 갑판 위로 무사히 올라왔지만 선장 이하 작업중이던 사람들 모두에게 혼꾸녕이 났었다.

투망과정은 위험하다.

어망과 어구가 바다에 빠른 속도로 빠져들기에 늘 주의하고 주의해야 함에도 2갑이 부주의하여 발생한 것이고, 아차하여 2갑이 어망에서 이탈하기라도 했다면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바다 위의 배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배를 모르는 사람들은 배를 자동차처럼 생각하고는 하는데, 배와 자동차의 제동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육지 위의 자동차는 제동장치에 의해 정지할 수 있지만 늘 움직이는 바다 위에서는 제동자치가 있을 수가 없다.

바다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조수간만으로 늘 움직이는데 제동자치라니.. 그래서, 배의 조타는 전진과 후진으로만 이뤄지는 것이고, 운항 중인 배가 어떤 지점으로 돌아 가기 위해서는 정지 후 후진이 이나라 원을 그려서 그 어떤 지점으로 돌아갈 수밖에는 없는 것인데, 이게 작은 배는 금방이지만 원양에서 조업하는 원양어선은 그 크기만큼이나 원이 클 수밖에는 없음으로 어떤 지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30분이 걸리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