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 1

누렁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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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 1

김금용


빗속을 어린 여자 애 걸어간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빗물이 좋아
길 아래 한옥집마다 바가지로 퍼내는
물난리로 어수선한 성당 앞 길다란 길목
분꽃 가득 편 양산 흔들며
상고머리 여자 애가 찰랑대며 걷는다

두 해째 칠월 칠석 날 비가 온다
달력에 매년 동그라미 그리며
견우와 직녀의 눈물, 이루어질까
슬리퍼에 파고드는 장대비 앞세우며
우체국 간다 그림엽서 들고
비안개에 잠긴 골목길을 빠져 나간다

비 한 줄 내리지 않는 칠석 날
딸 애가 엄마 얘기에 기지개 펴며
그림자 없이 밝기만 한 방으로 들어간다
달력에서 20년째 음력 칠월은
무심해진 시간의 뒷창으로 밀려나고
하늘만 애꿏은 먹구름 한 자락 끌어내리려
실랑이한다 장대비, 오려나

장대비 · 1