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여자친구 심리를 알 수 없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동생 아이디 빌려 글 작성합니다
저는 통제가 강한 부모님 아래서 유복하게는 자랐지만 딱히 화목하지는 않았던 가정환경 탓에 장남이고 뭐고 청소년기 자아가 형성된 이후부터 쭉 비혼을 다짐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대학 시절 여자친구가 생겼고 첫 연애였지만 긴 시간 동안 만남을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저는 결혼에 크게 생각이 없었고 여자친구가 흘리듯 말하는 미래에 대해서도 확신을 줄 수 없어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만남이 길어지고 둘 다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여자친구가 적극적으로 결혼 이야기, 동거 이야기 등 매번 꺼내며 제 마음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침묵으로 넘어가고 여자친구와 함께 지내며 미래를 그리니 어느샌가 모르게 저도 여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많이 망설였는데 그게 티가 났는지 어느 날 갑자기 여자친구가 진지하게 만날 게 아니면 헤어지자는 말에 울고불고 매달리며 반드시 결혼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20대 중반부터 지금 곧 서른을 앞둔 지금까지 하고 싶은 20대 때 해야겠다 생각해둔 버킷리스트를 미뤄둔 채 몇년 동안 취업 준비에 몰두해 오로지 여자친구와의 미래만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모았습니다
평소 물욕도 없던 저는 재태크, 경제 공부도 함께 시작하고 평소에 관심도 없던 대기업 취업을 위해 죽어도 손 벌리기 싫던 부모님께 지원 받아 스펙늘 높이고 이름을 들으면 다 알만한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모두 여자친구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며칠 전 어느 정도 부모님 지원까지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와 물질적인 준비를 마친 후 여자친구에게 진지하게 결혼 준비를 시작하자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의 반응은 이제까지와 다르게 부정적이었습니다
평소 여자친구는 우울증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가정환경으로 인한 무기력증, 가난으로 인한 대학 미진학으로 고졸에 제대로 된 직장 한번 가져본 적 없이 알바만 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실적으로 본인에게 결혼이란게 불가능하다, 본인이 가정을 망칠 것이다, 오빠(저) 부모님이 나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할 리 없다, 저에게 가정환경 등 밑바닥을 보여줄 용기가 없다 지금까지 결혼을 하자고 했던 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무심결에 계속 확인하게 되는 버릇이었다, 모아둔 돈도 100만원도 안 된다 등 여러 이유들로 결혼을 거절하였습니다
항상 온실 속 화초였던 저는 본인을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미안하다고 펑펑 우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자가 저렇게까지 말을 하면 저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여자친구가 말하는 이유들은 함께 이겨나갈 수 있을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시작하려 해도 그저 끝이 무섭다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애초에 여자친구가 돈이 없을 거란 것도 다 알았고 몸만 오라고 했습니다
하나하나 미래를 위해 무언가 일궈내고 힘들 때마다 여자친구와의 미래를 생각하며 힘을 냈고 결혼을 위해 이만큼 달려온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여자친구가 이렇게 나오니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저랑 결혼할 생각이 아니었으면서 저에게 왜 미래를 꿈꾸게 했을까요?
어차피 여자친구 아니면 다른 사람 만날 생각도 없고 결혼 생각도 더더욱 없습니다 그저 거절 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는데 혹시 제 여자친구의 마음이 짐작 가능한 여성 분이 계시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 내용 추가합니다
여자친구가 파렴치한이라고 많이들 댓글 달아주셨는데 저한테는 그래도 될만큼 소중한 사람이라 제가 알아서 호구 자처하는 겁니다.. 여자친구 만나기 전 저 또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 복용했었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스스럼 없이 하는 고위험군이었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도 우울이라는 구렁텅이에서 꺼내준 게 지금 여자친구라 제 인생을 구해준 사람이라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 끝자락 쯤에는 부모님께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지만 몇년 동안 여자친구가 저보다 몇살이나 어린데도 사귀는 기간 동안 일을 안 하는 기간이 한달을 넘지 않고 늘 투잡 뛰면서까지 저한테 재정적인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그래서 모아둔 돈 없는 것도 제가 이해하는 겁니다
비록 무기력증도 심하고 가정환경도 좋지 않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늘 밝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반했었고 (저는 용돈 받으며 대학 다닐 때 여자친구는 매일같이 일하며 알뜰히 살았고 저를 만나면서 돈을 좀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비록 고졸이지만 제 취업 계획, 스펙 컨설팅까지 직접 해줄 정도로 똑똑한 사람입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도 항상 성적은 상위권이었는데 오로지 돈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한 케이스예요
여기에 글을 쓰면 여러 의견이 나올걸 감안해야겠지만너무 안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에 몇 자 덧붙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