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외벌이(심지어 여자외벌이) 전업 다 해보니...

ㅇㅇ2026.01.09
조회99,022

임신·출산·육아로 터울이 크게 나지 않는 두 아이를 집에서 키울 때, 저는 살림과 육아가 제 성격에 잘 맞지 않는 건지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늘 찌들어 있었고, 피곤하고, 힘들고, 우울했어요.

그래서 남편이 일하는 동안 문자나 톡을 보내도 답장이 잘 안 온다고 서운해했고, 그 문제로 많이 다투기도 했습니다.


둘째가 두 돌쯤 되었을 때 일을 시작하며 맞벌이를 하게 되었어요. 회사에서 치열하게 일해보니, 제가 남편에게서 받는 연락에 답장을 못 하고 있더라고요.

전업이던 당시에 남편은 점심시간마다

양재천에 핀 꽃 사진, 하늘 사진을 찍어 보내주곤 했습니다.

“계절이 바뀐다, 좋은 계절인데 아기만 보느라 밖에 못 나가네”

이런 말들도 함께요.

그땐 사실 큰 위안이 되지 않았는데, 제가 직접 일을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일하다가 밥 먹고 잠깐 쉬는 그 시간에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도, 상대를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요.


경력단절을 끊고 재취업을 하면서 최저임금부터 다시 시작했고,

이공계 출신으로 전공살려 일하며 기술 자격증도 따고 스펙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남편 급여만큼 받게 되었습니다.

막상 그 돈을 받아보니 결코 많은 돈으로 느껴지지 않더군요.

그 돈으로 세 식구, 나중에는 네 식구를 먹여 살리고

편찮으신 시부모님 의료비까지 감당하려면

남편이 얼마나 숨이 막혔을지 그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아이는 어리고 사주고 싶은 건 많고,

맞벌이는 못 하는 상황에서 생활비가 부족하니

스트레스를 받았던 제 마음도

그땐 나름 정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 마음 역시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러다 남편이 번아웃이 왔는지

정말 어렵게 “회사를 그만두고 쉬면 안 될까”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자마자 저는 기계도 20년 돌리면 고장 나거나 폐기하는데, 사람은 오죽하겠어.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내가 벌어올 테니까 당분간 쉬어 말은 그렇게 했습니다.

실업급여로 몇 달을 버텼지만 그래도 빠듯했고,

그 사이 남편은 다시 취업을 했습니다.

그때는 제 급여로 네 식구가 산다는 게 솔직히 많이 불안했어요.

돌발 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도 컸고요.


맞벌이 시작 후 남편은 주말에 하루는 저에게 외출을 권했고 하루는 도서관에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결과로 취득한 자격증을 저에게 주며 이건 당신이 딴거나 다름없어 라고 할때에도 사실 저는 별감흥없이 나는 일하는데 주말에도 힘들게 애돌볼시간에 본인은 자기개발한다고 서운하기도 했었네요. 부모가 둘다 일하고 아이들도 어린이집 가다보니 요즘같이 추운겨울은 감기 한사람이 걸리면

돌아가면서 감기걸리고 아이들은 돌아가며 중이염에 수족구에 아이 데리고 출근하고 회사 이사님이 아이업어주고 재워준적도 있네요...ㅎㅎ 지금 돌이켜보면 추억이기도 하고 민폐끼친것같아 죄송하기도 합니다.

역으로 어느순간엔 제가 3주동안 교육받고 시험을 봐야했고 그 역시도 압박감과 시험에 대한 부담에 짓눌리면서 쉬운일이 아니였구나 체감했었습니다.


이런저런 시간들이 다 지나고, 저도 40대 초반을 지나며

아이들은 많이 컸고 시간적 여유도 생겼습니다.

남편과 저 모두 직급이 오르고 급여도 오르면서

지금은 남들처럼 평범하게는 사는 것 같아요.


카페나 커뮤니티에 보면

외벌이, 맞벌이, 전업, 워킹맘 이야기가 늘 뜨거운 화두인데,

겪어보지 않고는 그 사람의 처지를

100%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겪어봐야 그제야 느껴지고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시기마다 다른 힘듦과

끝없는 고민의 연속이었고,

겉으로 보기엔 쉬워 보이고 여유로워 보여도

각자의 고충은 다 있었습니다.

아이 성향에 따라 육아 난이도는 천차만별이기도 하고요.


서로를 조금만 더 너그럽게 바라보면서

“아, 저 사람도 힘들 수 있겠구나”

“저 상황에서는 어려울 수 있겠구나”

이렇게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77

나김문순대오래 전

Best판에 정상적인 글이 올라오니 어색하네요.

ㅇㅇ오래 전

Best글쓴님 말에 공감합니다. 다른 가정이 나보다 쉽게 가는 것 처럼 보여도 알고보니 그 가정만의 고충은 존재하더군요. 중요한건 서로에게 측은지심을 가질수 있어야 하는거 같아요. 엣말에 과부의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정말 그 사람의 상황이 되보지 않으면 느끼기 힘든 점도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임신출산하는 여자가 될수도 없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없잖아요. 내 일처럼 모든 일에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둥글게 넘어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ㅇㅇ오래 전

Best이야 능력있어 남편 쉬게 해주는 님 멋지네요! 전 그정도는 아니지만 애들키워놓고 괜찮은 알바찾아 조금씩 돕고 있습니다. 애들 키울때는 중학과정까지 학원안보내고 다 제가 가르쳤어요^^이제껏 쉴틈없이 일해온 남편한데 넘 고맙죠. 가끔 투자로 번 소득으로 남편 여행시켜줍니다. 제 버킷리스트중 하나가 돈 모아 남편 퇴직때 차한대 뽑아주는 겁니다^^

ㅇㅇ오래 전

좋은글이네요

ㅇㅇ오래 전

멋지네요. 부부간에 가장 필요한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인것 같습니다.

가다오래 전

멋있는 분이네

다른건모르겟고오래 전

소름돋게 아름다운 글이다. 전 맞벌이지만 쓰니님처럼 생각해요. 누구든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기 전엔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법이죠...^^ 서로 다독여주며 사는게 베스트입니다~

쓰니고니오래 전

백날 이런글 읽어봐야 이해못하는사람은 못하죠 세상 모든 사람들은 이미 행복한데 그걸 아는사람이 극히 적은것처럼 내 맘먹기 나름인것을 아는사람만 아는거죠

ㅎㅎ오래 전

이런글 좋아요! 고생하셨어요 여유가 좀 생기셨겠어요~~ 앞으로도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래요~!

ㅇㅇ오래 전

남편이 번 아웃이 와서 회사를 그만뒀는데 실업 급여를 받았다는건 불법으로 실업급여를 수급 했거나. 거짓말 이거나.

n오래 전

한번씩 나도 남편의 생각이 미루어 짐작될 때 찡해질때가 있음 이게 가족인가바~~

ㅇㅇ오래 전

사람은 다 자기만의 사정이 있어요. 차은우, 장원영이라고 고민이 없을 것 같나요? 근데 공통점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문제를 자기에게서 찾고, 그걸 개선 시키고자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하더라구요. 결국 그게 성공으로 이어지는 거구요.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열등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서 타인과 자신을 끝없이 비교하며, 자기가 발전할 생각을 못하고 남을 자신의 위치로 깎아내리죠. 저 찐따들은 본인이 발전할 생각을 못하고 남 깎아내리는데 매진하니까 아무 발전이 없는 거예요. 타인에게 관심 가질 시간에 자기개발에 몰두하세요. 계속 뭔가를 하다보면 불행하고 공허한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장원영도 처음부터 최고였던 건 아니잖아요. 비판을 피드백으로 수용하고 하나씩 개선시키다 보니 그 위치에 가게 된 거죠.

ㅣㅣㅣㅣ오래 전

글을 너무 잘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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